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이 부업인 시대는 지나갔다. 그간 국민 소득의 신장에 따른 식생활의 변화에 발맞추어 축산업은 빠른 속도로 전업화해왔다. 2005년 농산물 총 생산액 35조 889억 원 중 축산물 생산액 비중은 11조 8천 억원으로 무려 34%나 차지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축산제품의 고급화 없이 축산업의 미래는 없다는 것이 이미 관계자들의 정설(定說)이다.
이에 <시사포커스>는 반평생을 축산 전문가로 주요 공직을 거치면서 양축가의 권익을 위해 노력해오다 지난해 말 퇴임한 <농축사료> 대표이사 송석우 전 회장을 만나 FTA 시대의 축산의 현주소와 미래, 송 전 회장의 최근 거취를 취재했다.
‘한국 농축산인의 벗’이라 자부해온 농협은 전세계적으로 급변하고 있는 축산환경에 적응, 생존싸움에서 살아남으려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실로 이제는 국내 한우 개량용 정액 100%를 농협이 생산한다든지 ‘축산사이버컨설팅’ 홈페이지를 통해 고성능 농축산 기계를 저렴한 가격으로 농민들에게 판매하는 등 농축산인들을 위한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송 전 회장은 그 자리에서 “<농협사료>가 2002년 농협 계열사로 출범한 후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변화와 혁신은 기업의 필수조건이며 농협사료 임직원이 변화의 주역이 되어 농협사료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야 할 것이며 모든 역량을 집결하여 신성장(新成長) 경영정책을 추진해 초일류 <농협사료>를 건설해 나가자”며 임직원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농협사료>는 사료업계 최초로 2005년부터 가격 변동요인에 대해 즉각적으로 사료가격를 조정하는 ‘사료가격연동제“를 가동, 단기간에 전체 배합사료 시장의 30% 점유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운 바 있다.
반평생 축산 발전을 위해 헌신
송 전 회장은 지난해 말 <시사포커스>와 인터뷰를 가진 자리에서 “FTA 시대를 맞아 농협은 앞으로도 모든 제품의 ‘안전성’, ‘홍보’, ‘유통’이란 삼두마차를 이끌고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송석우 전 회장은 1940년 충북 음성 출생으로 1965년 충북대학교 축산학과를 졸업하고 충남도청을 거쳐 1966년 괴산농협에 입사했다.
청주사료공장장, 충북도지회장, 충남도지회장, 축협중앙회 상무와 상임감사를 거쳐 2000년 농·축협 통합 이후 농협중앙회 축산경제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특히 축산경제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통합농협 초기 농협 내 축산 부문의 성공적 기틀 마련을 위한 조직 융화에 힘썼고 ‘목우촌’을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축산물 대표브랜드로 육성하여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목우촌’은 2006년 우수축산물 브랜드 인증, 제6회 여성소비자가 뽑은 최고명품대상 수상(우먼타임스), 제8회 여성소비자가 뽑은 베스트 브랜드 대상(여성신문사), <경향신문> <한국일보> 등 11개 매체에서 상반기 히트상품 선정, ISO 22000인증 획득, 소비자 웰빙지수(KOREA WELL-BEING CONSUMER INDEX) 1위 기업을 2년 연속 수상하는 기염을 토해내기도 했다.
송 전 회장은 또한 축산물 도매사업을 활성화하여 축산농가 생산품의 안정적 판로 기반을 마련하고, 1조합 1특화 사업과 한우, 양돈 등 축종별 핵심조합 육성사업을 추진해 축협조합을 축산의 지역 구심체로 자리매김하는 데 일조했다.
송 전 회장은 그밖에도 축발기금 존치, 농지법 개정, 축산물 안전관리 기능의 식약청 이관 저지, 음식점 식육 원산지표시제 도입 등 축산농가의 오랜 숙원사항을 해결한 활동 등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쇠고기이력추적시스템’과 ‘목우촌’은 축산미래의 청사진
<시사포커스>는 송 전 회장과 만나 FTA 시대를 맞아 축산업 쪽 대응책과 아울러 반평생을 공직에 있으면서 느낀 감회를 들어보았다.
