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강물이 복상꽃밭 같다!
야. 강물이 복상꽃밭 같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너는 커서 무엇이 되고 싶니?

“시인? 시인은 시를 쓰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란다.”

“시가 무엇 이예요?”

“시가?”

선생님은 한참 생각하시는 듯 하더니 말씀하셨습니다.

“시는 뒷냇물이 하는 말을 받아 적는 거란다. 그리고 살구꽃이 피어 있을 때의 마음을 받아 적는 거란다. 또 보리밭 위로 날아오르는 종달새를 오랫동안 바라보는 거란다.

그때 뒷냇물이 살구꽃이 보리밭이 종달새가 너희들에게 무슨 말을 걸어 올 거야. 그걸 받아 적는 게 시 라고 한단다.

모든 사물들은 다 말을 하고 있단다. 그 말을 우리가 듣지 못할 뿐이지.”

아, 참! 나는 다시 냇물 이야기를 해야겠군요. 소년이 읍내로 전학 간 이후의 이야기 말입니다.

봄이면 피어나던 살구꽃. 온 동네를 구름처럼 뒤덮던 살구꽃. 그리고 황어. 은어. 물고기들.

봄날 아침, 햇살이 두 냇물이 합쳐지는 합수목 앞 용머리 산에 부딪쳐 부서지면서 강물과 마을을 발그레한 살구꽃빛으로 물들여 놓는 봄이면, 강을 따라 바다에서 황어가 앞내와 뒷내로 올라왔지요.

그때 앞내와 뒷내는 또 황어의 등빛으로 발갛게 물들었습니다. 그리고 은어도..... 그러면 마을 아이들은 강물을 바라보며 ‘야. 강물이 복상꽃밭 같다!’ 하고 탄성을 질렀습니다.

참, 그 마을에서는 복숭아를 복상이라고 불렀고, 도라지꽃을 돌개꽃이라고 했고, 조를 서숙, 다슬기를 골부리, 진달래를 참꽃이라고 불렀습니다.

소년은 그 마을에서 아홉 살까지 살았습니다. 그리고 강물을 따라 읍내로 나왔습니다. 그 다음 소년은 더 넓은 강물을 따라 더 넓은 세상으로 흘러갔습니다. 소년은 그 마을에서 아홉 살까지 살며, 그 마을에서 배운 말을 오랫동안 잊지 않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