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전 10시, 목동 CBS 사옥 지하 3층, TV 토론 프로그램 <크리스천 Q>(PD 최영준, 진행 변상욱 대기자) 녹화현장은 ‘기독교’란 사회현상을 놓고 팽팽한 접전이 벌어진 토론회였다. 특히 이날 토론회는 지난 11월 23일 한국교회언론회가 주최한 <안티기독교와의 대화> 열기를 능가한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교회언론회> 이억주 목사가 먼저 토론의 포문을 열었다. 이 목사는 기독교계의 북한돕기, 태안 앞바다 원유 유출사고 봉사활동을 언급하면서 “교회가 어느 사회단체보다 많은 기여를 했다고 본다"고 자체 평가를 내린 뒤 "그런데도 안티기독교의 폭력적 비방을 받는 것은 억울한 일"이라며 안티기독교의 비판에 부당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한의사 고은광순씨는 "올 한해 폭력적인 비방을 하는 안티들이 많이 생겼다는 것은, 기독교가 그들을 먼저 공격했기 때문에 그들이 그렇게 폭력적으로 저항하는 게 아닌가. 나는 공격하지 않았는데 상대가 폭력적으로 공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를 잘 살펴봐야 한다“며 기독교의 자성을 촉구했다.
조성돈 목사는 “요즘 목사님들을 만나보면 한국 교회가 이대로는 안 된다고 하는 문제의식이 있다”며 한국 교회에 개혁의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기독교시민연합> 회장 이찬경씨는 영상화면을 통해 "우리는 기독교를 새로운 미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기독교가 없어져야 한다.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래디컬한 주장을 펼쳤다.
이씨는 이어 "요즘 기독교가 많이 비판을 받으니까 일부 교회에서는 개혁하고 개선하면 그런 비난을 피할 수 있지 않겠냐고 주장한다. 그러나 만약 기독교 입장에서 통일교나 정명석교를 개혁한다고 하면 받아들이겠나? 기독교 또한 개혁해봐야 한계가 분명하다고 본다"고 강경한 자세로 일관했다.
논란은 이랜드 사태로 이어졌다. 진행을 맡은 변상욱 대기자가 "이랜드가 ‘기독교기업’이기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 등 약자를 대하는 태도도 일반 기업과는 달라야 한다는 정서가 많다"고 지적한 데 이어 "NCC와 한기총이 중재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랜드 사태가 어떻게 해결돼야 하는가"에 대해 패널의 의견을 물었다.
이억주 목사는 "이 사건을 통해 알아야 하는 건 기업이나 노동자나 ‘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폭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면 옳은 방법 아니고 사회정의도 지켜지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매출 제로 운동, 매장 폐쇄운동 등은 이것은 기업을 망하게 하겠다는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종교법인법추진시민연대>에서 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장 조용기 목사를 '부동산실명제' 위반 혐의로 고소한 상태에서 기소 여부는 미결이나 종교계의 관행인 '명의신탁' 문제의 경우 법적 준수 여부에 대해 이억주 목사가 어떤 의견을 갖고 싶은가 묻고 싶은 대목이다.
고은광순 선생은 이랜드 사태에 대해 "사장님이 기독교인인데 평소 성경에 노조가 없다고 하고, 대량 해고를 하고, 직원들에게 기독교를 강요하고, 기도를 강요한 것도 폭력"이라며 "노조 활동은 권리인데, 그걸 공권력을 이용해서 물리적으로 해산하려고 하니까 문제가 커진 것"이라고 주장한 뒤 ‘사랑과 희생과 평화’를 외친 예수가 강조한 도덕으로 “노동자들을 감쌌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며 노조 쪽 입장을 옹호했다.
이랜드기업 사태에 이어 논란의 물꼬는 올해 한국 교회와 사회를 충격에 빠뜨리면서 안티기독교 진영의 집중 공격을 받은 분당샘물교회 아프카니스탄 피랍사태로 터져나갔다.
