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정국 털고 ‘총선정국’ 직행
여야, 대선정국 털고 ‘총선정국’ 직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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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구도, 후보난립 사태 정치권 빅뱅 가능성 급부상

▲ 대선정국이 총선정국으로 급변하면서 범보수세력은 한나라VS이회창 전선으로, 범개혁세력은 신당을 중심축으로 민주당, 창조한국당, ‘친노파 신당’ 등으로 사분오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선후보 난립, BBK 등으로 큰 홍역을 치른 여야가 대선정국의 후유증을 안고 총선정국으로 직행하고 있다. 범보수세력은 한나라당VS이회창 신당으로, 범개혁세력은 대통합민주신당을 중심축으로 창조한국당, 민주당, 친노파 신당 등으로 제18대 총선전선이 구축되고 있다.

총선지분권을 향한 각 당내 정파 간 ‘물귀신’ 작전도 한창이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의원,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당권과 차기대권을 향한 치열한 기싸움의 향방에 따라 새로운 질서개편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범여권은 후보단일화 실패에 따른 ‘대권헌상론’에 따른 책임론에 직면, ‘친노’ ‘비노’ ‘반노’ 세력들 사이의 갈등으로 사분오열 될 가능성이 짙다. 이른 바 거대 신당에서 빠져나온 세력과 공천을 받지 못한 세력들이 새로운 신당을 창당하거나 창조한국당, 민주당으로의 줄서기가 불가피해졌다는 뜻이다.

범보수세력의 결집을 외치는 이회창 후보는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보수우익신당 창당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후보는 한나라당의 親朴 의원들과 공천에서 탈락한 세력들을 규합, 한나라당에 맞서는 새로운 보수정당으로 총선주도권을 쥔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따라서 내년 총선구도 또한 올 대선구도처럼 다자구도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내년 총선이 다자구도로 흘러가는 까닭은 지난 1987년 이후 20년 만에 대선과 총선이 4개월 간격을 두고 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올 대선이 차명재산, BBK 의혹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 독주로 이어지면서 일찌감치 총선 쪽으로 기울었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한나라당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어도 제18대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해야만 ‘잃어버린 10년 되찾기’와 차별화 된 공격적 국정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朴·鄭·李 ‘삼각싸움’


한나라당의 총선에 따른 첫 구상은 과감한 ‘공천 물갈이’였다. 당은 이를 통해 “이명박 정치는 여의도 정치와 다르다”는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 내년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근데 갑자기 걸림돌이 생겼다. 이회창 무소속 후보가 대선출마를 선언하면서 새로운 보수신당을 창당한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다급해진 한나라당은 범보수진영에 부는 이회창 바람을 잠재우기 위해 우선 박근혜 전 대표의 협조를 미온적이나마 얻어냈다. 이어 정몽준 무소속 의원의 이명박 후보 지지선언과 함께 입당까지 이끌어냈다. 겉으로 보기엔 아주 탄탄한 모양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와 정 의원의 계산은 다르다. 둘 다 당권과 차기대권을 동시에 거머쥐려는 야심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앞에 다가오고 있는 내년 총선 때 영남권 공천에 따른 갈등 또한 내재되어 있다.


정몽준 ‘당권’ ‘차기 대권’ 놓고 박근혜와 팽팽한 힘겨루기
鄭, BBK 총선 쟁점 부각 ‘정권견제론’…李·文 ‘독자생존론’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박 전 대표와의 갈등 진화를 위해 지금도 백의종군 중인 이 후보 좌장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당에 복귀하게 되면 계파 간 힘겨루기는 ‘박근혜VS정몽준VS이재오’라는 삼각구도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이번 총선은 세 사람의 힘의 균형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반대로 “이번 총선은 ‘땅 짚고 헤엄치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여기는 당 관계자도 있다. 이 관계자는 “신당 등에서 ‘대여견제론’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할 것이다. 하지만 대선 직후 수개월간 형성되는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총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라고 자만하고 있다.

