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취업준비 ‘눈길’, “내 살길은 취업 뿐”
이색 취업준비 ‘눈길’, “내 살길은 취업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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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이색 취업 풍속도

계속되는 취업난으로 인해 2007년 대학가에는 이색 풍속들이 등장했다. IMF 이후 꾸준한 경기 회복과 전체 실업자 수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청년실업 문제는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고민만 하고 있을 수 없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일자리 구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 ‘취업을 위한 이색 풍속’이다. ‘취업계’를 핑계로 수업에 빠지는 학생들이 급증하는가 하면, 시간을 아껴 쓰기 위해 혼자 다니는 ‘나홀로 족’이 늘기도 했다. 대학동문회 자리는 ‘취업상담소’가 되버린지 오래다. <시사신문>은 취업포털 커리어의 소개로 올해 대학가에 등장한 2007 대학가 신풍속도를 들여다봤다.



취업난이 대학 문화를 바꾸고 있다. 정치나 사회적 이슈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이 날이 갈수록 낮아지는 가운데 대학생활의 중심이 취업 관련 정보나 화제로 쏠리고 있다.


‘장미족’부터 ‘성형족’까지


지난 12월9일 커리어가 발표한 ‘2007년 대학가 신풍속도’에 따르면 ‘장미족’은 오랜 기간동안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장기간 미취업 상태로 있는 대졸자를 뜻한다. 장미꽃이 아름다운 겉모습과 진한 향기 이면에 가시를 품고 있는 것처럼 ‘장미족’은 겉으로는 화려한 취업 스펙을 지녔지만 오랜기간 취업 하지 못한 대졸자들을 상징하고 있다. 지방 국립대를 졸업한 이모(29)양은 대학 재학 내내 장학금을 탈 정도의 훌륭한 성적이었지만 2003년 졸업 이후 오랫동안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학원 강사,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그녀는 결국 지난해 결혼과 동시에 전업주부를 선언했다.

‘장미족’의 일부는 ‘칩거족’으로 변모하기도 한다. ‘칩거족’은 말 그대로 혼자만의 공간에서 취업에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거나 공부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혼자 생활하기는 하지만 ‘칩거족’과는 다른 개념인 ‘나홀로 족’도 등장했다. 이들은 쇼핑, 식사, 공부 등 무엇이든 혼자 해결한다. 친구가 없어서 혼자 다니는 ‘왕따’와는 다른 개념이다. 대학가 커피전문점을 둘러보면 혼자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는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들이 나홀로 족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인하대 4학년 김모(25)씨는 “스케줄대로 생활할 수 있어서 편하고 친구들과 몰려다닐 때 보다 시간활용도 더욱 효율적이다”고 말했다.

장기간 계속된 취업난으로 구직자들은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모든 요소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최근 몇 년 간 불고 있는 구직자들의 성형열풍도 그 중 하나다. ‘성형족’은 성형을 통해 취업에 한 걸음 가깝게 다가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상징한다.

아이미성형외과 정인선 원장은 “과거에는 연예인처럼 예쁜 눈과 코를 원하는 취업준비생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면접관에게 좋은 첫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호감형 외모를 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가 관심은 오로지 취업


17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선거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은 여전히 저조하다. 1980년대 민주화 투쟁에 앞장서 거리로 나섰던 대학생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니다. 대학생유권자행동이 지난 10월 서울지역 대학생 1천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32.3%는 ‘투포를 하지 않거나 상황을 봐서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성신여대 법학과 4학년 이한아(27)씨는 “기말고사를 앞둔 시점이라 대선보다는 개개인의 학점이나 취업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취업난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을 필두로 대학가에 나타난 현상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취업계’를 이용해 수업에 빠지는 학생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취업계’는 졸업 이전에 취업한 학생들이 출근 때문에 수업에 빠져도 학점을 인정해 주는 제도다. 졸업시즌에나 허용됐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 들어 3학년 2학기부터 취업계가 적용되는 학교가 증가하면서 대학마다 많은 문제점이 야기되고 있다. 상당수의 학생들이 허위 취업계를 제출하고 그 시간에 공무원 시험 등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대 4학년 김모(27)군은 “취업을 한 것은 아니지만 학교에 취업계를 제출하고 현재 중국으로 진출을 위해 중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 허위로 취업계를 제출한 것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취업을 위한 일이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허위 취업계도 문제지만 ‘졸업논문 비밀거래’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대학교 4학년이 되면 학점관리와 외국어공부, 취업준비, 졸업논문 제출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다. 하지만 취업 실무에 신경을 쓰다보니 졸업논문 준비에 정성을 다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한 졸업논문 거래도 횡행하고 있고, 10여 만원 선에서 졸업논문을 대신 작성해주는 대필자도 등장했다.


‘모욕스터디’ 등 이색 풍속


그런가하면 ‘모욕스터디’, ‘MT스터디’ 등의 이색 풍속도 눈에 띈다. 튀는 인재를 선호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최근 대학가에 독특한 취업스터디가 생겨나고 있는 것. 과거 임용고시나 언론고시 준비반, 토익스터디 등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합숙면접에 대비한 ‘MT스터디’를 비롯해 면접 시 개인기를 위한 ‘노래스터디’, ‘마술스터디’등 이색 취업스터디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압박면접을 연습하기 위한 ‘모욕스터디’다. ‘모욕스터디’에 참가한 학생들은 상대방의 말 실수나 신체적 약접을 집요하게 꼬집어 내 모욕감을 주고받는 형태로 진행된다.

한편 팀워크와 화합을 중시하는 기업이 증가하면서 대학 내에도 개인과제보다는 팀 프로젝트(일명 팀플)가 많아졌다. 이에 따라 실력있는 팀플 멤버를 구성하기 위해 학생들간의 신경전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이런 풍조 때문에 신입생이나 캠퍼스 커플(일명 CC)처럼 팀플에 약하고 팀 분위기를 저해할 수 있는 동기들에 대해서는 배척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가운데 ‘CCC(Campus Couple Cutter)’가 등장했다. ‘CCC’는 말 그대로 캠퍼스 커플을 갈라놓는 사람을 뜻하지만 과거에는 그 원인이 질투심 때문이었다면 현재는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걸림돌을 제거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캠퍼스 낭만이라는 말을 즐겼던 과거의 대학생에 비교했을때 요즘 대학생들의 대학생활은 취업난으로 각박해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새로운 풍조를 만들며 그 속에서 낭만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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