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재벌가 3세 딸들이 몰려온다
<기획특집> 재벌가 3세 딸들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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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인에서 중심인으로‘성큼’

노무현 정권에 압박을 받아온 재계가 2008년 이명박 시대에 들어서면서 기지개를 펴고 있다. 재벌가 3세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4세들을 경영일선에 정면 포진하는 등 경영수업이 강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들 중 특히 재벌가 딸들의 활약상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동안 그룹 경영과 무관한 장학 사업이나 미술관 운영을 통해 대외황동을 했던 재벌가 여성들이 ‘주변인’에서 ‘중심인’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어서다. 이들은 아들 못지않은 탁월한 추진력과 남다른 경영수완으로 현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시사신문>은 주목받고 있는 재벌가 딸들의 동선을 따라가 봤다.


▲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 ‘추진력 ↑’

삼성의 대표적 여성CEO는 이건희 회장의 장녀 이부진(38) 호텔신라 상무다. 이 상무는 연세대 아동학과를 나와 지난 1995년 삼성복지재단 기획지원팀에 입사한 후 삼성전자 전략기획팀 과장과 해외인력관리팀 차장을 거쳐 2001년 8월 호텔신라 기획부 부장으로 호텔신라와 첫 인연을 맺었다. 현재는 경영전략담당 상무로 재직 중에 있다.

2006년 초부터 로비와 레스토랑, 연회장에 대한 리모델링에 돌입한 이 상무는 공사를 세 번이나 연기시킬 정도로 완벽을 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라호텔을 웰빙, 뷰티, 쇼핑, 문화의 라이프스타일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면서 더욱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상무는 또 신라호텔의 면세점 사업을 대폭 확장했다. 최대 현안이었던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따냄으로써 롯데의 아성에 도전장을 디밀었다. 삼성 상품권도 부활시켰다.

이에 따라 이 상무의 기획력과 추진력을 업계 관계자들은 높이 평가하고 있다. 게다가 ‘갤러리형 호텔’로 변신을 꾀한 호텔신라를 두고 이 상무의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이 더해지고 있다.

국내외 작가들의 미술, 조각품 등 2천점 이상 작품을 보유하고 있어 웬만한 미술관이나 갤러리 못지않은 규모라는 것. 할아버지인 고 이병철 회장, 아버지 이건희 회장, 어머니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관장의 영향을 받은 탓으로 이 상무 역시 미술에도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에는 이 상무가 개인재산 4백50억원을 들여 삼성석유화학 지분 33.18%를 인수해 일약 삼성석유화학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이 상무가 호텔신라의 경영권을 물려받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는 상태다.

이건희 회장의 차녀 이서현(35) 제일모직 상무도 지난해 기획담당 상무로 승진한 뒤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파슨스디자인학교를 졸업한 이 상무는 디자인 전공을 살려 제일모직의 패션부문을 도맡아하고 있으며 올해 여성복 신규 브랜드 2개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 올해는 본격적인 중국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상무는 지난해 10월 상하이에서 ‘핑크 라피도(Pink Rapido)’의 런칭 패션쇼를 개최, 첫 선을 보인 것을 시작으로 중국시장 진출 확대를 노린다.

이 상무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패션브랜드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해외시장 진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 ‘협상력 ↑’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외동딸인 정유경(36) 조선호텔 프로젝트실 상무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외손녀 장선윤(37) 롯데호텔 마케팅 부문 상무가 이부진 신라호텔 상무와 함께 호텔경영을 두고 경합을 벌이고 있다. 삼성가의 딸들로서 고종사촌 지간이기도 한 이부진 상무와 정 상무는 호텔업계에서 피할 수 없는 맞대결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정유경 상무는 1996년부터 조선호텔 등기이사에 올라 현재는 조선호텔 프로젝트실 상무로 맹활약 중이다. 이화여대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후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를 졸업한 그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호텔의 전반적인 디자인 작업을 도맡고 있다.

꼼꼼하고 섬세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정 상무는 디자인 감각이 좋아 호텔, 백화점 매장 운영을 실질적으로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프리미엄 브랜드 유치가 명품사업의 최대 관건인 만큼 에르메스 유치를 성공시킨 정 상무에 대해 세간의 이목이 자연스럽게 집중됐다.

업계 관계자는 “정 상무가 직접 입점에 까다로운 에르메스 측을 설득시킨 것으로 안다”며 정 상무의 협상력을 높이 평가했다.

영국 퍼거슨 전 왕세자비 결혼 때 부케를 맡아 유명해진 명품 플라워 브랜드 ‘제인 파커’를 아시아 최초로 조선호텔과 신세계백화점에 입점 시킨 장본인이 바로 정 상무다.