변상욱 대기자는 피랍된 사람들의 목숨이 위험한 상태임에도 “악플을 비롯해 비난여론이 높았다”며 기독교에 대한 한국 사회의 노골적인 반감에 대해 패널들의 의견을 물었다.
조성돈 교수는 "이번 사건 통해 교회가 많은 반성을 했다“며 ”요즘 교계에서는 사회와 소통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게 된 것은 ‘아프간 피랍사태 충격’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은광순 선생은 "선교 자제 등 변하는 모습을 보기는 한다"고 일단 조 교수의 말에 동의를 표한 뒤 "다른 사람을 선교하려고 하면 그 사람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고은광순 선생은 이어 "'예수천당 불신지옥(예천불지)'은 너무나 보편적이다. 그런데 만약 '부처극락 불신지옥' 이런 글귀를 가는 곳마다 강요한다면 어떻겠는가? 선교한다거나 개종한다거나 그럴 때 강요하면 안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내 주장만 하는 것도 ‘폭력’이라며 기독교 선교와 전도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이억주 목사는 "그런데 사실은 아프칸에 가지 말라고 한 게 아니고, 경계국가이니까, 그래서 조심하라. 경계하라. 그런 수준인데 정부 명령을 무시했다"고 오도된 점이 있었다며 병인양요에서 숨진 신부들의 예를 거론하며 악플러들의 지나친 주장을 비판했다.
이 목사가 악플러들을 비판하고 나오자 고은광순 선생은 "그 시대는 제국주의 시대 아닌가? 일본이 한국을 침략하고, 프랑스가 베트남을 침략하는 등 점령의 일환으로 종교가 이용됐다"며 "기독교가 항상 전쟁의 중심에 있다고 하는 것도 악플러들 주장인가. 악플러들 태생 자체가 잘못된 인간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교회는 전도와 선교를 구분한다. 그래서 선교는 전인적인 도움을 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회 안에서는 이 둘을 정확히 구분해서 추진하고 있다"며 "아프간의 경우, 전도나 이슬람 개종을 원한 것은 제가 아는 한 없었고, 거기 가서 봉사를 했던 것"이라며 자신이 출석하고 있는 분당샘물교회 단기 선교팀을 감싸안았다.
이어 기독교 소멸을 주장하는 강경파 안티기독교 움직임에 대해 고은광순 선생은 "안티 기독교가 왜 저러는지 알아야 한다. 만약 '이 도시를 부처님께 봉헌하겠다'는 게 (여기저기) 붙어있으면 어떻겠나? 그런데 기독교에서는 실제로 이런 움직임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성시화 운동을 끄집어냈다.
이어 고은광순씨는 "우리나라는 기독교 천국이다. 정치 지도자들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예수는 사회적 약자를 돌보려고 했다. 이것은 초기 한국사회에서 기독교의 역할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권력을 가지고 사회를 흔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우리나라 문제점 중의 하나가 바로 종교보다는 민족주의가 앞서 있다. 우리가 무조건 하나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우리를 지배하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한 뒤 "선교를 하고 종교적 신념을 드러내는 건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라고 소신을 밝혔다.
조 교수는 또 "안티들은 기독교가 없어져야 한다고 했는데, 그것도 문제 아닌가? 기독교가 반사회적이라고 주장하면서 잘못된 부분만 보려고 하고 강조하는 것도 문제"라고 안티기독교 진영을 비판했다.
이억주 목사는 "안티 기독교 눈에서 보면 기독교 잘한 거 하나도 없다"고 말하고 "이명박씨가 서울시장에 있을 때 자기가 신앙 간증을 한 것"이라며 그것은 ‘종교의 자유’라며 서울봉헌 발언을 옹호하고 나섰다.
이 목사는 특히 성시화 운동에 대해 “사회가 굉장히 세속화되어 있고, 세속화는 걷잡을 수 없어 윤리도덕이 타락하고 있다. 가정주부들 중 50% 이상이 남자친구가 있다는 말도 있다. 사회가 심각하다보니 법조인들이 중심이 돼서 곳곳에서 기도 운동을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목사는 주부의 걷잡을 수 없는 바람끼로 드러난 윤리적 파탄 때문에 성시화 운동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개진한 것이었다.
