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삼겹살!’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삼겹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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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 삼겹살 좋다지만 때로 냉동 삼겹살이 그리운 이유

▲ 잘 달궈진 호일 위에 얇게 썬 냉동삼겹살을 얹으면 금방 하얗게 익어갔다. ⓒ 김용철

해가 뜨면 삼계탕집이 웃고 비가 오면 갈빗집이 웃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날씨가 음식 선택에 영향을 끼친다는 얘기다. 비가 오면 습도 때문에 고기 굽는 냄새가 진하다. 삼겹살이 생각나는 이유기도 하다.

▲ 멧돼지 삼겹살은 어찌나 단단한지 비게가 비게 같지 않다. ⓒ 김용철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이란 말도 있듯 삼겹살은 서민의 애환을 달래주는 음식이다. 그 중 지금은 잊혀져가고 있는 삼겹살이 있다. 사각 틀에 호일 깔고 가스 불에 구워먹던 그 삼겹살이다.

▲ 생 삼겹살과 목살. ⓒ 김용철

생 삼겹살이 대중화되기 전인 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삼겹살은 대부분 이렇게 구워 먹었다. 사각 틀 안에 호일을 깔고 살짝 문질러 준 다음 한쪽 모서리에 젓가락이나 이쑤시개로 구멍을 뚫었다. 얇게 썬 냉동삼겹살을 잘 달궈진 호일 위에 올리면 빨갛던 삼겹살은 순식간에 하얗게 변했다. 삼겹살에서 나오는 기름은 구멍으로 흘러서 밑에 받쳐둔 소주잔이나 물 컵에 가득 찼다.

▲ 일명 동그랑땡이라 불리는 고추장 삼겹살. 구워서 바로바로 먹어야 맛있다. ⓒ 김용철

지금처럼 익은 고기도 먹지 않고 내버려둬 불판 위에서 타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익으면 바로 바로 한 점이라도 더 먹기 바빴다. 그러다가 생 삼겹살이라는 게 나왔다. 생 삼겹살이 주는 신뢰감, 거기다가 가스불이 아닌 숯불에 구워먹는 그 맛에 반해 어느 순간부터 생 삼겹살만 찾게 되었고, 냉동삼겹살은 가까이 하지 않았다. 배신당한 냉동삼겹살은 점차 우리 주위에서 자취를 감춰버리고 말았다.

▲ 상추와 깻잎 외에 다양한 채소로 쌈을 하면 새로운 즐거움이 있다. ⓒ 김용철

그렇게 세월이 흐르면서 영원히 찾지 않을 것만 같던 옛날 그 삼겹살이 그리워진다. 고기와 음식점들은 고급화 되었지만 허름한 집에서 호일 위에 삼겹살을 구워먹던 정서적인 행복감은 찾을 길이 없다.

자꾸만 호일 위에 구워먹던 그 삼겹살이 생각나니, 맛에도 연어처럼 회귀본능이 있는 건 아닐까? 아니면 추억은 늘 그립듯이 이제는 추억속의 삼겹살이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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