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병원-LPG충전소-택시기사’ 환상의 트리오
‘개인병원-LPG충전소-택시기사’ 환상의 트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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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보험 여러개 가입 후 사고 나길 기다린 사람도…”


병원 진료기록엔 처방전이나 환자의 증상 대신 의미 있는 숫자들로 가득
낮에는 입원중, 밤에는 영업중, LPG 충전소도 고객유치위해 ‘한몫 단단히’

“안 당해 본 사람은 그 황당한 기분 모를 겁니다”. 불법으로 보험금을 편취해오던 택시기사를 검거한 형사의 말이다. 그 또한 비슷한 피해를 본 경험이 있다고 했다.

서울 성동경찰서 지능 2팀 박공훈 형사. 그는 “우리 주변에 피해본 사람 무지 많다”면서 “이번 사건을 수사하면서 너무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오더라”고 전했다.

혐의점이 인정, 검찰로 송치된 택시기사들이 무려 1백61명에 이른다. 이곳 경찰 관계자는 “아직 본게임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를 통해 사건의 전말과 추적과정에 대해 알아봤다.

불법으로 보험금을 타내던 일부 몰지각한 서울시내 개인택시업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현재 경찰은 개인택시업자들만 상대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향후 법인택시업자들에게까지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어서 앞으론 택시업자들이 불법으로 보험금과 유류보조금을 편취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혐의가 의심되는 택시기사들만 무려 2천여명. 택시조합으로 연결된 이들은 병원과 LPG 충전소 등과 짜고 일을 벌여왔다.

사고가 나면 택시기사는 자신이 속한 택시조합 지부에 연락을 취하고 조합은 ‘XX병원으로 가라’는 지시를 했다. 이들이 이용하는 병원은 대부분 개인병원이다.

사고 나면 단골병원행

개인병원에선 더더욱 황당한 일들이 벌어졌다.

진료기록엔 환자가 입원 중인 것으로 나오지만 영어로 된 처방전이나 환자의 증상 대신 이상한 숫자들이 기록부를 가득 메워놨던 것이다.

실제로 일명 ‘가라’(가짜) 환자들에겐 처방을 내릴 일도, 치료를 할 이유도 없었기 때문에 1-주사, 2-약 등 각각의 숫자에 의미를 부여해 기입해왔던 것이다.

이들은 보험회사 직원이 찾아오는 낮시간엔 환자로 둔갑했다. 하지만 밤이 깊어지면 이들은 택시영업을 하면서 돈을 벌었다.

이와 관련 박 형사는 “그만한 투잡도 없을 것이다”면서 “이런 일이 하도 많다보니 사고가 나길 기대하면서 개인상해보험을 가입해 상습적으로 보험금을 타 그 금액이 무려 5천만원에 이르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LPG 충전소도 병원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자신들의 단골손님 확보를 위해 교통사고로 파손된 차량이 수리 중이라 주유를 하지 않을 때에도 허위영수증을 끊어줘 택시기사들이 유류보조금을 탈 수 있게 도왔다.

즉,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하는 택시기사들은 보험금+국가유류보조금(2007년 기준 리터당 186원)+개인보험금(가입 시)+택시 영업으로 창출되는 이익금을 모두 챙길 수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유류보조금은 해마다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건교부에 따르면, 지난 한해 전국적으로 운송업자들에게 국가가 지급한 유류보조금은 1조8천억원에 달한다.

보험금+영업이익금+@

이처럼 경찰의 수사망이 확대되자 택시업계에선 위축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택시기사들이 많이 몰리는 서울시 성수동 소재 A 기사식당의 경우, 삼삼오오 모인 택시업자들의 화두는 ‘보험금’과 '경찰수사'. 그만큼 택시업계에선 이러한 일이 관행처럼 뿌리 깊게 박혀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하루에 받는 보험금은 대체 얼마일까. 경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인 상해보험의 경우, 입원 시 하루 4~5만원이 지급된다고 한다. 또 자동차보험에서 나오는 보험금까지 따지면 상당한 액수라는 것.

또, 이들이 병원으로 가는 시간은 사고 이후 단 하루. 사고가 난 뒤, 가해자의 전화번호만 가지고 사라지는 이들은 결국 다음날이면 교통사고후유증으로 인한 통증을 호소하며 병상으로 직행한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조사해보니 병원도 단골병원이 있었다”면서 “택시기사들과 함께 사기행각을 벌인 해당 병원과 LPG 충전소들도 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적발하기 어려운 만큼 사고를 내지 않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라고 당부했다.

-[미니 인터뷰] 법인택시업자 B 씨
‘악용하는 것은 나쁘지만 전부다 그런 것은 아니야’

현재까진 개인택시업자들을 상대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향후 법인택시업자들에게도 경찰의 수사망이 확대될 계획이다. 법인택시업을 하는 B 씨를 통해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택시운송업자의 입장을 들어봤다.

-택시업자들이 불법으로 보험금을 편취했는데 왜 그랬을까.
▲잘못됐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지만 택시운송업의 근무환경이 열악한 만큼 이해는 된다.

-근무환경이 얼마나 열악한가.
▲하루 12시간 근무에 사납금이 주간 9만5천원, 야간 11만5천원이다. 또 가스 값도 무시 못 한다. 12시간정도 주행하려면 40~50ℓ가 필요하지만 회사에선 25ℓ밖에 대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부족한 연료는 결국 개인 돈을 들여야 한다.

-근무 중 사고가 나면 어떻게 되는가.
▲우리는 만근일수가 26일이다. 근무 중 사고가 나서 근무일수를 다 채우지 못했어도 만근으로 인정해줘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내가 일한 날만큼만 월급이 나온다는 말이다. 또 만근수당도 받을 수가 없게 된다.

-그렇다면 병원에 입원 중에도 영업을 하는가.
▲결과적으로 보자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근무환경에 대한 것을 법적으로 해소를 해준다면 보험금을 노린 사기사건은 없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st35@sisa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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