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에 회사 측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 논란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이미 대교는 지난해부터 학습지 교사들과 대립각을 세운 바 있어 금번 신사업 부문의 대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학습지 교사에 무지한 중국 원어민 이용한 위태로운 영업 논란
위축되는 시장에 떠오르는 차이홍에서 노조와 갈등기류 확산
대교와 전국학습지산업노조 대교지부(이하 학습지노조)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학습노조는 대교 측이 학습지 브랜드 ‘차이홍 중국어(이하 차이홍)’의 교사에게 부당 영업 강요 및 급여를 미지급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회사 측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하고 나서며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사실 학습지노조와 학습지 업체의 신경전은 이미 대부분의 학습지 업체에서 진행됐거나 진행 중인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교의 이번 논란이 업계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이유는 바로 논란의 현장이 대교의 새로운 사업비전으로 제시된 학습지 차이홍인 탓이다.
포화 시장에서 신사업으로
대교는 눈높이, 차이홍, 소빅스 등을 방문 판매하는 학습지시장 국내 1위 업체다. 하지만 대교 1위의 위상은 예년만 하지 않다. 대교의 매출액에서 약 88%를 차지하고 있는 학습지 사업은 2001년 이후 구몬과 웅진싱크빅 등 후발주자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01년 47.7%였던 점유율은 2006년 38.7%로 하락했고 올해 초 국ㆍ영ㆍ수 주요 과목에 대한 10% 학습지 단가인상을 단행한 후, 시장 점유율은 재차하락 했다.
때문에 성장세가 가파른 차이홍이 업계의 시선을 끄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차이홍은 2005년 9월 대교에 인수된 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어 학습지다. 중국어 원어민을 교사로 채용한다는 새로운 방식으로 아동만이 아니라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등, 기존의 학습지의 사업방침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실제 시장의 반응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5년 인수 당시 3천명에 불과했던 차이홍의 회원수는 현재 5만명을 돌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그 성장 뒤에 이는 잡음이다. 학습지노조 측은 이에 대해 “기존의 학습지 회사들이 관행처럼 되풀이 해 왔던 악습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습지 교사에게 부당한 영업을 강요하거나 휴회 홀딩, 퇴직자 수수료 미지급 등의 행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휴회 홀딩이란 회원의 학습지 구독 중단 요구를 회사 측에서 받아주지 않아 교사가 받아줄 때까지 회비를 대납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에 대교 측 관계자는 “부당행위에 대한 회사 측 고충처리위원회 및 처리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가 있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무엇보다 휴회 처리는 내부 온라인 업무처리 시스템 ‘드림스(dreams)’를 통해 교사 본인이 처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노조 측의 입장은 정 반대다 학습지노조 조정란 대교지부장은 “차이홍의 경우 드림스를 아예 교사들이 접속할 수 없게끔 했다”면서 “일부 교사는 ‘드림스가 뭐냐’고 묻기까지 했다”고 반박했다. 때문에 휴회를 교사들이 등록할 수 없었고, 영업지점 관리직원을 통해 휴회나 실적을 입력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조 지부장은 “이 관리직원이 휴회를 받아주지 않는다면 교사가 그 손실을 고스란히 짊어져야 했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회사 측에서 퇴직교사의 임금을 주지 않는 등 악질적인 성과 올리기라고 지적했다. 교사들이 그만두면서 회사 측으로부터 받아야 할 돈을 ‘회비 미지급’ 등의 이유로 주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교사들이 회원들의 회비를 받아 회사에 납부한 후, 거기에 대한 임금을 수수료 형식으로 되돌려 받는데, 퇴직자들이 이를 받지 못했다는 것.
대교 관계자는 “중국인 교사들의 직장 문화가 크게 달라 책임감 없이 도중에 그만두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 과정에서 회사에 회원의 회비가 입금이 안 돼 도리어 교사들로부터 받아야 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드림스 논란도 원어민 교사들이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해 관리자가 대신 업무처리를 해준 것 뿐”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논쟁은 조만간 수면위로 떠오를 예정이다. 학습지노조 측이 근거자료를 입수, 회사 측에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습지노조 측은 “그만 두게 해 달라고 해도 관리자가 교사를 붙잡는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참다 참다 안 되니 뛰쳐나갔는데 문화차이라는 핑계로 무지한 원어민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과도한 실적추구의 인한 잡음?
이미 대교와 학습지노조 사이에서는 첨예한 갈등에 휘말린 바 있다. 부당영업 강요, 노조탄압 등의 이유였다. 주목할 것은 당시 이로 인해 쓴맛을 본 대교가 왜 다시 이런 관행을 되풀이하는 것이냐는 점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신사업 발굴에 대한 대교의 위기감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대교그룹은 지난해 특목고 입시전문 학원인 페르마에듀를 인수하고 교과서 사업 진출 계획을 잡는 등 신사업 발굴에 발이 바쁘다. 하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사업은 현재 차이홍이 유일하다. 때문에 성공적 실적을 보이는 차이홍에 대한 기대야 두말 할 것 없는 상황. 따라서 이 실적 올리기를 위한 ‘과도’한 영업을 감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이에 학습지노조 관련자는 “차이홍의 성장 뒤에는 적지 않은 교사들이 피해를 봐 왔다”면서 “대교에서 사라진 토요일 근무, 오전 홍보 등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노동은 하는데 노동자는 아니라고?
대교와 학습지노조의 갈등이 봉합됐던 것은 지난해 9월이다. 당시 천막농성으로 300일간 투쟁했던 노조와 사측이 교섭하면서 이뤄진 것이다. 당시 대교지부장이 일방적인 대교 측의 해고(계약해지)를 당했고 이에 반발한 학습노조원 들이 반발하고 나섰었다.
사실 학습지노동자는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돼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회사와 고용관계가 아닌 계약관계로 사측의 일방적 계약해지는 물론이고 노동시간, 4대 보험의 혜택도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때문에 세간에서는 이런 반발이 시한폭탄이었다는 분석이다.
가장 노조와 첨예했던 곳도 바로 대교다. 학습지 업체의 매출 1위이며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은 국내 100대 부호 가운데 7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을 이렇게 키운 학습지교사에게는 부당한 대우를 하고 있다는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