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유산 거장들, 영화와 만나다
무형문화유산 거장들, 영화와 만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요무형문화재 11개 종목 기록영화 제작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김봉건)는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대금정악』등 11개 종목을 영상기록과 함께 책으로 발간하였다. 1995년부터 중요무형문화재 기록화를 추진해 온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123개 종목 가운데 104개 종목을 완성하였으며 이를 모두 인터넷에서 볼 수 있게 하였다.

▲ 중요무형문화재 기록도서(11종)

무형문화재는 말 그대로 형체가 없는 문화재라서 정밀한 기록이 없으면 후대에는 그 모습이 어떠했는지 알 수가 없다. 이번에 제작한 중요무형문화재는 대금정악(제20호), 대금산조(제45호), 피리정악 및 대취타(제46호), 제주칠머리당영등굿(재71호), 택견(제76호), 위도띠뱃놀이(제82-다호), 구례향제줄풍류(제83-가호), 사직대제(제111호) 등 예능 8종목과 낙죽장(제31호), 누비장(제107호), 화혜장(제116호) 등 기능 3종목으로 총 11종목이다. 이들 모두 HD고화질 방식으로 기록·제작 하였다. 각 종목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우리의 무형문화유산의 참가치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촬영종목 가운데 음악 중심인 ‘대금정악’, ‘대금산조’, ‘피리정악 및 대취타’, ‘구례향제줄풍류’는 종목의 특성을 고려하여 해설본 외에 음악본을 별도 제작하였다. 음악본 DVD는 말 그대로 연주장면까지 감상할 수 있는 '뮤직비디오'이다.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인 이생강·김동표·김응서 명인의 대금 감상을 그동안 무대화된 공연장에서 혹은 오디오 음반을 통해서만 들어왔다면, 이번엔 세계문화유산인 창덕궁의 빼어난 경치와 아울러 대금의 단아한 소리를 맛볼 수 있게 되었다.

▲ 대금정악 연주장면

창덕궁 후원의 새소리와 함께 어우러진 명인들의 대금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어느새 임금이 되어 술 한 잔 기울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떠오르게 된다. 또한, 피리정악 및 대취타와 같은 국악 합주곡은 5.1ch의 첨단 오디오 방식을 채용하여 각 악기마다 현장음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번 기록영화 중에는 조선왕실의 국가 의례 중 하나인 ‘사직대제’도 포함되어 있다. ‘종묘와 사직’이라는 말을 간혹 쓰는데, 종묘대제가 조선의 역대 왕을 위한 제사라면 사직대제는 이 땅의 신과 곡식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국가의 큰 제의이다. 종묘는 알고 사직은 생소하다면 이 영상물을 통해 조선시대 당시 국가에서 행하는 두 개의 큰 제사가 있었음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직대제가 조선왕실의 의례라면 ‘위도띠뱃놀이’와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해안지역 제의로서 바다를 일터로, 벗 삼아 살아온 우리 조상들의 신앙심을 엿볼 수 있는 귀한 문화유산이다.

전북 부안 앞바다에 위치한 위도는 조기잡이가 왕성했던 시절에는 인근 어업의 중심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번성하였다. 이러한 조기잡이 어업의 성행과 더불어 위도 주민들의 신앙심이 고스란히 영상에 담겨져 있다. 서해 끝자락에 있는 섬에서 띠배를 제작하여 그 안에 한 해의 소망을 담아서 띄워 보내는 것을 보고 있으면 우리 국민의 새로운 희망이 모두 담겨지는 듯하다.

한편, 제주국제공항에서 멀지 않은 제주항 근처 사라봉 공원에는 인근에 사는 해녀들의 신앙 중심지인 칠머리당이 있다. 제주도에는 조선시대 때부터 ‘절 오백(五百), 당 오백(五百)’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어촌의 신앙심이 상당하였다. 칠머리당영등굿을 보면 해녀들의 삶의 터전이자 죽음의 길목인 바다를 의지하며 살았던 고단했던 삶이 신앙심으로 잘 녹아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영등신을 위하고, 해녀들을 위로하는 심방(제주지역에서 무당을 일컫는 말)의 몸짓에 제주의 역사와 문화가 녹아져 있다.

그리고 택견의 경우 우리민족의 고유 무예로서 일반인 및 전수생들을 위하여 예능보유자 정경화선생 중심으로 그의 기술과 설명을 상세하게 담았다. 이밖에 이번에 기록한 공예종목으로는 낙죽장, 누비장, 화혜장이 있다.

낙죽은 대나무에 불에 달군 인두로 그림 혹은 글씨를 새기는 공예이면서 회화이기도 하다. 순천 송광사 입구에 있는 금죽헌 미술관에서 낙죽장 김기찬 선생의 낙죽 솜씨와 그의 작품 세계가 영상으로 펼쳐진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대나무에 장인의 솜씨가 들어가면 얼마나 아름다운 예술작품이 완성되는지 영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누비장 기록영화에는 옛무덤에서 출토된 복식과 더불어 기능보유자 김해자 선생의 정교한 누비 솜씨가 담겨 있으므로 우리 옷의 역사와 오늘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화혜장은 흔히 꽃신으로 알려진 우리의 전통 신발이다. 명절이나 결혼식 등에 여성들의 한복과 조화를 이루는 예쁜 꽃신이 장인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는 장면도 기대할만 하다.

▲ 중요무형문화재 기록영화(11종)

이번에 제작된 11개 종목의 영상물을 비롯해서 총 104개 종목의 중요무형문화재 영상기록물은 국립문화재연구소 홈페이지(www.nrich.go.kr)에서 누구든지 쉽게 볼 수 있게 하였다. 그래서 학생들의 문화재 학습은 물론 숙제를 해결하는 인기콘텐츠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참가치를 알기 위해서는 영상물 한편으로는 부족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관심이 있는 연구자 및 일반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각 종목의 전문가가 쉽게 풀어쓴 도서를 함께 발간하였다. 도서에는 영상기록과 함께 촬영된 풍부한 사진을 곁들여서 영상에서 포착하지 못한 정보와 지식을 담고 있어 전통 무형문화재의 전승보급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책은 도서출판 민속원과 역사만들기 두 곳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