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뭐가 그리 잘났나
유시민, 뭐가 그리 잘났나
  • 김의중
  • 승인 2004.11.1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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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반성 못하는 이기주의의 표본
정계를 떠들썩하게 하는 발언으로 유명한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이 지난3일 학생의날을 맞아 중앙대학교에서 ‘학생과 정치’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문제는 강연과정에서 노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서 사회에 물의를 빚고 있다는 것이다. 정동영 장관이 우리당 의장시절 “60대 이상은 투표 안하고 쉬어라”는 발언을 시작으로 천정배 원내대표가 뉴욕에서 “금방죽을 노인들 무슨 힘있냐”라고 말한데 이어 제3의 노인비하발언이다. 정 장관은 당시 발언으로 인해 의장직을 사퇴했고 천 대표는 수많은 단체와 언론에 비난을 받았다. 유 의원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유 의원은 강연에서 “비록 30-40대에 훌륭한 인격체였을지라도 20년이 지나면 뇌세포가 변해 전혀 다른 인격체가 된다”면서 “나이가 들면 변화를 싫어하고 50대가 되면 멍청해지며 60대가 되면 뇌세포가 죽어 전혀 다른 인간이 되므로 개인적으로는 60대가 되면 가능한 책임있는 자리에 가지 않고, 65세가 되면 때려 죽어도 가지 말자는 것이 원칙이다”라고 말했다. 과연 유 의원이 말한대로 인간이 60세가 넘으면 멍청해지는 것일까? 세계적으로 존경받았던 미국의 레이건 전 대통령은 70세에 대통령에 당선됐고, 우리나라를 IMF의 위기에서 탈출시킨 김대중 전 대통령은 75세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이 사람들이 멍청해서 대통령에 당선됐고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는가. 물론 유 의원의 말도 과학적으로 근거는 있다. 하지만 젊을 때는 젊음의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고 나이가 들어선 나이들은 대로의 장점이 있는 것이다. 젊을 때는 두뇌회전이 빠르고 순발력이 뛰어나다. 나이가 들면 비록 이런 능력은 떨어지지만 오랜 경험과 노하우로 노련미는 한층 더 숙성되기 마련이다. 무조건 나이든 사람을 나쁜 방향으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유 의원의 발언이 문제가 된 것이 비단 이번 뿐만은 아니다. 이런 유 의원을 보면 국회의원이 꼭 막말을 해야 정치를 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꼭 이런식으로 튀어야만 하는 것인가. 이런 방향으로 튀기 보다는 몸으로 뛰는 정치를 해서 한 번 튀어보는 것은 어떨까. 유시민, 그는 어떤 인물인가 유 의원은 정치인이 되기 이전 자신 스스로를 '지식소매자'라 칭했었다. 그에 따르면 지식도 생산→유통→소비의 산업과정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지식의 생산은 소위 지식인, 또는 학자라는 사람들이 하고 소비는 일반 사람들이 한다고 할 때, 지식의 유통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면서 “지식의 유통업자들이 없으면 새롭게 생성되는 지식은 생산자들끼리만 공유하고 만다”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소위 지식인들이라고 불려지며 때때로 대중들의 존경과 칭송을 받기까지 하는 사람들의 행태, 그 지적부르조아들의 지식공유 행태를 비난한 것이다. 유 의원이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그가 이런 비난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남과 자신의 입장이 같지 않을 때엔 상대방을 비난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역시 객관적인 발언이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유 의원은 또 <거꾸로 읽는 세계사>, <경제학 카페> 등의 저서를 통해 지식인으로서의 그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고 생각할 것이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그 책들은 어떤 지적허영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책들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책들이 현 사회에서 요구되는 지식인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고 보기는 힘들다. 모든 일에 ‘정답’이 존재할 수 없듯이 이 책 역시 현 사회가 요구하는 조건들의 정답을 제시해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한 가지 확실한건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유 의원은 어느 정도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람으로서의 조건을 갖추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그가 정계진출을 시도했고 현재 국회의원이 되어있다. 그는 어쩌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개혁의지로 침체에 빠져있는 우리나라를 살리기 위해 정계에 뛰어들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그가 하는 말과 행동들을 보면 그가 지식인으로서 활동하고 책을 발간하고 했던 것들을 발판으로 정계에 진출해 숨긴 야망을 펼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을 들게 한다. 그는 현재 초심을 잃고 있다.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자신이 생각하고 자신이 하는 말이 진실인양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유시민의 말말말 유시민 의원은 2002년 개혁당 출범에서부터 시작, 이듬해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당선되어 그 후 개혁당 탈당에서 통합신당으로, 그리고 지금의 열린우리당에 있기 까지 짧은 기간 동안 상당히 많은 일들을 겪었다. 그간 여기저기서 적잖은 잡음과 마찰이 있긴 했으나 결과적으로 보면 대선과 총선결과가 그의 생각대로 따라와 주었기 때문에 그의 1차적인 목표는 달성된 셈이다. ▲"제가 민주당 같은 부패정당과 공동후보로 나오는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그런 당과 함께 놀자고 개혁국민정당을 만들었습니까?