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새 해 건강하십시오.” “고맙습니다.”
새 해 들어 만나는 친지들이나 혹은 전화를 할 때 첫 번째 건네는 말이 바로 새 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고 뒤를 따르는 말은 건강하시라는 덕담이다.
말하기 좋고 듣기 좋은 새 해 덕담은 들은 다음에는 금방 잊어버린다. 그냥 한번 해 보는 덕담인데 잊어 버렸다고 탓 할 일도 아니다.
사실 복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길을 가다가 만 원 한 장 주웠다고 복 받았다는 사람이 있을까. 그냥 재수라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파출소에 신고하는 훌륭한 시민도 있을 것이고.
습관적으로 새 해 복 받으라고 하면서 속으로 저 사람은 꼭 복을 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혹시 복은 고사하고 망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까.
대선이 끝난 다음 패한 대통합민주신당 사람에게 새 해 복 많이 받으라고 한다면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을 것이나 반대로 승리한 한나라당의 경우에는 기분이 무척 좋을 것이다. 이미 받았다고 하겠지.
새 해 첫 날 휴대전화 메시지가 많이 온다. 역시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인사다. 이 복을 모두 어쩐다지.
난 어떤가. 복 받으라는 메시지를 거의 보내지 못한다. 형식적인 것도 쑥스럽지만 사실 복을 빌어 드릴만큼 별 도움도 드리지 못한 미안함 때문이다.
뭘 그런 걸 미주알고주알 따지느냐고 나무라실 분이 분명 있을 것이다. 당연하다. 되어먹지 않은 글이 얼마나 마음을 아프게 했을까. 덕담을 들을 것이 아니라 야단을 맞아야 한다고 생각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할 말은 해야지.
먼저 언론에 대해서다. 이 땅의 언론은 공정한가. 긴 얘기를 하면 사람이 추해진다. 하고 싶은 말 만 하자. 말 잘 듣는 정부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말아야 한다.
언론이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자신들이 너무나 잘 안다. 그 길 대로만 가면 된다. 나라에도 좋고 자신들에게도 좋다. 귀가 따갑게 듣는 소리지만 좋은 언론이 있으면 나쁜 정부는 절대로 존재할 수가 없다. 최소한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 같이만 되라. 업구 다닐 것이다.
정치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자 대법원장 국회의장 등 새 해를 맞아 국민들에게 신년축하 메시지를 보내는 분들이다.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 도지사, 시장, 군수, 도의원 시의원 구의원, 다시 말하면 국민의 손에 의해 국민의 대표로 뽑힌 모든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국민한테 제발 거짓말 좀 하지 말라는 것이다. 국민에게 새 해 복 받으시라는 말 대신에 거짓말 하지 않고 정치하겠다는 약속 좀 하라는 부탁이다. 복은 마음속에서 울어나 빌어야 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당선자는 540만 표를 더 얻어 당선이 되었다지만 콜콜히 따져보면 총 유권자 대비 득표율은 16대 노무현이 34.3%이고 17대 이명박은 30.5%다.
표면적인 득표율을 보면 17대 이명박 당선자의 경우 총 투표 참여자 대비 48.67%로 높아 보이지만 사실상 유권자 대비는 30.5%로서 역대 당선자들 중 가장 저조한 득표율의 당선자이다. 조중동이 입을 다무니까 국민이 모른다.
시비 걸자는 게 아니다. 그렇다는 것이다. 자만과 오만을 경계하고 겸손하자는 것이다.
이런 저런 말썽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경쟁자와는 절대적 표차로 지지를 받았고 당선되었다. 보답은 정직한 정치다.
당선자가 약속한 많은 공약이 잘 지켜져서 지금보다 좋은 세상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명박의 약속은 보증수표라는 신화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새 해 소망이다.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면 다음부터는 정치인의 약속은 믿지 말라고 해도 믿게 마련이다. 얼마나 대단한 축복이며 국민에게 주는 귀한 선물인가.
