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콰이아 2세 유명산 한 팬션에 간 까닭
에스콰이아 2세 유명산 한 팬션에 간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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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돈을 감히 떼어 먹겠다고!"

재벌 2세의 폭력사태가 또다시 재계를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 에스콰이아 故이인표 창업주 2세인 이모(47)씨를 폭력 등의 혐의로 구속된 것이다. 이씨는 동업자가 투자 자금을 내놓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평 모 팬션에 유괴, 폭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투자금 회수가 신통치 않자 이를 강제로 받기 위해 감금, 폭행 등의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보복폭행혐의로 구속기소 돼 집행유예 3년에 판결을 받고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한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사건에서 불과 반년도 안 지난 상황에 벌어진 터라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불고 있는 재벌가 2세 풍속도 “법보다 가까운 것은 주먹”
투자금 때일 위기 처하자 폭력·협박으로 20억 약속어음 받아내

새해부터 국내 유명 제화업체 에스콰이아의 2세가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동업자에게 폭력 및 협박을 한 혐의로 구속된 것이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지난 5일 벤처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에스콰이아 재벌2세인 이모씨를 구속했다. 투자금 회수를 위해 동업자를 산으로 유인해 감금 폭행한 혐의다.

경찰에 따르면 컴퓨터 부품 개발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씨는 지난해 11월8일 오후 1시께 경기도 가평군 유명산의 한 펜션에서 폭력배 2명을 대동하고 동업자 박모(42)씨에게 “약속어음 20억원어치를 작성하고 차량 매도 서류에 서명하라”고 요구하며 때리는 등 폭력을 휘둘러 전치 5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동업자 산에서 감금 폭행

사건의 핵심인 이모씨는 故이인표 에스콰이아 창업주의 막내인 셋째 아들로 1987년 여자 인기탤런트 A씨와 결혼, 9개월만에 이혼해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재 에스콰이아 지분도 없으며 아무런 직책도 맡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와 박씨의 파국으로 치달은 인연은 2003년에서 시작됐다. 당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를 운영하던 이씨는 박씨에게 적외선 감지 카메라에 내장하는 압축 저장파일 기술 개발을 의뢰한 후 사업비와 사무실 운영비 등으로 총 17억원을 지급했고, 박씨는 지난해 7월 기술 개발을 완료했다.

그러나 이씨는 이미 같은 기술이 중국에서 개발돼 시판 중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당초 예상했던 사업성이 없어진 것이다. 이후 이씨는 박씨에게 투자금의 반환을 요구했지만 원활히 이뤄지지 않자 자금 회수를 위해 이 같은 사건을 벌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씨의 변호를 맡은 권용석 변호사는 “박씨가 지난 2005년 ‘야간 적외선카메라와 데이터 압축에 대한 원천기술을 보유했다’고 접근해 기술이전료 8억원을 포함해 20여억원을 투자했지만 원천기술 주장은 모두 거짓말이었다”고 밝혔다. 권 변호사는 이어 “이씨는 박씨가 제시한 기술의 개발 및 판매를 위해 회사를 설립했으나 기술이 ‘가짜’로 확인되면서 직원들에게 수개월치 임금을 주지 못하는 등 지난 11월부터 폐업상태”라고 전했다.

거짓 기술을 빌미로 막대한 사업비를 이씨로부터 뜯어냈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씨는 여러 사업을 하다가 실패를 거듭하고, 마지막 남아 있는 돈과, 주위 사람들로부터 빌린 돈을 컴퓨터부품사업에 모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번에는 반드시 재기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갖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 돈을 모두 편취당하고 만 것이 범행의 동기가 됐다.

당시 사업까지 흔들리던 이씨에게 투자금 회수는 더욱 요원한 일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박씨에게 투자한 투자금과 손실금액을 강제로 회수하기 위해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 직원에게 박씨의 자산, 처가 등 재산 규모를 조사토록 시켰다. 그러나 박씨는 변제할 능력이 없었다. 결국 이씨는 이를 받아내기 위해 폭력을 계획하기에 이르게 됐다.

경찰의 조사 결과 이 사건은 물고문과 전기고문까지 동원한 치밀하게 준비된 범행이었다. 이씨는 박씨의 가족들의 재산에서 투자금을 만회키로 마음먹고 지난해 11월 “일본인 바이어에게 제품 설명을 해줘야 한다”며 박씨를 경기 가평군 한 자연 휴양림 내 팬션으로 유인했다.

이에 속은 박씨는 팬션에 대기하고 있던 폭력배 2명에 의해 테이프로 손과, 발이 묶인 채 눈을 가리고 2시간여 동안 온 몸을 마구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이씨는 이 과정에서 박씨가 자신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수차례에 걸쳐 물과 전기로 고문까지 가했다. 박씨는 결국 20억원의 약속어음을 쓰고 차량 매도 서류에까지 서명한 뒤 10여시간만에 풀려날 수 있었다.

가족 협박에 집까지 공매처분

당시 이씨는 박씨의 부인과 아들을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면서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가족에게도 똑같이 보복하겠다고 협박까지 했다. 때문에 박씨는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5주의 상해를 입고 박씨 가족은 전세자금을 가압류에 집기류까지 공매 처분됐음에도 보복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박씨가 나를 속인 것이 분명한데도 돈을 돌려주지 않아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해 “속아서 투자금을 날리게 생겼다면 충분히 감정적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일일이 불법적 폭력적 방법을 쓴다면 깡패랑 다를 것이 뭐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지난 폭력사건으로 논란이 됐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판결로부터 반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되풀이된 재벌가의 폭력사건에 세간의 관심은 각별하다. 그가 재벌2세라는 점이 그렇고 또다시 조직폭력 논란이 오가며 재벌의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관행이 벌어졌다는 점 때문에 그렇다. 향후 사기와 폭력의 법정공방으로 예고된 이씨와 박씨의 갈등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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