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여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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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행작가협회, 여행에세이집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여행>

2008 무자년이 밝았다. 해마다 이맘 때면 사람들은 지난 1년 동안 자신이 살아온 흔적을 되짚어 보면서 심상 속으로의 여행을 떠나게 된다. 지난 1년 동안 나는 무엇을 했으며 어디로 다녔을까. 내 생애에서 가장 행복한 여행을 떠난 적은 있었는가. 그 여행지는 어디였을까.

행여, 지금까지도 스스로의 생애에서 길이 남을 여행을 떠나보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면 '여행 고수 15인이 뽑은'이라는 덧글이 붙은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여행>(위즈덤하우스)이란 책을 들고 주말을 맞아 새로운 여행을 떠나보자. 혼자라도 좋고 둘이라도 좋고 셋이라면 더욱 좋다.

굳이 주말이 아니라도 괜찮다. 이른 봄,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어날 때 눈에 밟히도록 사랑하는 사람과 손에 손을 잡고 꿈길 같은 꽃길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고, 꿈속에서라도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신비의 섬에 가서 그 섬을 나는 갈매기의 꿈을 꾸어보는 것도 아주 특별한 여행이 될 수 있다.

마음이 급하다면 이번 주 토요일 살가운 동무들과 어울려 술 익는 마을을 찾아가 향긋한 술내음에 포옥 빠져보는 것도 행복한 여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절이나 오지마을, 농어촌, 영화촬영지, 세계문화유산, 골목길 등을 찾아 삶과 역사의 깊이를 저울질하는 것도 뜻 깊지 않겠는가.

좋은 여행기, 평소의 느낌이나 경험 살려야

"사람들은 흔히들 취미가 여행이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실행에 옮기지 못합니다. 그러고는 '시간이 나지 않아서'를 가장 흔한 이유로 꼽습니다. 자기계발을 위해서라면 없는 시간도 만들어야 합니다. 시간의 주인은 바로 자기 자신이니까요. 여행을 위해 쏟는 시간은 단순히 휴식을 위한 투자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나를 만들어 내기 위한 고급 투자이기도 합니다." -'프롤로그' 몇 토막

(사)<한국여행작가협회>(회장 유연태)는 지난 2002년 국내 여행기를 전문으로 집필하는 여행작가들이 모여 만든 여행전문단체다. 양영훈, 허시명, 유연태, 정보상, 임인학, 이신화, 유철상, 송일봉, 이종원, 김연미, 김수남, 김정수, 홍순율, 한은희, 이동미가 그들.

이들은 그동안 매주 한 차례씩 한반도의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삼라만상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그 지역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독특한 맛집 등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그 글과 사진을 담아 신문과 잡지, 사보, 방송, 인터넷 매체 등에 소개하는 것은 물론 매년 한 권씩 책을 펴냈다.

<7인 7색 이야기>(2003), <잊지 못할 가족여행지 48>(2004), <신바람 나는 가족 체험 여행지 45>(2005) 등이 그것들이다. 이들은 그동안 이 책을 통해 아름다운 사진과 여행정보를 자세하게 소개했다. 하지만 이번에 펴낸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여행>은 예전 책과는 조금 다른 색깔을 띠고 있다.

(사)<한국여행작가협회> 유연태 회장은 "요즈음 시대는 여행정보 못지않게 여행지에서의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책은 각자 한 가지씩의 커다란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는 최고의 여행지를 가려 뽑은 뒤 그 주제에 따른 평소의 느낌이나 경험을 에세이 형식으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풍경 사진과 발땀 나는 삶의 기록



"매화는 가장 먼저 꽃소식을 전하는 봄꽃이다. 아무리 천지가 북풍한설에 떠는 겨울의 끝자락이라 하더라도, 늙은 매화나무 가지에 돋아난 꽃망울이 점차 부풀어 올라 마침내 툭 터지면 사람들은 어렴풋한 봄기운을 금세 감지한다," -16쪽, 양영훈, '순천 선암사의 옛 매화' 몇 토막

이 책은 모두 15가지 주제로 나뉘어져 있다. 여행작가 양영훈의 '꿈길 같은 꽃길 여행', 허시명의 '술과 여행', 유연태의 '40대 가장을 위한 쉴토(쉬는 토요일) 여행', 정보상의 '행복한 자동차 여행', 임인학의 '잊지 못할 섬 여행', 이신화의 '천연의 웰빙 여행', 유철상의 '몸은 세우고 마음은 낮추는 사찰 여행',

송일봉의 '주부들을 위한 맞춤 나들이 여행', 이종원의 '가족과 함께하는 트레킹 여행', 김연미의 '걸어서 가는 오지마을 여행', 김수남의 '즐거운 체험학습 여행', 김정수의 '영화 촬영지로 떠난 여행', 홍순율의 '세계문화유산 여행', 한은희의 '아이와 함께 떠나는 미술 여행', 이동미의 '골목 여행의 즐거움' 등이 그것들이다.

