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멤요, 편지왔닷꼬요?
어멤요, 편지왔닷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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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커서 무엇이 되고 싶니?

소년은 백운정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백운정은 아이의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세운 정자였습니다. 정자는 소나무 숲 속에 있었고, 정자에 올라가면 고요히 흐르는 물줄기가 보였습니다.

소년의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는 옛날 나라에 벼슬을 하신 분이셨고, 그분의 아버지께서 그분이 어렸을 때 그분의 공부를 위해 지어주신 정자였습니다. 정자는 4백년이나 나이를 먹었지만 아직도 아름다웠습니다. 넓은 마루와 난간이 있고, 옛 어른들의 글씨를 새긴 현판도 걸려 있었습니다.

소년은 식구들이 소년을 홀로 두고 집을 떠난 후 자주 자주 그 정자를 찾아가곤 했습니다.

“어디 갔다 오노?”

소년이 막 정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동네 어귀에서 자전거를 탄 우체부를 만났습니다.

“니 샘재댁 집에 살지? 이 편지 좀 갖다 줄래?”
“예.”

소년은 이렇게 대답하고 우체부가 주는 편지를 받았습니다.

“꼭 전해 주거래이. 중요한 편지다.”

소년은 편지를 들고 소년이 사는 집으로 빨리 걸어갔습니다. 소년이 사는 집은 소년의 집이 아니었습니다. 소년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세 살 나는 어린 동생과 할머니까지 데리고 서울로 가면서, 소년을 일가 할머니인 샘재댁에 맡겼습니다.

소년이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 동생과 함께 살았던 집은, 지금 얹혀사는 샘재댁 집에서 한참을 가야 있는 기와집인데 사립문이 닫혀있었습니다. 그때 소년은 왜 가족들이 소년을 혼자 마을에 떼어놓고 이사를 갔는지 몰랐습니다.

“할매! 편지 왔다.”

샘재댁에는 샘재댁과 샘재댁 며느리인 중뜰 아주머니가 함께 살았습니다. 그러니까 그 집엔 여자 둘만 사는 것입니다. 소년은 샘재댁에게는 샘재 할매라고 부르고, 샘재댁 며느리인 중뜰 아주머니에게는 중뜰 아지매라고 불렀습니다.

“편지라꼬?”

샘재 할매가 부엌에 계시다가 소년이 편지를 전해주자 물 묻은 손을 닦고 편지를 받았습니다.

“어멤요, 편지왔닷꼬요?”

아랫방에서 베를 짜던 중뜰 아지매가 황급히 베틀에서 내려와 편지를 살폈습니다. 곧이어 통곡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이웃사람들이 달려오고 온 마을이 곧 웅성거렸습니다.

“아이구 어째노. 기어이 이런 소식을 듣는 구나!”
“생떼 같은 사람이 전사를 하당이!”

소년은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군에 간 샘재댁 아들이 죽은 것입니다. 중뜰 아지매는 남편이 전사했다는 소식에 까무러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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