한나라당을 바라보는 정치권 안팎의 시각은 다르다. 한나라당이 치르는 이번 총선은 그 어느 때보다 공천을 둘러싼 정파 간 거센 권력투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보고 있는 것.

정치권 관계자는 “이 후보가 ‘총선 공천 불개입 및 박근혜 전 대표와 정치적 파트너 구축’을 선언했지만 정몽준 의원의 영입으로 관계설정이 모호해졌다. 여기에 이재오 전 최고위원 등 최측근들이 당권장악에 나설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며 한나라당의 새로운 질서개편에 따른 분열은 불가피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 전 대표 측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혹시라도 벌어질 ‘보복 공천’에 대비하고 있는 것. 박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박 전 대표를 ‘정치적 방패막이’ 삼아 지분을 요구하다 안 되면 이회창 후보 측에 합류, 신당을 창당해 18대 총선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한나라당 내 총선 공천을 하는 과정에서 총선에 나설 인재들이 줄을 서 있는 李·朴 양 진영이 또다시 크게 충돌할 가능성도 짙다.


정동영, 문국현, 이인제 셈법


대통합민주신당이 고민에 빠졌다. 정동영 후보가 “후보단일화를 이루기 위해 권력 분점에 기초한 공동 정부를 형성할 것을 제안”했지만 민주당 이인제 후보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가 이를 거절하며 ‘마이웨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정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은 자신이 끝까지 후보단일화를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서 ‘대권헌상론’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사전포석인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는 이와 함께 ‘BBK 광풍’을 ‘정권견제론’의 무기로 삼아 끊임없이 한나라당을 압박하면서 총선정국을 주도해 신당의 과반의석을 일궈내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하지만 당내 기류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친노’ ‘비노’ ‘반노’로 나뉘어져 있는 당 내 각 정파들은 후보단일화 실패에 따른 책임론과 ‘대권헌상론’을 내세우며 정 후보를 압박하다가 탈당할 조짐마저 일고 있다.

키를 쥐고 있는 쪽은 친노파다. 친노파는 정파 간 세력다툼으로 공천에 따른 잡음까지 더해지면 탈당해 새로운 당을 창당할 수도 있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의 퇴임 후 정치적 행보와 무관치 않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에서 대통령을 그만두는 것은 정치도 그만둔다는 얘기”라고 말하고 있지만 차기 당선자가 참여정부 정책의 전반적 폐기를 들고 나오거나 범여권 내 질서 재편과정에서 친노파가 결집해 신당을 창당할 경우 이를 가만 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 일반의 시각이다.

이인제 문국현 후보가 독자적인 길을 가겠다고 고집하는 것도 신당의 질서 재편 때문이다. 이 후보는 우선 통합 및 후보단일화를 위한 ‘5:5지분’을 정 후보가 먼저 파기했기 때문에 ‘대권헌상론’의 모든 책임을 정 후보에게 돌리고 있다. 이와 함께 50여년 전통의 민주당을 내세워 혼란에 빠진 신당 내 호남 출신 의원들의 영입으로 총선에서 20석 이상의 의석을 얻어 원내에 진출, 신당을 확실히 견제한다는 계획이다. 박상천 대표가 “중도개혁세력은 다 합친다고 해도 대선 승리 가능성이 없다”며 사실상 대선포기 선언을 하고 총선과 재보선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 후보는 “이명박 후보처럼 부정부패로 얼룩진 분이 대선후보로 있는 것도 수모지만, 그분들(신당)도 민심과 동떨어진 얘기를 하지 말고 정권 연장 개념을 포기해야 국민이 용서한다”며 정권재창출 실패에 따른 모든 책임을 정 후보에게 떠넘기고 있다.