정 상무는 호텔사업뿐만 아니라 오빠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도와 신세계의 명품 사업에도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선보인 신세계 명품관은 2백58개의 명품 브랜드를 포진해 2005년 문을 연 롯데백화점 에비뉴엘과 함께 강북상권에 명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 장선윤 롯데호텔 상무.
장선윤 롯데호텔 상무 ‘친화력 ↑’

신격호 회장이 유난히 예뻐하는 것으로 알려진 장선윤 상무는 롯데가 3세 중에서 유일하게 미국에서 대학을 마쳤고, 하버드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장 상무는 대학 졸업 직후인 1997년 롯데면세점에 입사해 이듬해에 롯데백화점 해외명품 바이어, 해외명품통합팀장, 해외명품담당 이사대우와 이사를 거쳐 지난해 7월 호텔로 다시 복귀했다.

장 상무는 롯데 명품관 에비뉴엘을 통해 입증해 보인 ‘명품감각’을 롯데호텔에서도 발휘할 전망이다.

장 상무는 2005년 문을 연 롯데 에비뉴엘의 개관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비뉴엘’이란 이름을 직접 짓고 명품 브랜드 입점을 위해 해외 명품 사장단을 만나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데 재능을 보였다. 그는 짧은 기간에 1백여개 브랜드를 유치하는 기록을 세우며 그룹 내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는 평가다.

장 상무는 또 업무 후에도 퇴근하지 않고 직원들과 잡담을 즐기며 깜짝 선물을 하는 등의 강한 친화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편, 장 상무는 지난해 10월 말 몰디브에서 극비리에 결혼식을 올렸다. 재혼 상대자는 양성욱 아우디코리아세일즈담당 상무로 알려졌다.

결혼식엔 어머니 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 등 일부 가족들만 참석한 것으로 전해질 뿐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조현아 대한항공 상무A ‘기획력 ↑’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큰딸 조현아(34) 상무의 활약상도 눈에 띈다.

조 상무는 지난해 12월14일 1년 만에 상무B에서 상무A로 또 한 단계 오르며 그룹 내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국제적 감각을 갖춘 예비 CEO로 주목받고 있다.

조 상무는 미국 코넬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후 1999년 대한항공 호텔면세사업본부를 시작으로 경영에 참여했다. 이후 2002년 호텔기판사업본부 기내판매팀 차장, 2005년 상무보, 2006년 상무B로 승진했다.

특히 조 상무가 기내식 사업을 맡으면서 대한항공이 본격적인 명품 항공사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지난해 캐나다 토론토 메트로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세계 기내엔터테인먼트협회(WAEA)의 연차총회 ‘에비온 어워드’ 시상식에서 ‘최고 성과상’ 부문과 ‘지역별 최고 항공사상’ 부문 아시아-대양주 지역에서 각각 3위에 올라 조 상무의 활약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기내식으로 비빔밥과 비빔국수를 선보인 것도 조 상무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특히 비빔국수는 국제기내식협회(ITCA)가 최고 기내식에 주는 머큐리상을 받는 데 기여했다.

조 상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해 “대한항공 직원의 한명으로 다른 직원과 밥 먹고 같이 일하는 것 뿐”이라며 “아직까지 대한항공에 큰 기여도 하지 못하고 있지만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고 겸손해했다. 결혼계획에 대해서는 “때가 되면 할 것”이라며 즉답을 회피했다.

▲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 ‘적응력 ↑’

현대가에서는 정지이(31) 현대유엔아이 전무를 주목할 만하다. 향후 현대그룹 경영권이 정 전무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현정은 회장은 이를 증명하듯 항상 정 전무와 동행하며 곁에 없으면 정 전무를 찾느라 허둥댈 정도라고 하니 모녀간의 정이 얼마나 각별한지 짐작케 한다.

지난해 10월 북한 평양 방문에도 정 전무는 현 회장과 함께 했으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바로 옆자리에 앉아 기념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정 전무는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를 거쳐 연세대 신문방송학 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2004년 1월 현대상선에 입사해 불과 6개월 만에 대리를 거쳐 초고속 승진을 한 것으로 화제를 모았다.

2006년에는 임원급인 현대유엔아이 기획실장에 임명된 데 이어 1년도 못돼 또 다시 전무로 승진했다.
현대유엔아이 관계자는 정 전무의 이 같은 초고속 승진에 대해 “정 전무는 현대유엔아이를 설립할 때부터 관여를 했으며 전산 부문 실력을 인정받았다”면서 “현재 경영수업 중이므로 경영전반에 대해 책임 있는 자리를 맡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현대그룹 고위 관계자도 정 전무에 대해 호의적인 평가다. 타인에게 상당히 부드럽고 생각이 깊은 편으로, 업무 파악을 잘하고 적응이 빠르다는 것. 특별한 일이 없으면 직원식당에서 사원들과 함께 식사하는 등 직원들과도 스스럼없이 지내 정 전무에 대한 그룹 내 평가도 좋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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