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슬살이 머슴살이

어떤 장관의 문제로 세상이 요동쳤습니다. 애초부터 불길했습니다. 안된다는 사람이 많을 때, “내가 장관의 적격자다”라는 보도를 보면서 ‘안할 소리를 하는구나’라고 여겼습니다. “절대로 사퇴하지는 않겠다”라는 말도 상서롭지 않게 들렸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시간이 가면서 문제는 더 확대되고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더 깊은 수렁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머슴처럼 주인이 그만두라면 그만두어야 하는 것이 벼슬이 아닌가요.
<목민심서>에는 좋은 말이 참 많습니다. “스스로 높이는 자는 남들이 낮게 여기고, 스스로 낮추는 사람은 남들이 높혀준다”(自上者人下之 自下者人上之)라고 했는데 이런 글을 전에 읽어두었다면 그 좋은 벼슬 때문에 당하는 비난이야 면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요.
아무리 하고 싶어도 시켜주지 않으면 못하는 벼슬, 하루를 해도 장관은 장관이니 애초에 헌신짝처럼 버렸다면 맑은 선비로서의 명예는 살아있을 터인데, 이것저것 다 잃고 끝내 그만두어야 하는 벼슬이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
놓으면 놓을수록 커지는 명예, 붙들면 붙들수록 추해지는 벼슬, 그래서 다산을 배워야 하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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