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필두, 대규모 구조조정 압박
외환은행이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은행권에 또다시 감원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전망된다.
외환은행에 이어 11월 새 행장이 취임하는 국민은행과 통합은행으로 출범하는 한국씨티은행(한미+씨티)도 인력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연말을 앞두고 은행권의 노사간 갈등이 우려되고 있다.
10월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대주주인 외환은행은 지난 22~25일 4일 동안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원을 접수한 결과, 350여명이 퇴직을 신청했다. 외환은행은 당초 최대 985명을 줄이기로 한 상태였기 때문에 35%에 불과한 수준. 외환은행은 향후 정리해고 등으로 강제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희망퇴직은 이번으로 끝나며, 앞으로 추가 인원구조조정에 대해서는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퇴출 부족분 630여명에 대해서는 대기발령 등 인사조치에 따른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외환은행은 "현재 저수익 점포 중심의 영업망 개편과 비은행업무 부문 인력의 아웃소싱 등으로 자연스럽게 인력 구조조정을 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강제 정리해고라는 '칼'을 언제라도 빼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노조 관계자는 "지금껏 많은 직원들이 경영진 측의 압력과 압박을 받아 희망퇴직 희망서를 제출한 상태이기 때문에 추가로 나갈 사람은 없어 보인다"면서 "희망퇴직서를 낸 직원들을 파악해 앞으로 대응방안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환은행은 올 초 외환카드 합병 당시에도 희망퇴직 신청인원이 은행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자 정리해고 방침을 밝혀 노조를 압박한 뒤 정규직원의 35%를 희망퇴직 시키는 구조조정안을 관철시킨 바 있다.
은행 관계자는 "론스타는 외환카드 감원 때도 여론에 상관하지 않고 인력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밀어붙였다"며 "지금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인력을 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여의치 않으면 정리해고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11월 1일 신임 행장이 취임하는 국민은행과 같은 날 통합은행으로 출범하는 한국씨티은행도 인력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강정원 행장 내정자가 정식으로 취임하고 새로운 경영체제가 구축되면, 대대적인 인사개편과 함께 명예퇴직 등으로 인력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에서는 국민은행이 올해와 내년 초에 계약이 끝나는 1천500명 정도의 계약직 직원들을 재계약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은 "인력 구조조정은 새로운 경영진이 구성돼야 결정될 사안이고, 현재 계약직에 대한 감원이나 감축 등 인력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고 밝히면서도 "통합 이후 매년 실시해 온 명예퇴직은 올해도 이뤄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2001년 통합 이후 매년 500명에 가까운 인력을 명예퇴직 시켰으며 올해도 현재 진행중인 임단협이 끝나고 강 내정자가 취임하면 500여명선의 명예 퇴직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강정원 행장 내정자는 과거 서울은행장 재임 당시 1천100여명의 직원을 구조조정 한 경력이 있어, 어떤 식으로든 국민은행의 인력 구조조정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씨티은행도 "지금까지는 통합 후에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합병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인력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금융계는 관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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