이들은 이번 여행기에서 저마다 독특한 풍경이 담긴 아름다운 사진과 발땀 나는 삶이 담긴 여행 에세이를 선보인다. 게다가 에세이 끝자락에는 저마다 여행지로 가는 가장 빠르고 쉬운 길과 그곳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맛깔스런 맛집, 여행의 피로를 한꺼번에 싸악 씻어주는 값 싼 숙박집까지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자연에서 풍기는 맑은 공기 한 줌이면 족하다

"술 기행은 산천 기행이고, 장인 기행이고, 음식 기행이고, 문화 기행이었다. 그리고 술은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진경(眞景)이었다. 술 속에 소리도 있고, 시도 있고, 정치도 있고, 과학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술은 물의 속성을 닮아 끊임없이 흘러가고 변해갔다." -33쪽, 허시명, '술과 여행' 몇 토막

여행작가 양영훈은 순천 선암사의 옛 매화와 산청 황매산의 철쭉, 태안 안면도의 수련을 바라보며 "활짝 꽃망울을 터뜨린 들꽃과 마주치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고 말한다. 허시명은 도인의 술이라는 비슬산 하향주와 산성막걸리, 한산 소곡주를 맛보며 "술 기행은 술독 기행이 아니라 우리 역사와 문화를 만끽하는 길"이라고 여긴다.

유연태는 문경과 서산 태안의 바닷가 마을, 제주도 서귀포 여행에서 가족들과 여행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미처 집안에서 발견하지 못한 애정과 장점을 만날 수 있다"고 못박는다. 정보상은 강축 해안선과 거제 해금강, 충주호반의 청풍명월을 바라보며 자동차 여행이야말로 "마음 가는 대로 몸이 가는 그런 진짜 여행"이라고 믿는다.

임인학은 통영 매물도와 완도 청산도, 울릉도에 서서 섬의 속내를 제대로 보려면 "에돌아야 한다, 섬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이신화는 인제의 천연 약수터와 곰배령, 울진 응봉산의 자연용출장, 여주를 찾아 "웰빙여행은 그저 떠나는 것만으로도 좋고, 그 자연에서 풍기는 맑은 공기 한 줌"이면 매우 즐겁다.

그곳에 조선의 마음 같은 사람들이 있다

"벼랑 끝에 간신히 뿌리를 내리고 있는 소나무, 선홍빛 피눈물을 뚝뚝 흘리는 단풍에 흠뻑 빠져들었다. 외설악이 웅장한 남자였다면 이곳은 섬세한 여성의 산이다. 거닐수록 어머니 품안에 들어간 것처럼 포근함이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154쪽, 이종원 '붉은 단풍비가 내리는 양양 흘림골' 몇 토막

유철상은 공주 마곡사와 부안 내소사, 김천 직지사를 찾아 "우리 땅 곳곳에 산재한 절집을 돌아보면 어느새 그곳에 전통문화가 녹아 있다"는 것을 느낀다. 송일봉은 고창과 춘천, 섬진강 여행에서 "즐거운 여행은 마음을 아름답게 만들고. 스스로 여행을 즐길 때 닫혔던 마음이 열린다"고 생각한다.

이종원은 양양 흘림골과 태백 분주령, 평창 선자령에 서서 "나의 가족 여행길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순례의 길이며 신념이자 종교나 다름없다"고 아들 성수에게 속삭인다. 김연미는 봉화 큰터마을과 무주 벌한마을, 하동 논골마을을 돌아다니며 "오지는 없다, 그리운 사람들, 조선의 마음 같은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라고 되뇐다.

김수남은 천안 거봉마을과 해남, 경주 남산에서의 체험학습을 통해 "체험학습은 고과서 속 지식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세상사는 따스함을 배우는 것"이라 말한다. 홍순율은 수원 화성, 고창과 하순의 고인돌 마을, 팔만대장경을 바라보며 "우리의 문화유산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모두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쐐기를 박는다.

사람과 또 다른 나를 위해 길을 떠난다

"해녀들이 물질을 하던 바닷가로 나갔는데, 정말 영화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훠이, 훠이' 하는 숨비소리, 해녀들이 물질을 마치고 물 밖으로 올라와 가쁘게 내쉬는 숨소리가 들려온다. 며칠 전 스크린에서 보았던 장면들을 바다에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208쪽, 김정수 '인어공주의 촬영지, 제주 우도' 몇 토막

김정수는 마산 저도 연륙교와 제주 우도, 합천댐에 서서 "요즘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 멋진 풍경만 나오면 '저기가 어디야?' 하는 궁금증이 먼저 생기는 직업병을 덤으로 얻었다"고 말한다. 한은희는 담양과 청도, 괴산으로 떠난 미술여행에서 "부모와 아이가 '따로 또 같이' 놀수 있는 체험여행"은 미술체험여행뿐이라고 귀띔한다.

이동미는 인천의 자장면 거리 중화가와 폐광과 카지노가 있는 사북거리, 친구가 생각나는 전주 막걸리 골목에서 "골목, 그 속엔 사람이 있고 정이 있고 작은 이야기가 있다"고 속삭인다. 이어 그는 골목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다른 나를 만나기 위해" 오늘도 골목여행을 떠난다.

여행 고수 15인이 뽑은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여행>은 한반도 곳곳의 아름다운 풍경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속내가 새록새록 묻어있다. 이 책은 바쁜 틈을 쪼개 산과 들, 바다, 섬, 농어촌, 문화유산, 골목 등 한반도 곳곳을 누비고 다니는 여행이야말로 스스로의 생애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라는 것을 넌지시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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