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의 우유로 불리는 굴에서 김이 모락모락. 막 익혀낸 굴은 탐스러워 참 먹음직스럽다. 굴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익는 내음이 코를 스치면 나도 몰래 침을 꿀꺽 삼키고, 급한 마음에 서둘러 초장에 찍어 입에 쏘옥 집어넣는다. 그 맛이란….
여수는 바다의 전설 거문도·백도, 원효대사의 기운이 감도는 해돋이의 명소 향일암, 여심화 동백꽃의 고향 오동도, 모세의 기적 사도 등 많은 관광 명소를 가지고 있으며 풍부한 먹거리가 있는 곳이다.

돌산 갓김치를 비롯해 거문도 은갈치, 광어회, 서대회, 아구찜, 장어탕, 노래미탕, 쥐치포, 피문어 등 다양한 먹거리가 있지만 겨울철에는 특히 '굴구이'가 유명하다.
아이에게 "맛이 어때?" 물으니 바로 "좋아요!"란 답변이 쫓아 나온다. 다른 때 같으면 몇 번씩 물어야 듣는 척을 할 터인데…. 제법 먹을만한가 보다. 굴을 먹는 아이의 입가가 지저분하지만 싱글벙글이다.

영양이 풍부한 굴은 한자로 '돌에서 피는 꽃'이란 의미에서 "석화(石花)"라 부른다. 굴은 콜레스테롤을 줄이고 혈압을 저하시키는데 그만이며 비타민과 무기질이 많아 빈혈치료에도 효과적이다. 이같은 이유에서 겨울이면 여수 굴구이를 먹기 위해 부산, 경기, 서울 등 각지에서 줄지어 찾아든다.
청정해역으로 바닷물이 깨끗하고 플랑크톤 등이 풍부한 여수 해역에서는 굴양식을 많이 볼 수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굴을 음식이나 양념 등으로 소량을 먹는데 반해 여수는 먹거리로 즐기는 곳이어서 굴을 껍질 채 넣고 삶는다.

다른 지역의 굴들은 씨알(크기)이 작아 굽거나 삶으면 많이 졸아들어 먹을 것이 없는데 반해 여수 굴은 다른 지역보다 씨알이 굵어 입안에서 씹히는 맛이 월등하다. 이런 연유로 여수의 굴들은 생굴, 구이용 굴 등으로 각지에 판매된다.

굴구이를 먹기 위해서는 연장이 필요하다. 왼손에 장갑, 오른 손에 쪽칼을 든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뜨거움을 피해야 하고 굴 껍데기를 벗겨야 하기 때문이다. 맛있게 먹고 나면 굴을 넣고 끓인 굴죽이 나온다.
굴죽이 나올 때면 굴구이로 배를 채운 아이들은 밖에서 굴 양식장과 굴 다듬는 현장을 보며 즐겁게 뛰어 다닌다.

굴구이는 여수의 아무 곳에서 먹어도 맛있지만 특히 돌산 평사·항대 일대 해변과 화양면 원포·안포 일대의 해변에 자리한 굴구이집 맛이 일품이다. 굴은 11월에서 3월까지가 제철이다.
아직 굴구이를 맛보지 않았다면 해넘이와 해돋이 감상을 겸해 여수를 찾는 것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