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다툼 치열…“대선 계산서 좀 내밀어 봐”
공 다툼 치열…“대선 계산서 좀 내밀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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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李·鄭·姜 한나라당 차기 4인방 ‘소리없는 전쟁’

▲ 당권과 차기 대권 등을 두고 한나라당에 대선 후폭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의원, 이재오 전 최고위원, 강재섭 대표 등 빅4는 대선 후폭풍의 ‘태풍의 눈’에서 복잡한 갈등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승리의 영광이 채 가시기도 전에 한나라당에 당권과 차기 대권을 향한 ‘소리없는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를 대통령 당선자로 만드는데 한몫했던 박근혜 전 대표, 이재오 전 최고위원, 정몽준 의원, 강재섭 대표 등 당 빅4가 대선 계산서를 내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대선에서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에 “정도가 아니다”라고 따끔하게 일침을 가해 이명박 당선자에게 힘을 몰아주는 역할을 했다. 따라서 그 대가를 당권과 차기 대권으로 보답받겠다는 심산이다.

이 전 최고위원도 “토의종군 하겠다”며 낮은 포복을 취하지만 ‘당 대표’는 놓칠 수 없다는 표정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전면에 서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하지만 당 대표 출마에 대해서는 “새 정부가 출범해봐야 안다”고 말끝을 흐린다.

수많은 인맥을 안고 이 후보를 찾은 정 의원도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다는 게 정치권 일반의 분석이다. 다만 대선 막판 이명박호 승선으로 약한 당 내 기반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도 권력구조의 한 축에 낄 여지가 충분하다. 김 전 총재는 대선에서의 적극적인 유세는 물론 충청권을 기반으로 일어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신당을 견제하는데도 큰 역할을 한 까닭에 당 내 영역을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강재섭 대표도 변수다.

대선 후폭풍의 핵으로 들어선 한나라당, 고요하지만 거대한 폭발 에너지를 담고 있는 당의 속내를 들여다본다.


한나라당-청와대 요직 두고 박근혜·이재오·정몽준·강재섭 ‘공 다툼’
국무총리·비서실장·국정원장…‘당권’ ‘차기 대권’ 계산기 두드리기


이명박 대통령 당선 후 대선을 향해 고개를 숙였던 이들이 제 몫을 찾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통령 만들기 나도 한 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의 주역이라 칭해지는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의원, 이재오 전 최고위원,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강재섭 대표는 대선 이후 당권과 차기 대권을 두고 상호 견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 전 대표는 특유의 조용한 행보를 통해 이 당선자와의 거리를 재고 있다. 이명박 당선 이후 ‘또 다른 승리자’라 칭해지며 앞으로의 정치 활동 방향을 가늠하고 있는 것.

박 전 대표의 노림수는 이 당선자와의 줄다리기를 통해 당권과 차기 대권을 모두 얻는 것이다. 박 전 대표가 이번 대선에서 보여준 정치적 역량으로 볼 때 이를 모두 얻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계산에서다.

정치권 소식통은 “대선 중에는 이미 모든 공천권이 박근혜 전 대표에게 가 있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은 막강했다”고 전한다.

하지만 그는 “박 전 대표를 견제할 수 있는 정몽준 의원이나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당 내에 자리하고 있고 이명박계에서 공천 시기를 이명박 정권 출범 후로 미루자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이는 곧 박 전 대표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공천 시기가 미뤄지면 이명박계가 대권과 당권을 모두 장악한 후여서 박 전 대표측에게 불리하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측도 이를 의식한 듯 “얻을 것 다 얻고 난 뒤 공천을 주겠다는 계산이다”, “도움을 다 받아낸 뒤 본격적인 숙정작업을 진행하자는 것”이라고 울분 섞인 뒷말을 토해내고 있다.


내부 분열되면 昌에게?


박 전 대표가 당권과 차기 대권을 한 손에 쥘 수 없다면 우선 당권의 완전한 확보를 노릴 수도 있다. 당권의 확보 즉 공천권 확보는 당내 자기 사람을 심어 기반을 넓히고 차기를 준비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공천권 시기에 대해 박 전 대표측은 “공천 시기는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라며 “조짐이 보이면 대대적 반격에 나서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전면에 서 있는 이명박계가 박 전 대표측의 도약을 두고 볼 지는 미지수다. 1년여 의 대립으로 친이·친박으로 나뉜 이들이 쉽게 봉합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한 정치분석가는 “아직까지 그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박 전 대표가 당 내 당권과 차기 대권 경쟁의 압박을 버티지 못한다면 이 전 총재와의 결합을 꿈 꿀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관측을 내놓는다.

