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높은 벼슬살이, 얼마나 명예롭고 보람 있으며 생의 환희인가요. 벼슬은 높을수록 좋고 개인의 명예만이 아니라 집안과 가문은 물론 태어난 고을까지 명예로워집니다.
그래서 서로가 높은 벼슬에 오르기를 원하고, 거기서 또 더 높은 곳으로 오르려고 발버둥치는 것이 인간이 하던 일이 아니었던가요. 예전에는 관존민비라고해서 벼슬하는 사람은 높고 일반 백성은 낮다는 세상이어서 더욱 벼슬을 탐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요즘이라고 벼슬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가요. 장관이라는 벼슬, 옛날의 판서급이니 참으로 높은 벼슬입니다. 참판만 되어도 그 성씨조차 ‘파벽(破僻)’한다는 옛말이 있는데, 장관인 판서야 오죽 높은 벼슬입니까.
그런 높은 자리인 장관의 지위에 오르고 싶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있고, 올라있는 자리에서 그만 내려가고 싶은 사람은 또 몇이나 있을까요.
다산의 『목민심서』는 48권으로 된 방대한 책입니다. 판서격인 장관의 지위에는 이르지 못해도, 입법·사법·행정의 3권을 쥔 고을의 제후(諸侯)와 같다는 수령(守令:목사·군수·현감 등)이라는 벼슬을 제대로 하는 방법과 해야 할 일에 대하여 세세한 설명을 해놓은 책입니다.
임지로 ‘부임(赴任)’하는 데서 그만두고 물러나는 ‘해관(解官)’에 이르는 12편으로 구성되고, 각 편에 6개 조항으로 나누어 모두 72조항으로 짜여있습니다.
12편 72조항 어느 것인들 정확하고 치밀하며 놀랍고 경탄스럽지 않은 곳이 없지만 모두가 그렇게도 원하는 벼슬을 그만둘 때의 모범적인 행동과 태도를 기술한 ‘해관’편의 6조항이야말로 참으로 기막힌 대목이 너무나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