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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시·도지사들의 28일 청와대 간담회는 2시간 이상 열띤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노 대통령은 "국회 결의를 믿고 정책을 추진하다 암초에 부딪혔다"며 "대통령 한번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시·도지사 의견은 ▲수도이전 강행 ▲이전포기, 균형발전·지방분권 강력 추진 ▲수도이전 새로운 대안 마련 ▲수도이전 전면 중단 등 크게 4가지로 분류됐다.
염홍철 대전시장, 심대평 충남지사, 이원종 충북지사 등은 수도이전 강행을 주장했다. 염 시장은 "꿩 대신 닭이라는 식으로, 조그만 행정도시를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명박 서울시장은 "신행정수도는 미래 동북아구상과 모순된다"며 포기를 요청했고, 손학규 경기지사도 "헌재 결정을 편법으로 피해가는 변형된 수도이전 추진은 또 한번 국력낭비를 가져올 것"이라고 가세했다.
김진선 강원지사, 박준영 전남지사, 박맹우 울산시장 등은 헌재 결정을 받아들이면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쪽이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위헌 결정과 관련해 "투구가 찌그러지고 갑옷이 누더기가 되면 장수는 똑같은 실력과 법적 권한을 갖고 있어도 영(令)이 안서고, 얼룩 묻은 도포를 입은 선비는 위엄을 갖출 수 없다. 지금 어려운 것은 암초에 부딪혀 투구가 좀 찌그러진 상황"이라며 소회를 밝혔다. 또 한 참석자가 "충청도가 공황상태"라고 말하자 "우리도 헌재를 신뢰했다가 완전히 공황상태에 빠졌다"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그러나 수도이전을 강행하자는 의견에 대해 "헌재 결정에 저촉되는 일을 정부로서는 할 수 없다. 불가능하다"고 잘랐다. 수도이전을 당장 포기하자는 주장에도 "시끄러운 것을 접어버리고 가자고 하는데, 그렇게 해서 수도권 과밀이 해소되겠느냐"고 거부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행정기관 이전 외에 또 다른 과밀해소 방법이 있느냐"고 되물어 헌재가 수도 개념으로 정한 청와대, 국회 등 최고 헌법기관을 뺀 나머지 행정부처의 이전을 대안으로 염두에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노 대통령은 "정부 방침은 국가균형발전의 취지와 효과를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수도권 규제개혁 없이는 서울이 새로운 동북아 경제중심도시가 될 수 없고 ▲수도권 규제개혁은 지방의 동의가 반드시 있어야 하며 ▲지방의 동의를 얻기 위해 획기적인 지방발전 전략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로 수도이전 대안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행정부처-공공기관-혁신도시 등 3개가 유기적으로 결합돼야지 따로 떼어놓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간담회 직후 충청권 시·도지사 3명과 따로 만나 25분 동안 충청권 민심을 전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