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철의 시는 맑은 시냇물에 잠시 발을 담그고 흐르는 풍경 속에 자기 얼굴을 비추어 보듯 물길을 거스르지 않고 물길을 따라 세계를 바라보는 심상心象이다.
모르면서 아는 척이 아니라 짐짓 알면서도 모른 척 시침을 떼고 세상의 풍경을 시로 그려내고 있다. 아무리 분주한 인생이라도 곤고한 발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을 시인은 노래하고 있다.
그래, 안다 / 이제는 돌아서 늦기 전에 / 집을 향해 가야 한다는 것을 / 이제는 발이 / 그 길을 더 잘 알고 있다는 것을 // 혼자 있을 때면 / 이제껏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 틈만 나면 구두를 벗고 / 두 발을 어루만지며 / 발과의 행복한 귀향을 꿈꾼다
-「발을 사랑하기로 했다」부분
요즘 시(인)들은 뭔가 앞서 있어야 하며, 뭔가 가르쳐야 하며, 뭔가 비틀어야한다는 강박감에 매여 있지 않나 고민하던 차에 윤재철시인의 시집 능소화를 읽으면서 뭘 안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은 허위의 껍질을 벗겨내는 자책도 함께 느끼게 했다.
윤재철의 시편은 승자 중심의 인위적인 문화를 거부하고, 주어진 것을 귀히 여기며 무구한 모습으로 자연의 섭리대로 살아가는 삶, 자연 그대로를 관조하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육화된 시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윤재철 시중에 ‘생각은 새와 같아서 / 금세 저기 있다가도 없다 (중략) 그러나 마음 깊은 곳에 / 길은 다시 이어지고 / 그 길가 무성한 나무숲은 / 제 스스로 새들을 풀어내니 // 잊었던 사람 생각도 / 스스로 그러하리라’ (「생각은 새와 같아서」 부분)라고 노래했던 그의 시정신이 이번 시편에도 계속된다.
배설욕의 도구로서 자연을 바라보거나 자기를 드러내는 수단으로서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상호적 이해로서 세계와 자신, 인생과 시간을 낯설지 않게 연결하고 있다. 그야말로 드러나지 않아 스치기 쉬운 곳, 낮은 곳으로 마음을 두는 상선약수上善若水의 덕을 지님으로 비로소 자신도, 자연도, 시도 함께 넉넉해지는 것을 윤재철 시편들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
시인은 능청스러운 현답賢答으로 삶과 죽음을 넘나든다.
함께 웃으며 함께 밥을 먹지만 / 끝내는 같이 갈 수없는 길 / 아무 도 몰래 예비 된 것처럼 / 어느 날은 문득 우수수 낙엽지고 / 종내는 혼자 가야하는 길 - 「식당가는 길 」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