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는 인생의 마지막 기회다
은퇴는 인생의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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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생활 백서’ ‘은퇴 없는 삶을 위한 전략 ’자화상‘

지금 우리 사회는 명예퇴직자와 더불어 날이 갈수록 노인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아울러 평균 수명이 점점 길어지면서 인생 끝자락을 젊은 때 못지않게 열심히 일을 하면서 삶을 더 멋지고 즐겁게 살아가려는 어르신들의 은빛 꿈 또한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5년 5월 현재 우리나라 노인인구의 비율은 9%로 대표적 노령국가인 일본과 이탈리아에 비해 절반도 안 된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오는 2030년부터는 우리나라 노인인구 비율이 24%로 늘어나 세계 평균의 두 배를 넘어서게 되며, 2050년에는 전체 인구의 37%까지 늘어나 세계 최고의 노령국가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또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대비 노인의 비율 또한 2005년 12.6%에서 2010년에는 14.9%, 2020년 21.8%, 2030년 37.3%, 2050년 69.4%가 될 것으로 어림짐작했다. 이는 오는 2050년이 되면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10명이 노인 7명을 책임져야 하는 큰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요즈음 우리 사회에는 '99-88이냐? 88-99냐?'라는 말까지 떠돌고 있다. 즉, '99세까지 팔팔하게 사느냐', 아니면 '88세까지 구질구질하게 사느냐', 라는 뜻이다. 이는 곧 정부에서 아무리 노인복지정책을 잘 펴고 우리 경제가 눈에 띄게 발전한다 하더라도 자신의 건강이 무너지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과 다름없다.

그래서일까. 요즈음 서점가에 나가보면 조기은퇴자와 노인들의 행복한 은빛 인생을 이모작하는 책들이 수두룩하게 나와 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책이 에니 J. 젤렌스키의 <은퇴생활 백서>와 데이비드 마호니와 리처드 레스택이 함께 지은 <은퇴 없는 삶을 위한 전략>, 정신과 전문의 이종욱 시인이 쓴 <자화상>이다.


직장은 원하는 삶을 사는 데 있어서 장애물일 수도 있다

어느날 갑자기 그동안 잘 다니는 직장에서 명예퇴직을 하라고 한다면 그대는 어찌할 것인가. 그것도 정년퇴직이 한창 남은 나이에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한다면 어쩔 줄 몰라 마구 허둥댈 것인가. 아니면 은퇴를 오히려 호기로 삼아 웃으며 나올 것인가.

"은퇴는 인생의 마지막 기회이다. 과거에 집착하는 나를 잊고 오롯한 자아로의 회귀를 꿈꾸며 내적 평화와 행복감을 찾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당신도 놀랄 정도로, 4~50년간의 직장생활을 청산한 뒤 맞이한 은퇴생활은 새롭고 흥미진진한 기회들로 가득 차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머리말' 몇 토막

캐나다 앨버타 대학교의 공학박사와 MBA 학위를 갖고 있는 전업작가 어니 J. 젤렌스키가 쓴 <은퇴생활 백서>(와이즈북, 김상우 옮김)는 은퇴야말로 인생 최고의 기회를 새롭게 만들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못박는다. 더불어 그동안 식의주에 따른 직장생활이 장애물이 되어 저만치 내팽개쳐 둔 제2의 인생을 꿈꿀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속삭인다.

어니 J. 젤렌스키는 정말 살맛나는 제2의 새로운 은빛 인생을 위한 은퇴생활백서 8가지를 예로 들며, "은퇴는 잠잘 때가 아니라 세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때"라고 귀띔한다. '오, 은퇴라니! 하느님 감사합니다', '평생 배워라', '친구가 재산이다', '여행을 벗삼아라', '은퇴생활을 위한 최적의 장소' 등이 그것.

이 책의 백미는 은퇴를 자기 앞에 놓인 큰 절벽이나 절망, 위기 따위로 보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 여기며 기쁘게 받아들이는 데 있다. 왜냐하면 은퇴야말로 그동안 숨가쁜 조직생활에 부대끼며 까맣게 잊고 있었던 자신의 심리와 육체, 정신을 훨씬 더 잘 이해하고 추스를 수 있는 은빛 시간을 벌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은퇴생활 백서>는 앞으로 은퇴하게 될 40~50대뿐만 아니라 은퇴를 코앞에 두고 있거나 지금 은퇴생활을 하고 있는 60~70대를 위한 은퇴생활 길라잡이다. 지금까지 서점에 나와 있는 은퇴와 관련된 책들이 돈이나 건강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본다면 이 책은 시간관리, 자기계발, 인간관계, 여가생활 등 제2의 인생을 위한 탄탄한 주춧돌을 다진다.

