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은것은 의석이요, 잃은것은 초심이다’
열린우리당이 11일로 창당 1주년을 맞는다. 지난해 11월 정치개혁과 지역구도 타파를 외치
며 신당의 기치를 올린 지 1년이 흐른 것이다.
짧다면 짧은 시간 속에서 우리당은 창당대회 당시 47석의 원내 제3당에서 4.15 총선을 통해 152석의 과반 1당으로 탈바꿈했다. 이에 따라 당명 앞에 따라붙던 수식어도 `정신적 여당'에서 `책임있는 집권 여당'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47석의 미니정당으로 “정치권의 왕따”에서 지금은 151석의 과반수 여당으로 변했다. 하지만 당내 정체성 혼란과 계파 대립, 초선의원들의 경험부족 등 ‘압축성장’의 진통도 열린우리당의 현주소다.
신당의 태동을 알린 지난해 5.16 민주당 신당 워크숍 때만 해도 참여 의원수는 우리당의 모태가 됐던 민주당 전체 의원 101명 중 67명에 달했으나,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과 맞물려 이탈자가 속출하면서 9월 `국민참여통합신당' 주비위원회에 참여한 의원수는 한나라당 탈당파 5명 을 포함해 42명에 불과했다.
김덕규, 정대철, 최용규의원과 개혁당 소속이었던 김원웅, 유시민의원이 차례로 합류했지만 `반노(盧)'를 코드로 한 거대 야권에 대항하는 `4당 구도'는 총선까지 지속됐다. 특히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진행된검찰의 전방위 대선자금 수사는 한나라당에 ` 차떼기당'이란 오명을 덧씌우는 동시에 `깨끗한 정치'를 슬로건으로 내건 우리당의 도덕성에도 큰 흠집을 냈다.
이로 인해 창당주비위 구성 당시 10%대 초반이었던 지지도는 10% 미만으로 곤두박질쳤고, 당내에선 민당과의 통합론이 제기되면서 노 대통령의 조기 입당과 강금실 법무장관의 징발이 거론되는 지경에 이르다.
외우내환에 시달리던 우리당은 그러나 민주당이 `조순형-추미애' 투톱 효과가 시들할 조짐을 보이던 올 1월11일 최연소 대표경선 후보였던 정동영의원의 선출을 계기로 지지율 상승의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정의장은 `몽골기병'식 속도전 행보를 보이며 기성 정당과의 차별성 부각에 진력했고, 그런 노력은 당 지지 이전대 후 보름만에 1위에 오르는 기적 같은 결과로 이어졌다. 이에 대한 반작용의 결과로 나타난 야권의 노 대통령 탄핵사건은 우리당의 총선 승리에 쐐기를 박은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
우리당은 총선을 계기로 과반 1당으로 우뚝 서면서 헌법재판소의 탄핵사건 기각과 노 대통령의 입당을 이뤄냈으나, 정체성 논란과 노선 대립 속에서 한나라당 출신 김혁규 전 경남지사의 총리 기용을 둘러싸고당, 청간에 냉기류가 흐르면서 지리멸렬한 상태로 빠져들었다.
정동영 의장의 뒤를 이은 신기남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가 당,정분리와 원내정당화 등 새로운 정치실험에 대한 적응기간을 힘겹게 통과하는 사이 경제난 심화와 맞물려 당 지지도는 탄핵 직후 50%대에서 25로 반토막이 났고, 부산시장과 경남, 제주, 전남 지사 등 광역단체장을 선출하는 6.5 재.보선에서 단 1곳도 얻지 못하는 참담한 패배를 안았다.
급기야 신 의장은 선친의 일제헌병 복무전력이 드러나 도중 하차하면서 `원외'인 이부영 의장이 당대표직을 승계하는 등 내부 홍역을 치렀고, 10월에는 참여정부가 명운을 걸고 추진했던 신행정수도건설 특별법에 대해 헌재의 위헌 결정 이 내려지면서 정부, 여당은 총선 후 최대의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지지율 저조 속에 갖가지 악재가 겹치면서 10여곳에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4월 국회의원 재,보선이 우리당에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이미 신계륜 이상락 오시덕 의원이 선거법 위반 등과 관련해 2심에서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받아 이르면 연내에 과반이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그러나 천 원내대표는 "우리당은 아직까지도 창당이 진행중"이라며 자신감을 내 비쳤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비롯한 민생, 개혁 입법과 기간당원에 의한 당지도부 선출 등 현재진행형인 정치개혁의 실험이 성공으로 각인될 경우 우리당의 `개혁 초심'에 기대를 걸었던 민심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게 지도부의 기대 섞인 판단인 것이다.
“우리당은 아직 창당중”(천정배 원내대표)이란 말처럼 원내정책정당의 기치아래 실험에 들어간 투톱체제도 겉돌기는 마찬가지다. 원내대표와 당의장 역할 구분의 모호성과 원내·중앙당간 인력운용의 탄력성 부족 등 “화학적 결합의 부재”(원내 한 당직자) 상황이다.
탄핵 직후 50%대까지 치솟았던 당 지지도는 20%대로 반토막났을 정도다. 우리당의 진로를 결정한 중요한 시험대는 내년 3월 전당대회다. 실질적인 기간 당원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 치러지는 내년 전당대회에서 당내 세력판도가 크게 달라 질 가능성이 있고, 특히 개혁당 계열 당원들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선전할 경우 우리당의 정책과 노선은 크게 변경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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