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 오락실 화재 참사 들춰보니
안산시 오락실 화재 참사 들춰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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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해적'이 5명 목숨 빼앗았다!

‘바다이야기’로 대표되는 불법 성인오락실의 근절 노력이 시작된지도 1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까지 단속을 피해 영업하는 수법이 성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월26일 경기도 안산시의 한 성인오락실에서 불이 나 5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입는 사건이 일어났다. 문제는 더욱이 이들 업소들은 무허가인 탓에 비상구나 소방설비 등을 갖추지 않아 화재 등 각종 안전사고에는 무방비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단속을 피하기 위해 2중문 등을 설치해 피해를 더욱 키웠다. 5명이 사망하는데는 불과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화재경보기 먹통, 유독가스 발생, 불과 10분만에 사망자 속출
불법 성인오락실, 단속 피하기 위한 2중문 설치 도중에 봉변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5층짜리 상가건물 3층에 자리잡은 성인오락실에서 불이 나 5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난 12월26일 오후 5시20분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5층짜리 상가 건물내 3층 성인오락실에서 불이 나 이모(26) 씨 등 5명이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지고 박모(27·여)씨가 중상을 입고 고대병원에서 치료중이다.

불법 영업 성인오락실

불이 난 성인오락실은 소방서에 제출된 상가 평면도에 용도가 PC방으로 돼 있었다. 하지만 전날부터 성인오락기 ‘바다해적’ 46대를 갖추고 불법 영업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화재는 출입문을 용접하는 과정에서 불티가 튀면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경찰단속을 피하려는 듯 출입문을 2중으로 만들고 10㎜ 두께의 불투명 유리문 앞에 1.5m 간격을 두고 철문(가로 1.2m, 세로 2.2m)을 설치해 폐쇄성을 키웠다. 불투명 유리 탓에 6명 모두 화재발생 사실 조차 모른 채 오락실 내부에서 속수무책으로 화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화재는 출입문 용접 과정에서 불티가 복도에 쌓여 있던 쓰레기에 튀어 발생한 것으로 예상된다. 불은 내부 99㎡를 태우고 10여분 만에 진화됐지만 유독가스 때문에 인명피해가 많았다.
사실 인명 피해는 예견된 것에 가깝다. 불이 나자 3, 4, 5층의 모텔과 노래방 등에 있던 50여명은 긴급 대피했으며 이중 일부는 출동한 119구조대에 구조됐다. 화재 신고를 받은 안산소방서는 소방차 10여 대와 소방관 1백여 명을 보내 진화 작업에 나섰지만 내부 구조가 밀실처럼 복잡하고 유독가스가 심해 피해가 컸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불법영업을 하던 오락실에는 출입구 한 곳 외에 비상구나 창문이 전혀 없었고, 건물의 화재경보기는 정지상태여서 울리지 않았다. 경보기가 자주 오작동을 일으켜 누군가 벨이 울리지 않도록 버튼을 눌러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
약 3분 뒤인 21분경 현장에 도착한 안산소방서 관계자에 따르면 “화재현장 입구에 문이 닫혀 있었으며 내부에서 화재가 난 줄도 모르던 피해자들이 고스란히 화를 입었다”며“ 초기 화재를 발생시킨 인부가 자체 진화를 시도하려다 불길이 거세지자 현장에서 도주했다”고 밝혔다.

실내에서 오락을 하고 있던 유씨 등 7명은 불이 난 사실을 뒤늦게 알고 대피하려 했지만 하나 뿐인 출입문은 이미 불길에 휩싸여 있었던 것. 경찰과 안산소방서에 따르면 오락실 내부는 성인오락기 46대가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이 때문에 복도는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정도였다.
무엇보다 오락실 벽면에는 섬유로 만든 벽지가 발라져 있었고 그 안은 스티로폼 내장재로 차 있어 유독가스가 발생하면서 피해는 더욱 커졌다. 다섯 명이 목숨을 잃기까지 걸린시간은 불과 10분. 불법 오락실이다 보니 방염처리는 고사하고 기본적인 소방 기준조차 지켜지지 않았던 것이다.

불이 난 성인오락실 종업원과 용접공 등은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에 따르면 업소 주인은 불이 난 뒤 자체적으로 불을 끄려다 여의치 않자 현장에서 도망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업소 주인과 함께 달아났던 용접공 이모씨(46)을 이날 밤 붙잡아 안산 단원경찰서에서 정확한 화재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씨는 “철문 잠금장치를 용접하는데 불꽃이 튀어 소화기로 끄려 했지만 불길이 걷잡을 수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라지지 않는 불법 오락실

업계 관계자는 “이중출입문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 달려고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평소에 철문을 닫고 보안을 유지한다는 것이 불법 성인오락실의 전형적 영업 방법이라는 것. 심지어 CCTV를 달아놓고 신원이 확인된 이만 들여보낸다고 설명했다.

실제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지난 12월27일 “올 하반기 전남 동부권지역 사행성 오락실에 대한 집중 단속결과 ‘바지사장’을 내세운 업주와 바지 사장, 오락기 판매 총판 등 20명을 적발해 이 가운데 4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바다이야기' 이후 사행성오락실 근절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속칭'바지사장'을 내세워 법망을 회피하고 있는 불법 사행성 오락실 업주들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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