뇌에도 마음이 있다, 뇌를 알아야 이모작을 할 수 있다

"우리의 뇌는 성숙하면서 다른 식으로 정보를 처리한다. 그것은 심화되고 풍요로워지는 과정이며 결국 전통적으로 지혜라고 부르는 것을 얻게 된다. 나이에 상관없이 지혜를 터득할 수 있지만 보통은 어느 정도의 인생 경험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는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면서 보다 현명해질 수 있다." -72쪽, '가능한 한 뇌에 대해 많이 알아라' 몇 토막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행복하고 즐거운 노년으로 가는 지름길은 없을까? 농부들이 논에서 벼를 거두었다고 해서 그 논을 그대로 놀리지 않고 다시 보리나, 마늘, 양파 농사를 짓듯이 인생을 이모작하는 길은 정말 없는 것일까? 21세기는 100세 노인의 시대가 된다는데, 나는 과연 100세까지 살 수 있을까?

있다. 여덟 명의 노벨상 수상자와 세계의 뇌과학자 2백여 명이 모여 있는 '유럽데이나뇌연합' 의장으로 있는 데이비드 마호니와 미국 신경과와 정신과 전문의 리처드 레스택이 쓴 <은퇴 없는 삶을 위한 전략>(허원미디어, 유은실 옮김)이란 한 권의 책 속에 아름다운 노년을 위한 31가지 지름길이 놓여 있다.

노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라, 뇌를 부지런히 사용하라, 낙천적으로 살아라, 다른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함으로써 자신의 품격을 높여라, 컴맹에서 탈출하고 이메일l을 사용하라, 신문의 부고난을 들여다보지 마라, 몸의 건강을 위해 우선순위를 정하라, 미래를 생각하며 음식을 선택하라, 과학 정보를 빨리 받아들여라, 등이 그것.

은퇴 없는 삶이란 곧 자신의 뇌를 적극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인생을 이모작하라는 말과 다름 없다. 이 책의 공동 저자 데이비드 마호니는 뇌에 관한 새로운 지식이 장수전략의 분수령이며, "뇌에도 마음이 있다"고 귀띔한다. 이는 곧 자신의 뇌에 대해서 제대로 알기만 하면 나이를 먹는 것은 막을 수 없어도 늙는 것만은 얼마든지 막아낼 수 있다는 것.

<은퇴 없는 삶을 위한 전략>은 '이렇게 하면 몇 년을 더 살 수 있다'라는 허무맹랑한 감언이설이나 마구 퍼뜨리는 그런 섣부른 책이 아니다. 이 책은 델포이 신전(아폴론 신이 신탁을 내리던 곳) 기둥에 적혀 있던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을 소크라테스가 퍼뜨린 것처럼 '네 뇌를 알라'고 퍼뜨린다. 그래야 은퇴 없는 인생을 오래 누리며 오래 즐길 수 있다는 것.

내 자화상의 바탕색은 붉게 물든 노을빛

은빛 머리칼이 점점 늘어나는 정신과 의사들은 이 세상과 이 세상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들은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늙어가는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또 무슨 생각을 할까. 그들 또한 주변의 명예퇴직자나 늙은이들처럼 우울증에 걸리기도 하고, 회한에 잠겨 제2의 새로운 인생을 꿈꾸기도 하는 것일까.

"만족한 자화상이야 평생 그려질 수 있으랴마는 그래도 좀 더 나은 자화상이 그려질 때까지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아름답게 살아보련다. 그래서 내 여생 거기에 붉게 물든 노을을 그릴 수 있다면 그 노을을 내 자화상의 바탕색으로 칠하겠노라" -12쪽, '자화상' 몇 토막

경남 마산에서 신경정신과 전문의를 열고 있는 시인 이종욱이 수필집 <자화상>(도서출판 경남)을 펴냈다. '어느 정신과 의사의 세상보기'란 덧글이 붙어있는 이 책에는 화살처럼 재빠르게 흘러간 지난 세월을 차분하게 회억하며 다가오는 은빛 인생을 새롭게 받아들이려는 한 정신과 의사의 은빛 희망이 엿보인다.

이종욱은 머리글에서 "세상 모두가 아름답게- 진지하게- 맛깔 있게- 색깔도 곱게 써져야 할 소재들이건만- 둘러볼수록 내 눈에는 세상이 마땅치 않거니와 척박해서 막상 글로 옮길라치면 글은 투정으로 매끄럽지 못하거니와 글의 색깔도 맛깔도 향기도 없고 끼(氣)도 없는 글이 되어버리고 만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그는 결국 글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자신의 삶이 깊지도 그윽하지도 향기롭지도 못했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즉, 나이가 들어 다른 사람의 귀감도 되지 못하는 삶의 흔적을 책으로 남기려 하는 것은 '이렇게 살아온 사람도 있었습니다'라는 것을 뭇 사람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그 사람들의 삶에 새로운 밑거름이 되고 싶다는 것.

<자화상>은 지난 삶의 흔적을 물꼬로 삼아 다가오는 노년을 더욱 알차고 빛나게 살아내고 싶다는 은빛 인생과의 굳은 약속이다. 이종욱은 "사람이 백세를 넘어 장수한다 해도 사람답게 사는 시간"이 더욱 중요하다고 여긴다. 이 책은 사람의 수명이 천 년이 된다 하더라도 남에게 '해로움이 없는 삶, 베푸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은빛 화두를 툭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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