이제헌 PD가 밝히는 ‘특명 공개수배’ 뒷 이야기
이제헌 PD가 밝히는 ‘특명 공개수배’ 뒷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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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직전 범인 자수 당혹스러웠다”

KBS 2TV 시사·교양 프로그램 ‘특명 공개수배’의 검거율이 날이 갈 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명 공개수배’는 지난 5월3일 첫방송 이후 12월6일 방송까지 총 58명의 용의자를 공개수배 했고 이중 18명 검거, 8명이 자수해 46%의 검거율을 기록했다. 과거 ‘공개수배 사건 25시’와 타사의 ‘경찰청사람들’에 비교했을 때에도 단연 앞서는 검거기록이다. 이에 <시사신문>은 ‘특명 공개수배’ 제작진을 만나 프로그램 제작 과정과 높은 검거율 비결, 방송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형사·수배 프로그램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쭉 이어져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첫 방송된 ‘특명 공개수배’를 통한 범인 검거율이 높은 이유는 과거 프로그램들의 단점을 철저히 보완·기획해 제작됐기 때문이다.

범죄예방 중점, 자문위원 구성

▲ 특명 공개수배 녹화 현장.
‘특명 공개수배’는 과거 ‘공개수배 사건25시’의 연장선이다. 1993년 첫 선을 보인 경찰프로그램 ‘공개수배 사건25시’는 폐지되고 부활하기를 반복, 지난 5월 ‘특명 공개수배’로 이름을 바꿔 시청자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특명 공개수배’ 이제헌 PD에 따르면 과거 ‘공개수배 사건25시’, ‘경찰청 사람들’과 같은 형사·수배 프로그램은 제작 의도는 좋았으나 선정성, 폭력성이 문제되면서 모방범죄의 가능성을 이유로 폐지됐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범죄시계는 점점 빨라지고 있고, 낯선 사람을 상대로 하는 범죄 또한 늘고 있다. 누구라도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범죄자 추적 프로그램인 ‘특명 공개수배’가 새롭게 마련된 이유다.

눈여겨 볼 점은 ‘특명 공개수배’ 제작진은 과거 수배프로그램의 시행착오를 거쳤기 때문에 좀 더 치밀하게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는 점이다.

이 PD는 “범죄예방과 재범방지라는 궁극적인 목적에 심혈을 기울일 수 있도록 이전에는 없었던 자문위원제도를 도입했다. 검사출신 변호사, 경찰서장 출신 경찰행정학과 교수, 여성민우회 소장 등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방송 전, 법적인 문제나 사회적 파장 등에 대해 문의하고 방송 후에는 방송위원들이 프로그램을 꼼꼼히 모니터링해 사건의 전반적인 평가를 해준다”고 말했다.

그 결과, 시청자들은 선정성과 폭력성의 굴레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게 됐고 범인의 범행 과정을 주로 다루지 않고 범인 검거를 위한 공개수배에 초점을 맞춰 모방범죄의 우려도 줄었다는 설명이다.

가능한 최근 사건 다뤄

‘특명 공개수배’의 사건 아이템은 서울경찰청의 도움을 받고있다. 서울경찰청은 매년 상·하반기 공개수배 명단을 작성해 범죄자 소탕에 힘쓰고 있고 ‘특명 공개수배’는 이 명단을 건네 받아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추이에 약간의 변동이 생겼다.

‘특명 공개수배’의 방송 검거율이 높아짐에 따라 일선 경찰서에서도 SOS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범인 검거에 대한 단서가 부족한 경우에는 없는 증거에 연연하느니 공개수배를 통해 방송을 내보내면 효과가 더욱 확실하기 때문이다. ‘특명 공개수배’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PD에 따르면 ‘특명 공개수배’ 제작에 있어 주안점을 두는 부분이 한 가지 더 있다. 방송과 검거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최근 사건을 위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이다.

