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와 김혁규 전 경남지사가 장고에 들어갔다. 가칭 ‘자유신당’ 핵심 관계자와 지지자들이 ‘전국 정당 기세 올리기’를 위해서는 당의 ‘얼굴마담’ 격인 이 전 총재와 김 전 지사가 지역구에 출마해 ‘바람몰이’를 해야 한다며 강하게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昌·김혁규 ‘깃발’ 어디에
이들은 이 전 총재에게 고향인 충남 예산·홍성보다 영남권 바람몰이를 위해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출마할 것으로 보이는 대구 서구나, 전국 정당 이미지를 심기 위해 의석수가 가장 많은 수도권 출마를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 전 총재가 고향인 충남 예산·홍성에서 출마하게 되면 ‘자유신당=충청당’이라는 낙인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
자유신당 이혜연 대변인은 “주변에서 (출마를) 많이 권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직접 출마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유신당의 이념과 가치를 현실정치에서 구현하기 위해 일정한 역할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대내외에서 많이 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 전 총재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사실 이 전 총재로서도 고향 출마보다 수도권 출마를 하거나 한나라당 대표와 맞붙는 것이 모양새가 난다. 하지만 자칫 낙선하게 되면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이 전 총재는 여론의 추이를 보아가며 지역구 선정에 따른 물밑 저울질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자유신당 간판격인 김 전 지사와 강삼재 창당준비위원장의 지역구 선정도 심상치 않다. 김 전 지사는 고향인 합천 출마를 굳힌 것으로 보이며, 강 위원장은 고향인 ‘마산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김 전 지사가 경남 정치1번지라는 창원 출마를 포기한 것은 낙선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며 “강 위원장은 ‘차떼기’에 따른 ‘마산을’의 여론이 아직까지 좋지 않아 비례대표로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경남은 지난 17대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가 유효표 21.48%(약 33만표)를 얻어 ‘자유신당’으로서도 만만치 않은 지지기반을 갖고 있다. 따라서 차제에 ‘IP연합’이 이루어지기만 하면 경남의 표심은 ‘자유신당’으로 한꺼번에 쏠릴 가능성도 높다.
朴心, 이미 昌으로 기울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의 ‘IP연합’이라는 화려한 짝짓기를 꿈꾸고 있는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가 ‘사고초려(四顧草廬)’에 나섰다. 이 전 총재는 박 전 대표가 자유신당으로 ‘호적’을 옮기기만 하면 당권과 차기대권을 모두 내주겠다는 태세다.

이 전 총재가 ‘삼고초려’를 외면한 박 전 대표를 향해 “뜻을 같이 하는 분은 어느 때든, 또 어느 장소에서든 만날 날이 있을 것”이라며 계속해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도 한나라당의 공천 갈등에 따른 박 전 대표의 ‘특단의 결단’ 때문이다.
昌·金 물밑 저울질, ‘고향 안착이냐 백중지역 출마냐’
IP연합, 박근혜 사랑 ‘四顧草廬’ “당권·대권 다 줄게”
자유신당은 박 전 대표와의 연합을 통해 한나라당의 거대 여당화를 초토화시켜 이번 4·9총선을 승리로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이와 함께 충청권·수도권 의원들의 동요로 시작된 ‘이회창 바람’에 ‘朴風’까지 합친다면 ‘자유신당 바람’은 영남·충청권뿐만 아니라 수도권과 강원권까지 ‘회오리’ 칠 수도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한나라당 공천 갈등이 파국을 맞게 되면 親朴계 의원 상당수가 자유신당행을 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의 합류도 ‘자유신당 바람’을 부채질하고 있다.
자유신당 측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에서 탈당이 예상되는 분들의 선택폭이 그리 넓지 않다. 이럴 경우 무소속보다는 자유신당행이 더욱 매력적일 것”이라며 한나라당 이탈세력의 대안당이 자유신당임을 내비쳤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특별한 명분’을 확보하지 못하면 공천 갈등에도 불구하고 직접 탈당할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공천에서 배제될 것이 확실시되는 親朴계 의원들이 집단으로 탈당하고 박 전 대표가 묵시적으로 동의하는 시나리오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 전 총재와 김 전 지사의 ‘전국정당 기세 올리기’에 따른 지역구 출마도 ‘朴心’의 향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도 있다.
강삼재 3가지 비책
강삼재 자유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이 제18대 총선에서 “70~80석을 확보, 제 1야당이 될 것”이라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강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의 배경에는 세 가지 숨겨진 시나리오가 있는 듯하다.
첫째, 한나라당 공천 갈등에 따른 親朴계 의원들과 대통합신당에서 ‘좌표’를 잃고 떠도는 보수성향 의원들의 대거영입을 통해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과 신당을 견제하겠다는 시나리오다. 이른 바 의정경험이 많은 ‘금뺏지’를 내세워 지역구 민심을 확실하게 틀어쥐겠다는 것.
둘째, 박근혜 전 대표와의 ‘IP연합’이다. 영남권 민심을 확실하게 틀어쥐고 있는 박 전 대표와의 ‘총선연합전선’은 영남권에 출마하는 親李계 인사들의 발목을 잡을 수가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가 “지난 대선 때 영남권에서 이명박 당선인의 표가 많이 나온 것은 박 전 대표의 일정한 역할 때문”이라며 “박 전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자유신당을 선택할 경우 영남권 표 대부분이 자유신당으로 쏠릴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
셋째, ‘신보수’의 깃발을 들고 이 전 총재와 김 전 지사가 지역구에 나설 경우 이번 총선판도는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구에서 ‘신보수VS중도보수’, 이른 바 자유신당VS한나라당의 양당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다. 이번 4ㆍ9총선이 양당 싸움으로 비화되면 자유신당으로선 ‘반타작’은 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강삼재 큰소리…“7~80석 이상 확보하겠다” 비책 셋
4·9총선 昌의 남자들, 단임팀 한나라전선 초토화 나서
이 전 총재가 최근 “한나라당이 총선에서도 압승을 말하고 있지만 절대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라며 “자유신당이 다수 의석을 얻어야만 건전한 정치혁신을 이룰 수 있고, 보수 대 보수의 양당구도가 구축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강 위원장이 “깜짝 놀랄 의석을 확보하겠다. 제1야당이 되겠다”고 자신하는 것도, 김 전 지사가 “(대통합민주신당) 내부에 보수노선을 지향하는 정치인들과 수시로 만나고 있다”고 말하는 것도 이번 총선을 양당구도로 만들기 위한 사전포석이라 볼 수 있다.
昌의 남자들 누구?

이 전 총재의 최측근이라 불리는 이흥주 전 홍보팀장은 1993년 이 전 총재가 국무총리로 취임할 때부터 곁을 지켰기 때문에 ‘특보’란 호칭까지 따라다닌다. 하지만 이 전 팀장은 이번 총선에서는 출마보다 ‘昌의 그림자’가 되어 총선을 도울 것으로 보인다.
창준위 공동대변인을 맡은 지상욱 연세대 박사는 이 전 총재의 장남인 정연 씨와 친구 사이다. 한성실업 지성한 회장의 아들인 지 박사는 2002년 대선 때부터 이 전 총재를 보좌했다. 2005년 배우 심은하와 결혼한 지 박사는 총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심은하의 지원사격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최형철 호원대 겸임교수도 1997년 대선 당시 이 전 총재의 정책을 자문하면서 행정 등 실무적인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10년 넘게 이 전 총재를 보좌해왔던 이채관 보좌관도 昌의 실무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