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안개 1
누군가가 문을 밀고 들어왔다. 홍 교수는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박찬우 교수였다. 그의 백발이 햇살을 받아 신비로운 반사광을 발하면서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언제나 쓸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 표정이 쓸쓸하다기보다 그의 분위기가 오히려 더 쓸쓸하다고 보는 것이 어울리는 표현이리라. 학내에서 홍 교수가 그래도 호의를 가지고 지내는 몇 안되는 교수 중의 한사람이다.
그는 무엇보다도 신비롭고 젠틀한 사람인 것 같다. 그와 깊은 대화를 나누어본 적은 없었으나, 서로들 호의를 가지고 있음에는 틀림없었다.
무엇보다도 박찬우 교수의 남같지 않은 인생편력을 홍 교수는 좋게 생각하고 있었다.
한때는 홍 교수도 그의 그런 인생역정을 아주 나쁘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이상하게도 그것이 그렇게 나쁘게 생각되지를 않았다. 하지만 학내에서는 여전히 그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
따지고 들어가 보면, 박 교수에게 부정적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은 학내에서 교수진, 그것도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이다. 학생들 측에서는 그에 대하여 굳이 부정적이지 않다. 그럴 수도 있다는 태도이다.
좌우간 홍 교수는 박 교수의 그 특이하고도 끔찍스런 인생유전을 왠지 나쁘게 보지 않게 된 자신을 깨닫고 있었다.
그는 몇 해 전에 아내가 아이들과 함께 자살했었고, 그런 일이 있은 후 일년여의 세월이 흐르고 난 뒤, 자신이 데리고 있던 조교와 재혼하였으나, 일년이 채 되지 못하여 헤어지고 말았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