▲ 먼저 <농협사료>가 작년에 발행한 전문지에 대해 말해 달라.
- 농협사료에서 발행한 축산신기술 정보는 국내외 신기술과 정보를 전문박사가 수집 가공하여 양축가에 핵심내용만 제공하는 고급정보지다. <농협사료>의 이미지 개선과 이를 통해 농가 기술력 강화를 통해 소득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축산품은 국민의 기본 먹거리다. 국민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 안전하고 위생적인 축산물 공급을 위해 축산물 공판장 전 사업장에 HACCP(Hazard Analysis Critical Control Point), 곧 ‘위해요소중점관리제도’를 두고 있다.
▲ 좀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 가축의 사육뿐만 아니라 도축 ? 가공 ? 유통의 과정에서 발행할 지 모르는 비위생적인 위험을 원천적으로 제거하자는 것이다. 예컨대 도축장에서 도축 완료되면 충분한 세척으로 이물을 제거하고 대장균 등 병원성 미생물을 제거하는 데 중요관리점을 설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전 과정을 관리 ? 감독하는 것이다.
▲ 화제가 됐던 ‘쇠고기이력추적 시스템’이란 무언가
- 시중에 나도는 한우가 진짜 한우가 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외국산의 ‘둔갑판매’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고, 위생상 문제 발생시 신속한 추적으로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 한우에 정보파일을 붙이겠다는 소린가
- 그렇다고 볼 수도 있다. 송아지가 태어나면 출생신고를 한다, 도축단계에선 개체식별번호를 붙여 도축과 등급 판정을 내린다, 식가공품 단계에선 그 개체식별번호를 확인한다. 이렇게 하면 소비자는 판매장에서 구매하는 한우에 관한 기초 정보를 알 수 있게 된다.
▲ 그 효과는 뭔가? 자세히 설명해 달라.
- 소의 출생부터 가공까지의 기록을 남겨두면 문제가 발생할 때 역추적하기가 쉽다는 것이다. 책임소재가 금방 밝혀지기 때문에 축산업자나 가공업자는 위생관리에 전념하지 않을 수 없다. 자연히 위생 문제 등이 줄게 된다. 반면, 소비자는 좋은 제품에 대해 정보를 기억할 수 있다. 소비자는 좋은 제품은 다시 산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생산부터 판매까지 전과정을 소비자한테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것이다. ▲‘목우촌’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이 뜨겁다. 왜 그런 것 같나
- ‘목우촌’은 ‘축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란 뜻이다. 양축농가와 소비자의 공동이익을 추구하도록 농협이 어떤 역할을 했던 것이 주효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니까 농가는 생산에만 신경 쓰고 농협은 고품질 위생 축산물로 가공, 소비자에게 양질의 제품을 공급해준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농협은 양축농가와 소비자 양쪽을 만족케 한 것이다.
축산품의 고급브랜드화가 경쟁력이다
▲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축산품의 단가가 높다. 싼 외국산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전략은 있는가.
- 축산품의 고급브랜드화가 절실하다.
▲ 한우를 예로 들어 설명해 달라
- 스와트(SWOT ; 환경분석)를 보면 한우는 ‘이력추적시스템’ 등으로 유통투명화가 실현중이며 소비자도 위생 안전성 중시 쪽으로 의식이 바뀌고 있다. 아울러 소비자들의 한우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이것이 강점이다. 반면, 국내 한우의 가격경쟁력이 취약하다. 자체 조사한 통계(농협중앙회 축산유통부 『농협한우공동브랜드』)를 보면 미국산은 우리 것의 약 45% 수준이다. 둔갑판매 위험도 있다. 호주산 등 쇠고기 수입이 확대되고 있고, 축산분료 등의 규제 강화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 듣고 보니 상황이 심각하다
- 과거 브랜드는 상품이나 서비스 차별화에 필요한 명칭이나 용어, 상징이나 디자인 개념이었다. 옛날에는 브랜드가 소비자를 찾아갔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찾아온다. 왜 그런가. 소비자가 자기 이미지를 표현할 브랜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명품 선호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소비자 심리의 변화를 가리키는 측면도 있다. 브랜드의 인지도에 이제는 소비자의 충성도가 따라야 한다.