이 후보와 문 후보의 이 같은 속셈은 1백40석의 신당이 대권 실패에 따른 여러 가지 후유증으로 분열하기 시작하면 민주당과 창조한국당이 상대적으로 득세, 범진보진영의 ‘차기 대안세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범보수표 나눠먹기


▲ 정치권은 총선에서의 승패가 대선보다 더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고 총선에 온 몸을 던지고 있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대선을 코앞에 두고 총선구상을 밝히며 한나라당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는 내년 총선공천권을 일찌감치 약속함으로써 지지자들의 흔들림을 막고 대선에서의 득표율도 높이겠다는 계산에서다. 이 후보 측은 이번 대선에서 두터워진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을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즉 보수세력 내 ‘반 이명박’ 성향의 유권자를 최대한 끌어 모으면 내년 총선에서 일정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

유석춘 정무특보가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에게 실망한 보수 세력들을 하나로 모아 전국 정당을 창당하겠다”고 말한 것도 범보수표 나눠먹기에 다름 아니다. 이와 함께 이 후보가 대선 완주, 총선 도전의 뜻을 확실하게 밝힌 것도, 이 후보와 심대평 후보의 ‘창평연대’도 한나라당의 빈틈을 파고들기 위한 사전포석이라 볼 수 있다.

문제는 창당되는 보수신당이 충청권에 뿌리를 둔 정당이라는 데 있다. 이 후보가 대선기간 내내 박근혜 전 대표에게 구애를 한 것도, 김혁규 전 경남도지사를 설득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인 것도, 충청권의 한계를 극복하고 영남권을 품에 안기 위해서였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명박 후보는 대선에서 승리한 뒤 이명박표 당을 만들기 위해 대대적인 당 개혁 혹은 신당 창당에 나설 수도 있다”며, 이 후보측은 “이때 배제될 수 있는 친박 영남권 의원들과 공천권에서 탈락한 의원들뿐만 아니라 각 당의 정계개편 과정에서 이탈할 보수세력들을 조건 없이 받아들일 것”이라 점치고 있다.


충청권 보수우익신당 창당…‘親朴’ 의원 모시기 경쟁 치열
제18대 총선 여론조사…5분의 1 ‘지지정당 바꿀 수 있다’


이 후보가 창당할 신당에는 국민중심당과 무소속 조순형 후보, 참주인연합 정근모 후보를 비롯한 신당과 민주당 내 충청권 또는 보수성향 인사들이 줄줄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측 관계자는 “이 후보측 후원회인 부국팀 관계자와 보수우파 인사들이 주축이 돼 창당을 준비 중인 ‘한국보수당’(가칭)도 합류할 것”이라며 “신당 창당 시기는 늦어도 내년 2월은 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정당, 총선 때 바꿀 수 있다


한국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내년 4월 총선에서 지지 정당을 바꿀 수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5분의 1 이상이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이번 대선에서 지지한 후보가 소속된 정당을 내년 4월 18대 총선에서 계속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22.6%가 ‘바꿀 수도 있다’고 답했다.

특히 20대(33.0%)와 학생층(31.7%) 등 젊은 층에서 총선투표 때 지지정당 변경 의사가 높았으며, 지역적으로는 대전 충남 충북(26.3%)이 가장 높았고, 대구 경북(18.6%)이 가장 낮았다. 여기에 '아직 정하지 않았다'(36.8%)는 응답자를 합칠 경우 거의 60%가 대선 때와 다른 정당에 투표할 가능성이 있다.

지지 후보별로는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41.2%)와 무소속 이회창 후보(30.0%)를 지지하는 응답자의 지지 정당 변경 의사 비율이 높았고,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지지층도 28.8%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18.8%,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22.3%.

이와 함께 ‘총선에서도 대선 지지 후보 소속 정당을 계속 지지하겠다’고 밝힌 응답자는 이명박 후보 지지층(48.3%)이 가장 높았다.

지지 정당별로는 민노당 37.7%, 민주당 35.4%로 나타났으며, 신당 지지층에선 23.3%가 총선 지지 정당을 바꿀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 지지자는 19%만 바꿀 수 있다고 답해 내년 총선에서도 한나라당이 우세할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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