이 목사는 이어 '개독교', '먹사', '똥경' 등 안티기독교인들이 사용하는 악의적 용어를 소개하며 안티기독교인들을 질타하고 나서자 고은광순 선생은 '기저귀 발언'을 끄집어내는 것으로 맞서 양측의 긴장감은 곧 끊어질 듯이 고조됐다.
‘기저귀 사건’이란 개신교계의 주요 종교지도자가 여성을 비하하여 극단적으로 수치심을 자극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추문성 사건.
2003년 11월 12일 오전 11시 서울 동작구 사당동 총신대학교 채플 시간에 전교생 80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측 총 회장인 임태득(대구 대명교회 당회장) 목사가 “우리교단에서 여자가 목사안수를 받는다는 것은 턱도 없다”며 “여자가 기저귀차고 어디 강단에 올라와”라고 말해 여성계는 무론이요 종교계 일각에까지 물의를 빚은 사건이다.(문화일보 참조)
변상욱 대기자는 "안티기독교단체의 구성원들을 보면, 교회를 다니다가 떠난 사람들이 많다. 이런 문제는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억주 목사는 이에 대해 "(교회를 떠나 안티기독교 활동을 하는 이들은) 기독교인으로서 거룩해지지 못하고, 변화되지 못한 사람들, 교회 언저리에만 있던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해서 교회에 책임이 없는 건 아니다.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은광순 선생은 "천주교나 불교에 대해서는 안티들이 이렇게 극렬하지 않다“고 전제한 뒤 기독교에 대한 반감은 ”교리의 문제가 아니고, 기독교인들이 정말 시민들을 불편하게 한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가르치려고 하고, 우월감 가지고 있고, 무리하게 지나친 간섭과 강요 등 이런 게 싫다는 것"이라고 안티 입장을 밝혔다.
변상욱 대기자는 이어 "안티기독교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한국교회가 안티를 넘어서 긍정의 종교로 거듭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거리에서 만난 기독교인들은 영상녹화를 통해 안티기독교인들에 대해 "공감한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삶의 현장에서 기독교인들이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하면서도 "예수님 자체를 부정한 건 잘못"이라고 주장해 안티기독교인들과의 사고의 급격한 편차를 드러냈다. 급진적인 안티기독교인들은 예수를 ‘허구’나 ‘날조’ 내지 유대인의 ‘메시야 신화’ 정도로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일반적이다.
"교회의 잘못도 분명 있으므로 우리의 모습을 돌아봐야 한다"는 식의 해묵은 기독교계의 자성론 역시 안티기독교인들과의 간극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앞서도 밝혔듯이 기독교 자체를 신종 미신으로 보고 있는 과격파들이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 과연 미신을 개혁하면 그것이 바르게 될 수 있는가 하는 철학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 미신은 타파한다고 말하는 게 상식이지 개혁한다고는 말하지 않지 않은가.
이날 토론은 기독교와 세상과의 소통 문제도 토론대상으로 떠올랐다. 이억주 목사는 "기독교인들이 불상을 파괴한 일이 있다면 진정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말한 데 이어 "배타성은 옳지 않다"고 인정했다. 이 목사는 이어 "영적인 싸움의 과정에서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으면 사과해야 하고, 복음에 충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억주 목사의 이 발언은 ‘땅끝까지 복음을 전파하라’는 절대교리를 못박아 놓은 성경 구절 자체를 수정하지 않거나 상상을 초월하여 유연하게 해석하지 않고서는 기독교의 배타성은 태생적이라는 안티들의 주장이 훨씬 설득력이 있음을 인정하게 하는 대목이다.
기독교의 배타성이 태생적이라면 기독교는 민족주의나 다른 이념들을 이기고 기독교중심주의적 세계 건설이란 원대한 목표를 포기할 수 없는 입장이라는 점 또한 이번 토론에서 불거져나온 문제거리 중 하나라는 게 필자의 소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