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의미를 되새기며
침묵의 의미를 되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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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때문엔 망해도 귀 때문에 망하는 일은 없다'
사람은 문화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남자는 하루 평균 2만, 여자는 3만 마디의 말을 쏟아내며 산다고 합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 고대 희랍의 철학자의 말도 있습니다만 ‘언어적 동물’이란 말이 더 본질적이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얼마 전 연예인 이혁재가 모 방송에서 함께 출연한 연예인을 지적, ‘아무개가 없으면 당신은 쓰레기’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공중파 방송을 통해서 그 ‘쓰레기’라는 말이 전국에 퍼져 시청자는 물벼락 맞듯이 고스란히 들어먹어야 했습니다.

쓰레기의 뜻은 ‘빗자루로 쓸어 내는 먼지나 내다 버릴 물건 또는 도덕적 사상적으로 타락하거나 부패한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따진다면 이혁재가 ‘쓰레기’라고 한 상대 연예인은 아무런 쓸모가 없거나 도덕적으로 타락하여 상대할 가치조차 없는 사람이란 뜻이 됩니다.

그런데 이런 막말을 들은 상대방이 ‘시청자를 웃겨야 하니까 웃자고 한 소리’로 이해해 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헌데, 이혁재가 뱉은 그 ‘쓰레기’란 말이 웃긴 말이었나요? 시청자들은 이렇게 타인의 인격을 깔아뭉개는 말들을 듣보면서 웃어야 하나요? 연예인들은 정녕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시청자들을 웃겨야 하나요?

말은 손찌검이나 여타 폭력처럼 신체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진 않지만 마음에 각인되는 성질이 있습니다. 특히나 자라나는 아이들은 방송 언어를 통해서 언어적 습관을 형성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어른이 될 아이들이 자기 친구들에게 ‘넌 쓰레기야’라는 언어폭력을 함부로 내뱉지 않을까 적이 두렵습니다.

딴은 공영방송의 예능프로그램에서 그런 모독적 언어를 여과 없이 내보냈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방송인의 생리(生理)를 좌지우지하는 시청률에만 집착하는 일부 방송은 가끔 시청자를 뭘로 아는지 이건 숫제 능멸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불쾌하기 짝이 없는 저속어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막돼먹은 프로그램은 양식 있는 사람들의 관심권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방송인들은 올해부터 시청률에만 정신 팔려 시청자의 수준을 무시하는 모독성 막말들은 좀 작작했으면 좋겠습니다. 공영방송이라면 최소한의 수준이나 품격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요?

불교에서는 말로 짓는 업을 구업(口業)이라고 합니다. 사람이 입으로 짓는 업에는 네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진실하지 못한 허망한 말을 일삼는 망어(妄語), 남을 욕하고 험담을 하여 성내게 하고 번뇌롭게 하는 악구(惡口), 이해 관계자에게 서로 다른 말을 하여 이간질하며 싸우게 하는 양설(兩舌), 도리에 어긋나는 것에 대해서 교묘하게 둘러 대는 기어(綺語) - 이런 말들은 인생살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나중에 부메랑처럼 독화살처럼 그 말을 내뱉은 사람에게 다시 돌아온다는 준엄한 불가의 가르침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불제자이자 유명한 수필가인 법정 스님은 ‘우리들은 말을 안 해서 후회하는 일보다도 말을 해버렸기 때문에 후회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유대인 율법학자들의 지혜가 담긴『탈무드』에도 ‘입 때문에 망하는 일은 있어도 귀 때문에 망하는 일은 없다’며 사람은 모름지기 말하기보다는 듣기에 열심을 다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특히나 말에 주의해야 합니다. 책임이 무거운 공인일수록 혀를 칼인 양 다루어야 하며 상황에 맞는 말을 골라 쓸 줄 알아야 합니다.

어느 유명한 문필가는 칼은 ‘칼집’에 있을 때 더 큰 위력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혁재 막말 파동을 계기로 우리는 웅변은 은이요 금은 바로 ‘침묵’이라는 뜻을 마음에 새긴다면 좀더 평안한 삶에 거(居)할 수 있다고 믿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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