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우리는 지도자를 제대로 선출해야만 제대로 나라가 다스려진다고 논했습니다. 그렇게 선출되었는지 아닌지는 역사만이 판단할 일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지도자로 뽑힌 사람의 덕목에 대하여 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목민심서』의 내용을 원용해서 승자의 처신이 어떠해야 하느냐를 논하고 싶습니다. 다산은 공자의 말씀부터 인용합니다. “아랫사람을 부리려면 너그럽게 해야 한다”(御下以寬)라고 했으니 참으로 옳은 말씀입니다.
“최고 지도자의 위치에 있으면서 너그럽지 못함은 성인(聖人)도 경계했다. 그러나 너그러우면서도 풀어지지 않아야 하며 어질면서도 나약하지 않아야만 그르치는 일이 없을 것이다”(居上不寬 聖人攸誡 寬而不弛 仁而不懦 亦無所廢事 : 吏典·束吏)라고 다산은 주장했습니다. 너그러워야 한다는 이유 때문에 모든 규제를 풀어 혼란을 자초하거나, 어질어야 한다는 이유로 무력하게 통제력을 상실해버리면 무슨 정사(政事)가 펴지겠습니까.
온갖 욕심에 사로잡혀 탐욕만을 추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관대(寬大)한 입장만 보이다가는 간사한 사람들의 무문농법(舞文弄法 : 문서를 꾸미고 법을 농간함)에 말려들어 세상이 시끄러울 것이니 관대하면서도 조종하고 통제하는 일에 자신이 책임을 지고 처리해야만 ‘관대함’의 효과가 있고, 마음씨만 어질고 규제하고 제어할 원칙까지 놓아버리면 세상은 또 시끄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요컨대 너그럽고 어질면서도 해이되지 않고 나약하지 않아야만 세상이 바르게 간다는 것입니다. 선거기간에 반대편에 섰거나 적극적으로 반대운동을 했던 사람은 물론, 강한 라이벌의 입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 관용과 어진 마음을 선사하여 새로운 화합의 장을 여는 것은 바로 새로운 지도자의 능력입니다.
5년 만에 한 번 치루는 선거, 언제나 찬성과 반대는 있기 마련. 때문에 선거가 끝나면 관대하고 어진 정사를 펴서 마음이 편하고 넉넉하게 국민을 인도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다산의 뜻이었을 것입니다.
적개심으로 반대파를 억누르고 짓이김은 지도자로서는 하지 않을 일이라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