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꼬막은 남도의 고급 음식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제삿상에 꼬막만은 꼭 올라야 한다. 가정 경제가 어렵더라도 꼬막 없이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애경사에서도 꼬막이 없으면 음식을 다 먹고도 뭔가 허전한 게 남도 사람들이다.
꼬막은 남도의 보성만과 순천만이 주산지다. 그 중에서도 보성군 벌교 일대는 꼬막이 가장 많이 나는 지역이다. 맛 또한 일품이어서 전국적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이 전하는 벌교 꼬막의 맛이다.
그러나 벌교 꼬막이 아무 때나 이 맛을 내는 것은 아니다. 꼬막은 가을 찬바람이 갯벌을 감쌀 때 비로소 쫄깃한 맛이 들기 시작한다. 한겨울 설을 전후해서 속이 꽉 찰 정도로 탱탱해져 알을 품기 직전인 봄까지 좋은 맛을 유지한다.
꼬막은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난다. 하지만 그 맛이 벌교 것에 미치지 못한다. 벌교 꼬막은 알이 굵고 비릿한 냄새가 약간 난다. 육질을 손으로 만지면 오므라들 정도로 싱싱한 것이 특징.
꼬막은 술안주로 으뜸이다. 고단백이면서도 저지방 알칼리성의 비타민과 칼슘·철분 함유량이 많다. 그래서 허약한 체질의 개선과 빈혈 예방, 어린이 성장 발육에 좋다.

꼬막의 다산지인 벌교는 <태백산맥>에도 잘 나타나 있듯이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전 이데올로기의 극심한 대립을 겪으며 많은 양민들이 희생됐던 곳이다. 당시 무대였던 홍교와 중도들판, 벌교역, 부용산 등도 역사의 무게를 더해 가며 묵묵히 자리하고 있다.
이 겨울, 역사의 현장이 있는 벌교를 찾아가자. 왼쪽 다리를 뻘배 위에 올려놓고 오른쪽 다리로 뻘을 차며 꼬막을 채취하는 아낙들을 보며 꼬막도 실컷 맛보는 여행. 지금이 제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