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이 자사 고객들과 업계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이유인 즉, 자사 화장품을 구입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증정하려던 사은품이 프랑스의 유명 브랜드 ‘롱샴(Longchamp)’의 디자인을 모방한 이른바 ‘짝퉁 명품’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뒤늦게 사은품 공급을 중단하고 남아 있는 사은품 전량을 회수해 소각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고객들과 업계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시사신문>이 아모레퍼시픽의 ‘짝퉁 명품 사은품’ 소동을 취재했다.
업계 “얄팍한 상술”, 고객 “명품바람 이용해 소비 부추긴 셈”
아모레 “롱샴의 디자인과 유사한 줄 전혀 모르고 진행된 일”

다른 가방으로 증정품 대체
롱샴 측에 따르면 자사의 상품과 유사한 디자인의 가방을 아모레퍼시픽 매장에서 직접 확인했다. 백화점 쿠폰북에도 같은 디자인의 상품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롱샴 측은 전했다.
애초 롱샴 측은 아모레퍼시픽의 디자인 도용에 강경하게 대응할 계획이었지만 아모레퍼시픽이 과오를 인정하고 사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 고소는 취하했다. 하마터면 아모레퍼시픽은 불미스런 사건으로 법정공방에 휩쓸리는 불명예를 안을 번했던 것이다.
롱샴의 한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과 원만하게 합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없었던 일로 하되 아모레퍼시픽에서 준비한 가방 잔량에 대해서는 16일에 소각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 같은 롱샴 측의 주장에 대해 순순히 인정했다. 롱샴측의 클레임을 받은 즉시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했으며 롱샴 측에 직접 찾아가 사과했고 공식적으로 양해를 구했다는 것이다.
사은품 공급을 중단하는 조치를 서둘러 취했으나 이벤트 시작일인 4일 오전에 불가피하게 일부 수량이 고객에게 증정됐을 뿐 나머지 잔량은 전체 소각시켰다는 것이 아모레퍼시픽의 해명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이후 기대했던 증정품을 받지 못하는 고객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다른 디자인의 가방으로 증정품을 대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모레퍼시픽 한 관계자는 “사은품으로 고객에게 증정된 가방은 몇 개인지 개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지만 이벤트 당일 오전에 잠시 증정된 거라 그 수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롱샴의 디자인과 유사한 줄 전혀 모르고 진행된 일이며 영업부서에서 판촉업체와 같이 이벤트를 준비하다 문제가 발생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롱샴과 아모레퍼시픽은 서로 이해하며 사태를 해결했지만 이를 지켜본 화장품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2005년 백화점 매출 1위 브랜드로 떠올라 이후 계속 1위를 고수하며 단일 브랜드로는 최초로 매출액 4천억원 돌파 기록도 만들어낸 제품이다. ‘헤라’ 역시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이다.
경쟁자 없이 독보적 1위 시대를 열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이 명품가방 디자인과 유사한 짝퉁으로 고객들의 환심을 사 판매를 올리는 얄팍한 상술을 사용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의 과도한 판촉활동도 함께 지적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있는 사람이 더 무섭다더니 그 말이 맞긴 한 것 같다”면서 “국내 최고의 브랜드라면 이에 걸 맞는 수준을 보여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고객들 역시 아모레퍼시픽의 이 같은 판촉 활동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명품바람을 이용해 고객들의 소비를 부추긴 의도가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짝퉁 상술 오해 없길 바래”
롯데 백화점 회원인 한 고객은 “받을 줄 알았던 사은품이 바뀌자 상심이 큰 고객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가방을 위해 당장 필요하지 않은 화장품을 구입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라며 “아모레퍼시픽이 결과적으로 고객들의 소비를 부추긴 셈”이라고 꼬집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에 대해 난감한 입장이다. 아모레퍼시픽의 한 관계자는 “뭐라 할 말이 없다”면서 “짝퉁이나 상술 그런 측면이 아니고 단순히 1월 신년이니까 이벤트를 진행하다가 과오가 생긴 것인데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디자인이 비슷한 줄 전혀 알지 못했으며 이번 사태에 대해 롱샴측에 사과를 했고 롱샴측도 이 사과를 받아줬다”며 “업계 1위인 우리가 굳이 상술까지 써가며 판매에 열을 올리겠냐. 판매를 위해 일부러 짝퉁 가방을 만든 것이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