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꽃이기도 하다가 총이 되기도 한다
시는 꽃이기도 하다가 총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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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혁명의 문학이 되어 2



군사정권부터 빨갱이 문학이니 어용문학이니, 순수문학이니 하는 말들이 있어왔습니다만 이 말들을 일거에 쓰러뜨릴 수 있는 논리가 있지요. 그것은 문인(시인, 소설가)은 산에 가서 꽃을 보고 노래할 줄 알고 세속에서 독재자를 만나면 비록 목숨이 경각에 매달릴지라도 그 독재자에게 칼을 겨눌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시인의 무기인 언어를 그처럼 다루면 그 언어는 꽃이 되기도 하고 칼이 되기도 하고 활이 되기도 하고 총이 되기도 하고 어항속의 예쁜 금붕어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세상의 많은 시인들은 자기가 꽃만 갖고 있으면 그 꽃만 최고인줄 알고 활과 칼과 총은 잘못된 언어이며 잘못된 삶이며 철저한 자기 독선으로 문학을 왜곡하지요.

거꾸로 총과 칼과 활을 가진 이는 총, 칼, 활만 최고인 줄 알았지 산속의 이름 모를 꽃과 동짓달의 하현달과 봄밤의 뻐꾸기 , 금붕어 따위는 무조건 짓밟아버릴려는 사고는 문학에 대한 철저한 경직성를 부르게 되지요.

세상이 어지러우면 시인은 어지럽게 하는 대상을 향하여 총과 칼과 활을 사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세상이 요순시대로 접어들면 동짓달의 하현달이 되기도 하고 가을 코스모스가 되기도 해야지요. 아! 가슴 따뜻한 어느 老 혁명가의 백발눈썹처럼 말입니다.

저는 지리산의 이현상 선생과 전봉준, 김수영과 박봉우 시인. 이들을 닮고자 노력합니다. 반면에 저는 민통선 산에 떠있는 하현달을 좋아하는 글쟁이입니다. 뻐꾸기도 좋아하고 진달래도 좋아하고 소쩍새도 마냥 좋아하는 ........

하지만 저자거리에 폭정의 사내가 나타난다면 언제든지 민통선의 칼을 들고 하산할 준비가 되어있는 그런 못난 글쟁이기도 하지요. 그것을 욕한다면 어쩔 수 없이 욕을 들어야겠지요. 참다운 혁명가라면 그런 비난은 철저히 묵살하고 불의에 항거하는 대담한 실천성을 갖고 있어야겠지요.

사랑과 열정과 혁명의 꽃, 이 모든 것을 들고 있는 글쟁이가 되고 싶습니다. 아아! 이 세상 예수 같은 꽃, 예수 같은 칼과 총이 되고 싶습니다. 귀신예수가 아닌 진정한 참 예수/ 그 젊은 사내 같은 문학 , 그런 문학을 하고 싶습니다.

오늘도 도심의 그늘에서 삶을 향해 총총히 뛰시고 계실 김 시인님께 시론이란 명분으로 넋두리를 털어놓았습니다.

이제, 오늘에서야 시론에 대한 짐을 내려놓겠습니다. 달섬 동지들에게 안부전하시고 사랑, 사랑한다 전해주십시오. 간다간다 하면서도 민통선에 뿌려놓은 밭갈이에 자꾸 비가 내려 이곳을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삶에 비가 조금 그치면 여유롭게 달섬을 향하여 총총걸음 하겠습니다. 다음은 김문억 선배님께 몽당연필을 넘깁니다.

건강하십시오. 살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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