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간 사이 '빈 집'에 살고 있던 여인
휴가 간 사이 '빈 집'에 살고 있던 여인
  • 이문원
  • 승인 2004.10.30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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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거주인'이 원하던 것은 '빈 집'이었을까 아니면 '새로운 신분'이었을까
벌써 미국인들이 김기덕 감독의 베니스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빈 집'을 관람한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인생이 예술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이 인생을 '예측'해내는 역할까지도 겸하는 것인가? 최근 미국 조지아주의 더글라스 카운티에서는 마치 한국영화 '빈 집'의 설정과 지극히 유사한 사건이 발생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바로, 약 2주 반 가량 그리스 여행을 마치고 들어온 더글라스 카운티 주민 비벌리 미첼이 집으로 돌아와보자, 얼굴조차 못 적 없는 한 중년 여성이 너무나도 태연하게 자신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었기 때문. 그냥 들어와 살기만 한 것으로도 모자라, 이 여인은 집주인이 걸어놓은 그림을 떼어내고 방 색깔도 자신의 취향대로 새롭게 칠한 뒤 집주인의 옷을 입으며 '유유자적' 살고 있었건 것이다. 이 놀라운 '빈 집의 여인'은 54세의 비버리 발렌타인이라는 인물로 밝혀졌으며, 그녀는 현재 더글라스 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되어 유죄가 인정될 경우 1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도 있다. 한편, 집주인 미첼이나 이를 지켜 본 경찰관들을 모두 경악케 한 에피소드는 더 있다. 발렌타인은 자신의 차를 미첼의 집 앞에 주차시켜 놓는 과감함을 보인 것은 물론, 전기도 자신의 이름으로 사용자 명의를 바꿔놓고, 자신의 쓰던 세탁기를 미첼의 집에 들여놓고는, 자신이 기르던 개까지 이 '빈 집'으로 끌어들여 완벽하게 자신의 '새 보금자리'를 꾸며놓고 있었다. 과연 발렌타인이 원하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빈 집'인가, 아니면 '새로운 신분'인가? 법정결과보다도 발렌타인의 심리감정이 더 궁금증을 일으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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