“ 그러나 결국 유 의원은 새천년민주당과 개혁당과의 공동후보로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 됐다. 유 의원의 해명을 떠나 이것만큼은 유 의원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공동후보로 나온 것 자체가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가 민주당을 부패정당이라 못을 박은 상황에서 흐지부지 애매한 상태로 타협을 했다는 것은 얼핏 생각해도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또한 오랜 세월 민주화투쟁의 선봉 역할을 해왔던 민주당을 그런 가벼운 말로 매도하고 일축해버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일이다. 물론 민주당이 오랜 세월 정치를 해오면서 일부 부패의 행태를 보여 온 것은 사실이나 인정할 것은 인정해 준 다음 정당한 형식으로 비난을 해도 해야 했을 것이다. 후에 일이지만 그가 한 TV토론회에서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에게 뭐라고 했나? 전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매우 비열한 인용방식”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항상 그런식이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항상 자신의 말이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자신이 전에 했던 잘못된 발언들에 대해서는 반성할줄 모른다. 비난이든 비판이든 상대방이 무언가 변화해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기본으로 깔려 있어야지 무조건 궁지로 몰아붙이는 행위는 비생산적일 뿐만 아니라, 비인간적인 방식이다. ▲“한 점의 오류도 없는 사상이나 단 한 톨의 진실도 담지 않은 사상은 없다. 사상의 자유가 필요한 건 바로 그 때문이다. 새로운 사상치고 처음에 ‘불온’하지 않았던 것은 없다. 세상을 보는 눈 가운데 어느 것이 옳은지는 상이한 여러 사상 사이에서 대립과 경쟁을 거쳐야 알 수 있다. 어떤 사상이 잘못된 것인지 아닌지를 선험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물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말이긴 하나 저 말 하나 만으로 모든 실수들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 유 의원은 민주당이 회생 불가능한 부패정당이라고 규정지었다. 그 이후 민주당 분당과 열린우리당 창당 과정에서 보여준 그의 매몰찬 태도는 국민을 실망시켰다. ▲“나는 한번 하기로 마음먹으면 진지하고 성실하게 제대로 하는 인간이다. 나는 ‘무늬만 자유주의자’가 아니고 자유주의 신념을 지키는 ‘진짜 자유주의자’가 되겠다. 처음 해보는 것이니까 결과가 어떨지는 아직 모른다. 일단 한번 해보고 마음에 들면 죽을 때까지 ‘자유주의자’로 남을 것이다.” 확고한 의지로 추진력을 불태우는 자세는 높이 평가 할만하다. 그러나 마음을 너무 모질게 먹으면 그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나는 것이 순리다. 결과도 물론 중요하지만 과정면에서 섬세한 면이 많이 부족했다. 유 의원의 이런 ‘무대포’ 정신도 승부에 있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경상도 특유의 근성 태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일련의 증거다. 또 17대 총선에 즈음하여 유 의원이 보여준 언행들을 놓고 민노당과 진중권 칼럼니스트와 격렬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득표력이 매우 높은 극소수의 후보를 제외하면 지역구에서 민주노동당 후보가 얻는 표는 모두 죽은 표가 된다"며 "우리당 당원과 지지자 여러분은 주변의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에게 정당표를 민주노동당에 주더라도 후보표는 우리당 후보에게 던지도록 설득해야 한다" 저 부분도 역시 결과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여기저기서 수위조절이 안되서 나온 발언이라고 보여진다. 진중권씨는 그에 대응해 "그 동네에서 살아남으려면 이제 껍데기만 남은 개혁적, 진보적 레토릭을 내버리고 보수주의자로서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거기에 합당한 논리를 개발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더 이상 앵벌이 하러 다니지 말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런 진중권씨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진중권씨의 발언, 그 표현방식에도 무리가 있긴 마찬가지다. 정치인이 표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 것까지 앵벌이니 유치하다느니 하는 것은 유 의원이 민주당에게 보여주었던 행태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정치인뿐만 아니라 지식인들도 인간에 대한 예의는 항상 지켜져야 한다. 현재는 이전과 달리 좀 여유가 생겼으니 더 늦기 전에 진심어린 사과와 용서를 구하는 것이 자신의 정치생명 연장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은 완전히 희거나 검은 사람만 사는 곳이 아니며 타고난 악당과 성인군자가 싸우는 무대도 아닙니다. 세상은 불완전한 인식능력을 지닌 불완전한 인간들이 고뇌와 번민 속에서 서로 다투면서, 그리고 저마다 실수와 잘못을 저지르고 그것을 바로 잡아가면서 살아가는 곳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저는 언제나 ‘올바른 생각’이 아니라 ‘나의 생각’을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독자들께서 가벼운 마음으로 ‘이렇게 볼 수도 있군’하고 느끼셨다면 그래서 또 하나의 생각의 소재로 받아들이셨다면 저는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지금에 와서는 이 발언 역시 상당히 신뢰성이 떨어진다. 저렇게 얘기했던 사람이 지금은 남 비난하기에 급급하고 말꼬리 잡고 늘어지는데 선수가 되어있으니 말이다. 유 의원은 항상 논리적으로 말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그의 발언이 항상 논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도 유 의원에게 “포용력을 가지라”고 말했듯이 유 의원은 지식인으로서, 또 정치인으로서 존경받는 사람이 되려면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고 자신의 주장을 한수 접고 남의 말도 들어줄 줄 아는 그런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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