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놀이 "삼국지"
1980년대 중반에 등장하여 우리 고유의 민족예술과 대중적 센스와의 성공적인 조합을 이루어냈던 '마당놀이'라는 장르는, 이제 더 이상 TV 브라운관 안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지는 못하지만, 대신 그 본래 무대인 '마당' 안에서 숙성된 팬층을 불러 들이며 본연의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해외에 보여줄 수 있는 '대중들 속에 정착된 가장 대표적인 고유예술' 형태로 마당놀이를 들 수도 있을 듯.
새로 펼쳐지게 될 2004 마당놀이는 우리 고유의 예술형태에 외국의 작품을 들여와 번안한다는, 지금껏 본 중 가장 대담한 시도를 기획하고 있다. 바로 중국 최고의 고전 "삼국지"를 우리 무대로 끌고와 번안한다는 것. "삼국지"의 중심이 중국이라는 크나큰 무대 자체에 있다고 본다면 분명 이것은 무리일 수도 있는 기획이겠지만, 그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 간의 의사소통과 이들의 의지의 대립, 광대한 기운만을 놓고 보자면 이 역시도 충분히 우리 국토의 무대 위에서 다시 한번 다뤄봄 직한 아이템임에 분명할 것이다.
마당놀이 "삼국지"는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3국, 즉 위나라와 오나라, 촉나라를 우리의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로 옮겨 각 지방의 방언을 이용하여 구수한 내음을 풍기게 하는데, 마치 영화 "황산벌"에서 느꼈던 종류의 토속적인 감흥을 무대 위에서 다시 한번 맛보게 될 듯도 싶다. 또, 역시 "황산벌"에서와 같이 각 지방은 방언 뿐 아니라 고유의 문화와 정서 등도 함께 어우러져 있어, 완벽하게 우리화된 종류의 "삼국지", 우리 안에서 서로 부딪히고 의지의 대립, 정서의 대립을 보이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듯 싶다.
아마 마당놀이 팬들의 가장 큰 의문이라면, 역시 '무대'일 것인데, 과연 마당놀이 <삼국지>가 다루는 '적벽대전'이 펼쳐지는 무대가 어떤 식으로 설정될 지에 대한 것일테다. 연출가 손진책은 이 점에 있어서 자신이 지닌 모든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볼 수 있는데, 이미 대형 공연 전문가로서 알려진 그의 위상을 생각 - 그는 1988년 서울올림픽 문화예술축전 한강축제 총감독과 2002 월드컵 개막식의 총연출을 맡은 바 있다 - 해보면 어딘지 믿음직스런 구석이 있기도 하다.
손진책의 저력은 무대미술가 박동우를 만나 새롭게 '무대예술의 한계'를 극복해낼 것으로 보이며, 객석과 무대 간의 거리를 최소화하는 마당놀이 특유의 무대설정 내에서 과연 이들이 어떤 식으로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낼지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마당놀이 "삼국지"에는 '마당놀이'하면 바로 떠오르는 인물, 윤문식이 조조 역을 맡고, 역시 '마당놀이'의 전문가로 불리우는 김성녀가 제갈공명 역을, 그리고 김종엽이 '꼭두쇠'의 역할로서 마당놀이적 재미를 한껏 선사해줄 예정이다.
(장소: 상암월드컵경기장 마당놀이전용극장, 일시: 2004.11.20∼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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