이 PD는 “사람들의 기억에도 한계가 있다. 때문에 시간이 너무 지난 사건같은 경우 제보율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최근 사건으로 제작한다. 또 재범의 위험이 높은 살인, 강간, 폭력 등의 강력범죄 위주로 사건을 선정한다”고 말했다.

‘특명 공개수배’를 통해 검거된 범인들 중 눈길을 끄는 것은 방송이 되기도 전에 자수한 범인들이다.
자수도 좋고 검거도 좋지만 방송을 해야하는 ‘특명 공개수배’ 입장에서 방송을 직전에 둔 범인들의 자수가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니다. 방송날짜와 시간을 두고 자수를 하면 다른 아이템을 찾아 다시 촬영하면 되지만 방송 직전에 자수를 하면 방송 펑크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 PD는 “실제 이런 경우에는 실명이나 얼굴 등이 공개되면 안되기 때문에 모자이크와 음성변조를 해 방송에 내보낸다. 방송의 퀄리티가 떨어지기는 하지만 높은 검거율로 위안을 삼는다”고 전했다.
이 PD에 따르면 방송 전에 수배자에 대한 정보를 누출하는 일은 절대 없다.

하지만 범죄자들의 특성상 사건현장을 맴돌기도 하고 수사나 취재 과정에서 지인이나 가족을 통해 방송 소식을 전해들은 범인이 자수하는 경우가 있다.
한 번은 경찰 측에서 범인 검거를 목적으로, 방송 예정이었던 수배자의 가족에게 연락해 방송이 나갈 것을 슬쩍 흘려 범인이 자수한 적도 있다.

이 PD는 당시 경찰에 전화해 “‘이런 식으로 일을 하면 어쩌느냐’고 엄포를 놓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특명 공개수배’의 높은 검거율 1등 공신은 ‘높은 수준의 시민정신’을 가진 시청자들이다. 방송이 끝나면 회당 2백~3백건의 시청자 제보가 들어오고 이 중 장난스럽거나 불필요한 제보는 극히 드물다. 이같은 시청자들의 관심과 사랑속에 범죄자들의 검거율은 날이 갈수록 놓아지고 있다. “큰 욕심 부리지 않고 검거율 50%만 달성했으면 좋겠다”는 이 PD의 목표 달성도 그리 멀지 않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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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수배자, 그때 그 사건

독신녀 토막 살인 사건-‘두 얼굴의 남자’

이 PD는 “범인이 검거된 사건은 빨리 잊혀진다. 하지만 미검거 사건은 오랜 시간동안 기억에 남는다. 재범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빨리 검거되야 한다는 중압감이 있기 때문이다”며 잊을 수 없는 수배자로 지난 6월 방송된 ‘독신녀 토막 살인 사건’의 용의자 신모(49)씨를 지목했다. 사건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용의자 신모(49)씨는 사기전과 11범으로 지난 2002년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 골프 동우회에서 피해자 50대 여성 정모씨를 알게됐다. 신씨는 정씨가 부유한 독신녀임을 알고 의도적으로 접근해 호감을 샀고 수 천만원의 돈을 융통했다.

정씨는 신씨와 자신이 사랑하는 사이라는 점을 의심한 적 없었으나 밖에서 이를 내색하지 않는 신씨가 의심되기 시작했고 뒷조사를 통해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알게됐다. 자신의 사랑과 지난 시간이 무색해진 정씨는 “어떻게 나를 속일 수 있느냐”며 “다른 사람들에게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알리겠다”고 엄포를 놨고, 신씨는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는게 두려워 피해자를 살해하고 토막내 매장했다. 신씨는 정씨가 죽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피해자 명의의 통장에서 돈을 인출하는가 하면 살해 후 두 달간 골프 동우회 사이트에 피해자의 아이디로 접속해 다른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또 도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른 여성들에게 접근해 정씨와 같은 방법으로 돈을 융통해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 PD는 “사건이 발생한지 벌써 4년이나 지났다. 엽기적이고 뻔뻔한 범행을 저지른 신씨는 전과 11범으로 재범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하루빨리 검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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