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다가도 죽은 시체 보면 묻어주어야 한다”
“길가다가도 죽은 시체 보면 묻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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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喪) 당한 집안은 보살펴주어야



『목민심서』애민편의 넷째 조항은 ‘애상(哀喪)’입니다. 상을 당한 집안이 있을 경우에는 슬픔을 함께 하면서 치상(治喪)하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혈육을 잃은 아픔도 한없이 크건만, 죽은 시신을 예(禮)에 맞게 장송할 힘이 없을 경우에는 관(官)에서 도와주고 보살펴주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옛날의 예법은 매우 엄하고 자상했습니다. 선비가 세상을 떠나면 달을 넘겨서 장사지내고, 대부(大夫)가 세상을 떠나면 3월이 넘어야 장사지내며, 제왕이 붕어하면 5월을 넘겨 장사지내야 한다고 예에 나와 있어, 모두가 그렇게 예에 따라 장사를 지냈습니다.

요즘이야 그런 예는 벌써 없어졌고, 형편에 따라서는 죽은 당일에 그냥 묻기도 하고, 조금 형편이 나은 집안은 3일장, 아니면 4일장으로 장사를 치루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불쌍하고 가난한 집안의 상사(喪事)에는 요역(役)을 감해주는 것이 원칙이고, 궁하고 가난한 백성이 상을 당하면 관에서 돈과 재물을 내어 장사지내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 다산의 주장이고 옛날부터의 어진 정사였습니다.

“길가다가도 죽은 시체를 보면 묻어주어야 한다”는 옛 『시경』의 시를 인용하면서, 행인도 그러하거늘 고을의 원님으로서 관내의 상사에 부조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기근과 유행병으로 사망자가 속출하는 마당에는 의당 관에서 진휼하고 장례까지 책임져야만 올바른 정치라고 했습니다. 특히 위급한 재난을 당해서 불의에 사망하거나 비참한 참사를 당하는 경우에는 더욱 배려하여 죽은 사람은 물론 그들의 가족에게도 도움을 주는 혜택을 내림도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날씨가 무척 추워지고 있습니다. 이런 혹한의 추위에 힘없고 약한 백성이 상을 당해 장례를 치를 능력이 없다면 누가 그들을 도와주겠습니까. 백성들의 세금으로 유지되는 관공서에서 의당 그들을 도와야 한다는 다산의 뜻은 옳기만 합니다. 염습도 못하며, 수의도 입지 못하고 땅에 묻히는 그런 슬픈 일이 우리의 주변에는 없는지 한번쯤 살펴볼 일이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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