▲ 브랜드의 인지도와 충성도를 축산품에 적극 도입하겠다는 뜻인가?
- 그렇다. 이를테면 한우에 대한 한국 소비자의 인식은 좋은 편이다. 충성도는 이미 확보돼 있다. 문제는 인지도를 높이는 작업이다. 따라서 홍보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홍보와 유통을 농협이 책임져야 할 것이다. 농협은 고정적인 판로를 확보해야 고수익, 독점권, 가격결정권을 보장받아 싼 외국산 축산품들과 경쟁할 수 있다.
▲ 브랜드화 사업 진척은 어떤가?
- 국내 한우브랜드는 대략 230여 개 정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중 농축협에서 100여 개 정도 보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가 2004년부터 브랜드 경영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온 성과라고도 볼 수 있다.
▲ 그러나 개별브랜드는 아무리 제품이 우수하더라도 소규모다. 마케팅과 물량 조달에 따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 광역 단위로 소규모 브랜드를 묶고 있다. 개별브랜드간 또는 조합간 연합사업 형태인 광역 단위 브랜드의 참여가 증가하고 있다. 2003년 1개에서 현재 9개로 늘어났다. 마케팅 등의 어려움이 없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광역브랜드화를 통해 축산품의 생산부터 판매까지 계열화가 이뤄져야 양축가가 FTA를 뚫고 나갈 수 있는 확고한 기반이 조성될 거라고 본다.
▲ 1984년 농림수산부장관 ‘축산진흥유공표창’을 받은 데 이어 2002년에는 ‘석탑산업훈장’도 받았다. 40여 년 동안 공직자로 근무해오셨다. 공직이란 조직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꼽는 것이 있다면…
- 한 사람의 실수가 전체 조직의 명예를 실추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 대인관계는 누구나 어렵다. 대인관계의 원칙이 있다면?
- 효를 모르는 사람과는 사귀지 않는다는 주의다. 진심을 갖고 상대를 대해야 한다. 그게 핵심이다.
▲ 공직은 반공무원직이라고 할 수 있다. 공직자의 기본윤리랄까 평소 소신을 얘기해 달라.
- 공무원이나 공직자는 민원인 편에서 일을 해야 한다. 또 자기 업무가 중요한 만큼 상대 업무를 배려할 줄도 알아야 한다.
▲ 직장에서 성공하는 방법이 있는가?
- 지름길은 없다. 성실하게 일하는 길밖에 없다.
▲ 자녀분한테 가장 강조하는 덕목이 있다면?
- 정직이다.
▲ 올해는 이렇게 바꿨으면 좋겠다는 게 있다면?
- 의식을 바꿔야 한다. ‘나 하나쯤이야’에서 ‘나 하나만이라도’ 최선을 다하는 의식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 축산인의 권익을 위해 일하면서 가장 기뻤던 때는?
- 조합원들의 정책에 대해 좋은 반응이 나왔을 때 가장 기쁘다. 지난해 <농협사료>는 나주, 함안에 ‘사료무상 긴급지원상황실’을 설치 대대적인 봉사활동에 나섰다. 500농가에 약 1억2천만 원 상당의 사료를 무상지원했다.
▲ 건강이 퍽 좋아 보인다. 비결이 있는가
- 그런 건 없다. 산보와 주말 산행이 내 건강지킴이다.
▲ 이번 4월9일 총선에 정치에 입문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특별한 동기가 있었나?
- 죽 훑어보니 농축산 분야의 전문성 가진 후보가 태부족하다는 걸 알게 됐다. 직능 분야에서 나온 정치인이 없다는 데 많이 놀랐다. 이제는 전문성을 갖춘 정치인이 나라 정치를 해야 할 시대가 온 것 같다는 판단하에 결단을 내렸다.
▲ 끝으로 독자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
- 우리 농축산물 사랑해 주시고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회가 주어진다면 국민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