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극의 한계를 뛰어넘는 역동과 감동의 무대
무언극의 한계를 뛰어넘는 역동과 감동의 무대
  • 이문원
  • 승인 2004.11.06 10: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극 "기차 3"
비록 우리에게 익숙치 않은 장르이긴 해도, '무언극'은 어찌보면 '무대극' 개념이 처음 도입될 당시부터 시작되었을 가장 기본적이며 원초적인 장르이기도 하다. 한편, 우리가 '무언극'에 대해 모종의 편견을 갖게 된 원인에는, 현대 무언극이 기묘하게도 '판토마임'의 퍼포먼스 개념으로 옮아가, '말을 하지 않으면서 내러티브를 진행'한다는 개념 자체가 어딘지 모르게 낯설게 여겨질 수 밖에 없는 것. 더군다나 '장르이 다양화'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는 국내 무대극계에서 '무언극'은 가히 '사멸'되었다 보아도 좋을 법한 장르로 치부되곤 했는데, 지난 해 3월, 대학로 연우소극장에 첫 공연된 연극 "기차"는 이처럼 굳건한 '무언극'에의 편견을 깨고, 관객들을 단박에 거친 몸동작의 세계로 끌어들여 박수갈채를 받아낸 연극이었다. "기차"는 결국 2003년 한 해 동안에만도 4회의 앵콜 공연을 하게 되었고, 이에 뒤이은 "기차"의 업그레이드 버전 "기차 3"는 2004년 거창국제연극제 금상 수상을 비롯, 아르메니아 국제연극제와 카이로 국제실험연극제에 초청되는 대쾌거를 낳기도 했다. "기차"의 세계는 단순하다. 익살맞기 그지없는 마술사 부부와 앵벌이 남매가 각양각색의 인간들을 만나며 벌이는 일을 복잡하고 정교한 몸동작을 통해 표현해내는 "기차"의 세계는, 예술적 실험이라도 고차적 목표를 두고 있으면서도 그 내용면에서 관객들의 감수성을 진하게 자극하는 대중적 면모를 띠고 있어 그야말로 '대중성과 예술성의 가장 적절한 조합'이라 불리워질 법한데, 이 '대사를 없앤' 연극 패턴을 굳이 선택한데 대해, "기차"를 연출한 박정의 극단 초인 대표는 이렇게 응답한다. "무대는 이런 모든 상상이 가능한 공간이기에 매력적이다. 이런 상상을 좀 더 증폭시키기 위해, "기차"는 대사를 삭제하였다. 말은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수단이지만, 때로는 오해를 만들고 상처를 만든다. 그것은 무대 위의 배우와 배우 사이에서 또한 배우와 관객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또한 말은 정확하게 할수록 그 의미가 축소되고, 의미가 축소되면 이미지 또한 형편없이 빈약해진다. 그래서 관객이 많은 부분을 상상해서 볼 수 있도록 하였다." '너무 거창한 포부'라 생각되는 이들이라면, 이번에 공연될 "기차 3"를 보고난 뒤 이를 다시 읽어도 좋을 법하다. "기차"는 단순함 속에 복잡한 알레고리를, 평범한 속에 비범한 발상을 보유하고 있는 작품이며,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쉬운 이야기를 깊이있게 표현해낸 연극의 대표와도 같은 작품이니 말이다. (장소: 문화일보 홀, 일시: 2004.11.20∼2005.01.02)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