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천국과 지옥 오간 회장님들의 ‘앉아서 돈벌기’ 백태
<신년특집>천국과 지옥 오간 회장님들의 ‘앉아서 돈벌기’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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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家 ‘싱글벙글’ 삼성家 ‘부글부글’

2007년 주식 시장은 유독 굴곡이 많았다. 국내 최초로 코스피 지수 2천 포인트를 돌파하는가 하면 연달아 등락을 거듭하며 적잖은 투자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적잖은 타격을 받는 것은 재벌총수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2007년은 그 희비가 명확히 갈라진 해이기도 하다. 주가 급등으로 앉아서 천문학적인 재산을 모은 재벌의 절묘한 주테크가 있었는가 하면 멍하니 수천억을 잃은 재벌도 존재한다. 2007년 한 해 동안 재벌총수들이 보유한 상장사 주식평가액을 <시사신문>이 파헤쳐봤다.

막대한 차익으로 주식부자 상위권 포진한 현대家 돋보여
본전도 못 찾은 삼성家 주테크, 작년 평가액에서 까먹었다

올해는 재벌의 주가총액 판도가 수차례 뒤집어지는 굴곡을 겪었다. 주가 상승을 통해 단번에 위상을 높인 재벌 총수가 있는가 하면 주가 하락에 주식 부자에서 슬그머니 체면을 구겼던 재벌 총수까지 있었다. 금융감독원와 한국증권선물거래소의 재벌가 주식평가액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박’과 ‘쪽박’의 엇갈리는 희비가 결코 적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천국으로 간 현대家

재계 관계자들은 2007년 최고의 주테크를 보여준 곳으로 단연 현대家를 꼽는다. 실제 올 한해 현대일가의 주가 상승은 눈을 휘둥그렇게 만든다. 단연 돋보이는 것은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 정몽준 회장이다. 2006년 12월28일 13만3천5백원이었던 현대중공업의 1주당 가격은 지난 12월26일 44만7천원까지 뛰어올랐다.

1년만에 무려 3백%이상의 경이적인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정 의원이 보유한 현대중공업 지분 10.80%(8백21만5주)의 차액으로 2007년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차액만 2조4천3백1억원에 달한다. 정몽준 회장의 12월21일 기준 주식평가액은 무려 3조4천6백46억원. 이로써 정 의원은 형인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 주식평가액 양대 강자를 누르고 명실공히 국내 주식부자 1위에 올랐다.

그 전까지 주식부자 1위를 지키던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동생에 밀려 2위로 밀려나야 했다. 하지만 주테크 성적이 나빴던 것은 아니다. 2006년 12월28일 2조8백30억원이던 정 회장의 주식평가액은 7천8백61억원의 차익을 통해 2조8천6백91억원을 달성했다. 정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도 3천5백25억원의 만만치 않은 차익을 얻었다.

지난 12월21일 정 사장의 주식평가액은 7천8백11억원으로 2007년 한 해 동안 약 두 배를 벌어드린 것이다. 이들의 이런 성공기에는 지난해 말 2만8천50원에서 지난 12월21일 종가기준 5만9천5백원으로 상승한 글로비스의 주가상승이 작용했다. 정의선 사장, 정몽구 회장이 보유한 글로비스 주식은 각각 78.27%(2천9백35만주)에 25.66%(9백62만2천4백63주)이른다.

지옥으로 간 삼성家

하지만 현대家의 막대한 차익에도 불구하고 주테크가 영 신통치 않은 곳도 있다. 삼성家가 바로 그곳. 한때 주식 부자로 늘 상위권에 랭크되던 이건희 회장은 지난해 12월28일 1조7천7백51억원의 주식평가액이 지난 12월21일 1조7천3백37억원으로 4백14억원이 줄었다. 이는 삼성전자 반도체의 실적부진으로 인한 주가하락과도 무관하지 않다. 삼성전자의 이건희 회장은 지분율 1.86%(2백73만9천9백39주), 이재용 전무는 0.57%(84만4백3주), 홍라희 성리움미술관장은 0.74%(1백8만3천72주)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기류는 삼성家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도 지난해 말 주식평가액 5천1백52억원에서 4천7백6억원으로 4백46억원이 감소했고,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관장도 6천6백39억원에서 6천65억원으로 5백74억원이 줄어들었다. 삼성일가의 방계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경우도 상속세를 현물납부하면서 1조1천6백6억원에서 1조9백26억원으로 6백80억원이 감소했다.

삼성家에서 차익을 본 것은 오히려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으로 꼽을 수 있다. 이 신세계 회장은 1조6천9백23원에서 2조1천6백49억원으로 4천7백26억원의 차익을 얻었으며 이 CJ 회장은 6천8백8억원에서 9천2백88억원으로 2천4백80억원 주식평가액이 증가했다.

후계자도 주테크로 돈방석

재벌가 후계구도에 따른 주테크도 시선을 끌었다.

최근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한화 주식 3백만주를 세 아들에게 증여하면서 신흥 주식부자로 그의 세 아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두산家도 박정원 두산 부회장을 비롯한 4세들이 올들어 대거 주식을 장내에서 매입하거나 증여받았다. 두산家의 경우 12월21일 종가기준으로 장손격인 박정원 두산그룹 부회장을 비롯해 박지원, 박태원씨 등 4촌 형제들 9명이 올들어 평균 850% 이상의 높은 지분가치 상승률을 기록, 1천억원대 이상의 주식 부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씨는 재벌총수 후계자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현재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유학 중인 구광모 씨는 그룹 지주회사 LG 지분을 늘려 평가액이 지난해 말에 비해 4천1백11억원 정도 증가했다. 지난해 말 1천5백99억 원에서 올 11월 말 기준 5천7백10억 원으로 늘어난 것이다.

올해 주식부자들은 증시활황을 틈타 크게 성장하는 때였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일부는 다소 주가가 하락을 하기도 했지만 주식가치만 증시 활황을 틈타 주식평가액 1조원을 넘는 사람이 지난해 8명에서 10명으로 늘어났으며 5천억원 이상이 14명이 늘어났다.

이에 재계 관계자는 “주식가치 차이가 실현되기 전에는 이익이라고 볼 수도 없고 손해라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하지만 재벌들의 돈 불리는 기술이 신묘한 주테크에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앉아서 수천억원의 재산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허탈해진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 증시호황의 진짜 수혜자는 10대그룹
지난 12월26일 증권선물거래소가 발표한 ‘주요 그룹 시가총액 및 주가등락 현황’에 따르면 올해 증시 호황으로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10대그룹의 77개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이 24일 종가기준으로 4백35조6천6백18억원을 기록, 전년말 대비 40.4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10대그룹의 시가총액이 전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 말 39.94%에서 41.01%로 1.07%포인트 높아졌다.
그룹사별로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시가총액도 전년말 대비 2백33.97% 급증하며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뒤를 이어 한화그룹이 1백.82%의 시총 증가율을 기록했고, 한진그룹(89.37%), GS그룹(85.84%), LG그룹(79.73%), SK그룹(48.94%), 금호아시아나(40.09%) 순으로 시총 증가율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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