그는 “이명박계가 박 전 대표측을 배제했다는 움직임이 정치권 안팎의 시선에 포착된다면 박 전 대표도 이 전 총재의 보수신당에 몸을 실을 명분이 생긴다”며 이 분석이 아주 가망성 없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명박계도 대권이 안정적으로 이어지지 못한 상황에서 박 전 대표의 이탈을 막으려 하고 있다. 박 전 대표와의 갈등으로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이재오 전 최고위원은 이 당선자 지지활동을 벌여온 당내 의원모임인 ‘국가발전전략연구회(발전연)’ 해체를 선언하며 “앞으로 나 때문에 당이나 정부가 갈등하고 분열이 생기거나 제가 앞장서 투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투쟁의 역사는 끝났다”며 “이 당선자를 지지했던 모임(발전연)의 기득권을 버리고, 당선자를 자유롭게 해줘야 할 때다. 앞으로 토의종군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는 자신이 당내 갈등의 축으로 인식되어 온 상황과 앞으로 불거질 수 있는 ‘공천 분란’의 빌미를 사전에 막겠다는 뜻.

당 관계자도 “벌써부터 모임으로 공천 청탁문의가 쏟아지고 있었다”며 “당선자의 최측근이 대선 뒤에도 모임을 계속하게 되면 생길 수 있는 여러 오해를 불식시킨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또 “박근혜 전 대표가 당에서 큰 역할과, 개인으로서는 정부에서도 큰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은근슬쩍 박 전 대표의 손을 들어주는 듯한 입장을 드러냈다.


너도 나도 ‘용꿈’ 꾼다


당권과 차기 대권 약속을 통해 ‘용꿈’을 꾸는 것은 비단 박 전 대표만은 아니다. 관망세인 박 전 대표와는 달리 정 의원은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정 의원은 16년간 맡아온 대한축구협회장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정 의원은 “내년 말까지 마무리를 잘하고 2009년 초에는 물러날 생각”이라고 밝혀 2009년부터 차기대선 행보를 본격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와 함께 2009년까지는 아직 불안한 당내 입지를 굳히는 시간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朴 당권·대권 ‘한손에’…鄭 대권, 李 당권 노린다?
김종필, 이회창 ‘충청 신당’ 견제 총괄지휘 ‘톡톡’


정치권은 정 의원이 한때 20%안팎의 대중적 지지를 받던 유력 대선주자이며 박 전 대표의 견제수로 투입된 만큼 차기 대권 주자로써의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보고 그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도 숙원인 ‘당 대표’를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토의종군 하겠다”면서도 당 대표 경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새 정부가) 출범을 해봐야 안다”고 여운을 남겨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었다.

충청권 표심을 훑었던 김종필 전 총재도 ‘이회창 신당’을 겨냥하며 당내 입지를 굳힌다는 계산이고 강재섭 대표도 ‘포스트 이’를 노리고 있다. 당 경선과 대선 과정에서 수많은 당 분열 위기를 넘기며 키운 영향력에 총선 승리까지 일궈내면 충분히 5년 뒤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신당 구심 잃고 자중지란


‘차기 대권’을 운운하는 인물들이 줄줄이 서있는 한나라당과는 달리 대통합민주신당은 구심점 없이 흔들리고 있다. 이름하여 ‘인물 기근’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후보였던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은 정치 재기 움직임을 보이다 당 일각의 매서운 질책에 직면했다. 당 경선에서 파워를 보였던 친노파는 ‘노무현 책임론’에 엮여 “자중하라”는 경고를 받고 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 추대 움직임도 감지된다. 참여정부의 평가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곧 ‘정체성’을 묻는 이들이 한발짝 앞으로 나선다. ‘경선’을 다시 해서 지도부를 선출하자는 목소리도 터져 나온다.

신당뿐 아니라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도 구심점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또한 이들 당들은 당 쇄신을 통해 지도부의 일괄사퇴가 예정된 곳이 대부분이어서 총선까지 ‘공항상태’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명박 후보의 당선에는 그를 대신할 만한 범여권의 ‘인물’이 없었다는 것도 한몫했다. 그 ‘인물난’이 대선 후에도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심이 되어줄 이가 제대로 서지 못하면 다가오는 총선을 물론 그 이후도 암담하다”는 말로 범여권의 현실을 되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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