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무슨 때가 있다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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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아들이 펼치는 목욕탕 풍경

▲ 집 근처의 대중탕에서 부자지간의 정이 묻어납니다. ⓒ 임현철

“아, 따거. 아빠 아파요!”

아들과 목욕탕에서 벌어지는 풍경입니다. 아들 놈 때 밀기도 쉽지 않습니다. 때 수건으로 박박 밀면 힘이 덜 들 텐데. 이건 숫제 손으로 밀어달라니 힘이 들 밖에. 때 수건으로 밀면 아프다나요.

어린 시절, 목욕은 주로 부엌에서 했더랬습니다. 물을 데워 커다란 고무 목간통에 찬물과 뜨거운 물을 섞어 들어앉아 때를 불리고 겨드랑이며, 목을 씻을 때는 왜 그리 간지러웠는지. 당시 목욕은 명절이나 개학 전, 신체검사 전날 등 특별한 날만 하던 연례행사였는데….

목욕탕에서 어깨에 힘주는 사람은 세 부류로 나뉩니다. 울퉁불퉁한 근육을 자랑하는 사람, 물건(?) 큰 사람, 아들과 같이 온 사람이 그렇습니다.

"시원하니 좋은데 왜 그래"

▲ '목욕합니다' 문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 없습니다. ⓒ 임현철
어느 날 목욕탕에서 지인과 만났습니다. 그는 혼자 온탕에 앉아 있었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근황을 묻고 침묵. 그 사이를 비집고,

“태빈아, 탕에서 몸 불려라. 그래야 빡빡 잘 닦이지.”
“물 안 뜨거워요?”
“어. 시원하다.”
“앗~ 뜨거. 물이 너무 뜨겁잖아요.”
“시원하니 좋은데 왜 그래.”

지인, 우리 부자(父子)의 대화를 듣더니 씨익 미소 짓습니다. 그는 아마 ‘믿을 놈 하나도 없다’는 ‘뜨거운 물에 지 자식 데이지, 내 자식 데이냐’는 우스갯소리가 생각났을 겁니다. ‘뜨거운 물의 시원함을 알게 된 나이’, 뭐 이런 거겠죠.

또 그의 표정에서 “아들과 목욕탕 다니는 것 부럽다, 부러워”를 읽습니다. 혼자 온 아버지들의 공통점일 것입니다. 막연히 자식 낳으면 ‘서로 등 밀어줘야지’ 하는 바람이 물거품이 된, 그런 비애(?)일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그가 부러웠습니다. 혼자 다니는 목욕탕, 아들 때 안 밀어도 되니 얼마나 편하겠습니까. 그가 혼자 때를 밀 때, 나는 아들 녀석의 몸 구석구석을 닦느라 손에 힘이 풀립니다. 그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습니다. 그가 먼저 가겠노라며 떠납니다.

아는 사람과 또 마주쳤습니다. 그의 뒤에는 둘이 딸렸습니다. 웃음이 절로 터집니다. ‘저 두 놈 씻기려면 엄청 힘들겠다’ 싶습니다. 그나마 나는 한 놈이라 다행이지 둘이면 어찌되었을까, 아찔합니다.

"우리 작은 아들,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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