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히 흘러가는 강물 위로 어리는 햇살
고요히 흘러가는 강물 위로 어리는 햇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너는 커서 무엇이 되고 싶니?

나는 그 마을을 떠올릴 때마다 아기를 껴안은 엄마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엄마가 아기를 껴안으려고 활짝 벌린 두 팔은 그 마을을 감싸고 흐르는 앞내와 뒷내의 두 냇물처럼 여겨지고, 엄마가 두 팔로 포근히 감싸고 있는 아기는 바로 아늑한 그 마을처럼 여겨졌으니까요.

그러니까 그 마을은 두 냇물이 합쳐지는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었답니다. 마을은, 앞내와 뒷내의 두 냇물이 실어다 준 비옥한 흙들이 쌓여 이룬 들판을 굽어보며, 포근한 산자락 아래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아침 해가 뜨면 마을에서는 누구나 두 냇물이 하나로 합쳐 더 큰물줄기를 이루며 남쪽으로 고요히 흘러가는 강물 위로 어리는 햇살을 볼 수 있었습니다.

햇살은 두 냇물이 합쳐지는 합수목 앞 용머리 산에 부딪쳐 부서지면서 강물과 마을을 발그레한 복숭아빛으로 물들여 놓았지요.

두 냇물이 합쳐지면 큰 냇물을 이루고, 큰 냇물은 흘러가서 또 큰 냇물과 합쳐져서 강을 이루고, 강은 또 어디론가 끝없이 흘러가겠지요. 그리고 냇물은 또 어디에서 흘러오는 걸까요. 마을로 흘러드는 두 냇물 머리에는 크고 작은 산들이 이어져 있었습니다.

“달그락 짤깍, 달그락 짤깍......”

베틀 소리가 들렸습니다.

봄날 오전은 고요하기 그지없었고, 소년이 얹혀사는 집 뒤란에 막 연녹색 윤기가 짙어가는 잎사귀를 달고 있는 감나무에서 뽀오얀 감꽃이 하나씩 떨어져 내릴 때면 마을 아낙네들이 베틀에 올라 베를 짜는 베틀소리가 들렸습니다.

-베틀 놓세 베틀 놓세. 옥난간에 베틀 놓세
낮에 짜면 일광단이요. 밤에 짜면 월광단이라
용두머리 우는 양은 조그마한 외기러기.
벗을 잃고 슬피 운다. 황새 같은 도투마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