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게도 소리가 있다면
별에게도 소리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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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커서 무엇이 되고 싶니?

그때 소년은 종달새 소리가 꼭 물소리 같다고 여겼습니다. 별소리 같기도 했습니다.

별에게도 소리가 있다면, 종달새 노래 같은 것이 아닐까요?

소년은 마을의 슬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눈부신 하늘로 치솟아 날고, 보리밭으로 빛살같이 내려앉는 종달새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습니다. 도랑엔 하얀 찔레꽃이 피어 있었고, 찔레꽃 사이로 무찔레가 돋아 있었습니다.

소년은 무찔레를 꺾었습니다. 무찔레는 아직 연한 가시도 돋지 않았고, 밑동이 연자줏빛으로 물들어 있었으며 그 위는 파르스름한 물빛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무찔레는 물기가 많고, 달착지근했습니다.

풀숲에 종달새 둥지가 보였습니다. 마른 풀을 모아 지은 둥지 안에는 잿빛을 띈 흰색의 알록달록한 예쁜 종달새 알이 네 개나 들어 있었습니다.

종달새 둥지는 꼭 조그만 밥그릇 같았고, 종달새 알은 갈색의 작은 얼룩점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종달새 둥지 안의 종달새 알 위로 봄 햇살이 포근히 내려앉아 아른거렸습니다.

소년은 잘못하면 예쁜 종달새 알이 들어 있는 둥지를 건드릴까봐 살그머니 풀숲을 빠져나왔습니다.

이듬해 봄, 소년이 일곱 살 되던 해, 소년은 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봄은 해마다 찾아왔습니다. 다시 또 종달새가 보리밭 위로 날아오르고, 보리밭은 출렁이고, 뒷내 물과 앞내 물은 고요히 흘러갔습니다.

5월 어느 날, 선생님이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선생님은 여선생님이셨습니다. 그때 소년은 여덟 살이었습니다.

“너는 커서 무엇이 되고 싶니?”

소년은 문득 종달새를 생각했습니다. 보리밭 위로 날아오르는 종달새. 그리고 앞내와 뒷내 물을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물음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이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누구든지 커서 무엇이 된단다. 가령 나 같은 선생님이 될 수도 있고.......군인이 될 수도 있고, 농부가 될 수도 있고, 또 시인이 될 수도 있단다.”

그러자 한 아이가 물었습니다.

“선생님! 시인이 무엇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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