지금까지 정치인 하면 항상 거짓말쟁이 1순위를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았다. 국민을 하늘처럼 여긴다는 정치인이 거짓말 1순위였다니 둘 다 불쌍하긴 마찬가지다.
이제 4월이면 다시 국회의원 선거다. 압도적인 지지로 대통령을 낸 한나라당은 제대로 된 정치를 하기위해 국민에게 과반수 의식을 달라고 한다.
야당은 일당독재를 막기 위해 절대로 과반수를 주면 안 된다고 한다. 그러나 뭐가 걱정인가. 정치 잘 하면 주지 말라고 해도 표를 줄 것이다.
<될 성싶은 나무는 떡 잎부터 알아본다.>고 한다. 2월 25일 새 정부가 출범하고 국민들 보기에 정치를 제대로 한다고 인정하면 많은 표를 줄 것이다.
한나라당이 집권했다고 태양 같은 희망만 보이는 것도 아니다. 그랬으면 오죽이나 좋으랴만 걱정이 앞선다.
당선자는 좋은 말을 너무 많이 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과속은 사고의 원인이다. 조절이 필요하다.
한반도 운하는 한나라당 안에서도 찬반양론이 팽팽하다고 한다. 여론도 그렇다. 환경보호단체에서는 국민투표에 부치라고 주장한다. 생각해 볼 문제다.
국민의 합의가 없는 한반도 운하가 실패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재난이 된다. 한나라당 정부는 5년이지만 대한민국은 영원하다.
경제성장도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고집피울 일이 아니다. 고쳐야 하면 해야 한다.
당선자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은 하나 둘이 아니다. 빨리 간다고 능사가 아니다. 국가대사는 속도가 문제가 아니다.
새만금은 듀바이로 바뀐단다. 여수 엑스포는 국민의 기대가 크다.
이명박 당선자가 할 일 중에 가장 큰 일은 지역의 벽을 허물고 동서화합을 이루어 내는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그보다 더 위대한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오는 4월 총선에서 지역감정에 빌붙어 당선을 꿈꾸는 정치인이 제거된다면 나라의 축복이다.
대선에서 참패한 대통합민주신당은 희망이 있는가. 세상천지에 이런 정당이 눈 씻고 본들 어디 있는가. 당의 간판 내리고 문 닫는 게 당연한데도 무슨 미련이 남아 아직도 계파 싸움에 전신을 못 차리고 있으니 동네 개가 부끄러워 당원이라고 말도 못할 지경이다.
새 해라고 덕담 한마디 하려다가 다시 열을 받는다. 탈당과 창당을 다람쥐 채 바퀴 돌듯 하는 사람들이 지도부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어떨까. 그들을 지지하고 표를 준 국민들의 심정은 어떨까. 있던 정도 떨어 질 판이다.
지도부의 얼굴들을 보자. 우리 정치사의 일찍이 그런 몰염치한 얼굴은 없었다. 간도 쓸개도 다 빼 버린 오직 권력만 탐하는 사람들이다.
이 나라 집권 여당사상 최악의 치욕적 패패를 하고도 후보를 비롯해 반성이 없다. 기껏 핑계를 댄다는 것이 대통령인가. 새 출발을 한다는데 어디서 무엇으로 새 출발을 하는가.
정대철이 당권경쟁에 나선다고 한다. 김한길이 연대를 한다고 한다. 더 말하기에는 입이 아프다. 새 해도 됐으니 철 좀 들어야지. 나이가 몇인가.
기껏해야 지역주의에 목을 매어 교섭단체 하나 꾸리고 추악한 싸움판이나 벌리는 정치판을 만들 작정인가. 보지 않아도 뻔하다.
새 해 국민에게 복을 주어 보자. 거짓말 하는 정치인이 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그 이상의 복은 없다.
그런 정치인에게 국민들도 복을 줄 것이다. 그런 복 한번 받아 볼 생각은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