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슬은 반드시 교체하게 되어있다
벼슬은 반드시 교체하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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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슬살이 머슴살이


‘해관’편은 시작한 벼슬은 언젠가는 그만두게 되어 있다는 평범한 말부터 시작합니다. “벼슬은 반드시 교체하게 되어있고, 교체될 때 놀라지 않고, 그만두고도 연연해 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존경한다.” 이 한 대목에 다산의 뜻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종신직이던 세습제의 임금도 언젠가는 그만두고 마는데, 황차 남이 시켜주는 벼슬을 어떻게 영원토록 할 수 있다는 것인가요.

다산은 미미한 수령직도 20가지도 훨씬 넘는 이유로 벼슬은 바뀌게 되어있다고 하면서, “관직이란 과연 믿을 수 있는 일인가. 속담에 ‘벼슬살이 머슴살이(官員生活 雇工生活)’라는 말이 있다. 주인이 그만두라면 언제라도 그만두는 것이 머슴살이이듯, 벼슬살이도 그와 같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옛날의 어진 수령은 집무실을 여관으로 여겨 마치 이른 아침에 떠나갈 듯이 공문서 장부를 깨끗이 해두고 짐을 꾸려두어 언제나 가을 새매가 가지에 앉아 있다가 훌쩍 떠나갈 듯하고, 한 점의 속된 애착도 처음부터 마음에 남겨두지 않는다. 그만두라는 공문이 이르면 즉시 떠나며 활달한 마음가짐으로 미련을 갖지 않았으니 이런 것이 맑은 선비의 행실이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산은 벼슬에 연연하다가 끝내는 그만두고 떠날 때에 추태를 부리는 부끄러운 선비모습도 상상하게 해줍니다.

“벼슬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것이 옛사람들의 뜻이었다. 그만두고 나서 슬퍼한다면 또한 수치스럽지 않은가.” 얼마나 옳은 말입니까. 한번 오른 고위직 벼슬, 그걸 놓지 않으려고 온 나라 국민들의 비난을 무릅쓰고도 온갖 변명을 늘어놓으며 나라를 온통 시끄럽게 만드는 일은 맑은 선비가 해야 할 일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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