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진 얼굴 비추는 거울
일그러진 얼굴 비추는 거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본의 교과서 왜곡과 우리의 극우파

일본 교과서 파동은 우리의 일그러진 얼굴을 비추는 거울에 다름 아니다. 이미 우리는 일본의 극우파 문학예술을 '순수예술'이라는 허울로 들여왔을 정도가 아니라 뿌리 내리게 해줬고, 그 반대로 반전. 반천황제 문화와 정치세력에 대해서는 '불온'이랍시고 담장을 높이 쌓아오지 않았던가. 우리 속에 일본식 극우파는 과연 없을까.

극우파는 대개 국수주의와 혈맹관계인데 우리의 극우파는 노근리 미군 학살사건을 전쟁 중에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할 정도로 관대하여 일제잔재 청산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강대국 이익을 옹호한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남북화해 보다는 부시 미국대통령의 긴장 조성을 오히려 선호하는 게 우리의 극우 이데올로기이고 보면 그 근본 바탕은 독일이나 일본 혹은 미국의 신자유주의와 다를 바 없다.

일본 신자유주의가 진솔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준 교과서 파동은 아시아인 모두에게 치욕적인 자화상이다. 이제야말로 제2차대전의 잔재를 청산하지 않을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우리는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일본에게 독일을 본받으라고 하기 전에 우리(아시아)가 프랑스(유럽)를 스승으로 삼아야 할 순간이 온 것이다. 경제적인 OECD가맹이 자랑스러운 게 아니라 정신적인 소아병적 우익 이데올로기가 수치스러운 것이다.

우리 자신의 변화 없이 외교적인 술수만으로 이 문제에 대처하려는 것은 일본의 교묘한 우익 이데올로기 침략에 차라리 우리를 내맡기는 결과밖에 안될 것이다. 설사 교과서를 고친대도 그보다 훨씬 강력한 호소력과 전파력을 지닌 천황제 극우 이데올로기가 문화예술의 형태로 침습하기 때문이다.

이게 어찌 교과서만의 문제인가. 어느새 언론매체들은 교과서 문제로부터 슬그머니 꼬리를 빼는 건 아닌가. 여름이 지나면 조락의 가을, 이 쟁점이 또 대지에 묻혀 내년 봄이면 더 많은 싹들로 자라나도록 방치할 것인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