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예, 돈까스 주이소
마 예, 돈까스 주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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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원재훈 음식 에세이 <내 인생의 밥상>

촌놈 김가는 점잖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여학생은 다소곳했다.

"마 예, 돈까스 주이소…. 그럼 빵으로 할까요, 밥으로 할까요?"
"아저씨! 우리 밥 먹으러 오지 않았어요. 돈까스 주이소 마."

"자슥! 마 돈까스 달라고 했지… 밥 한 공기 먹으려고 비싼 돈 내면서 이런 데까지 오나? 밥 묵으려면 집에서 묵으면 되지." ('돈까스, 촌놈의 자존심을 건들다' 몇 토막)

음식과 관련된 유머도 놓치지 않는다.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한 촌놈 김가가 역시 시골에서 올라온 여학생과 첫 데이트를 하는 날, 돈까스를 시키는 모습은 우습다. 그리고 "자슥이 내가 딱 보이까네 촌놈이라예"라며 크림 스프만 먹고 당당히 계산을 하고 나가는 모습은 배꼽이 빠질 정도다.

전문가들이 달걀과 더불어 완전식품이라고 분류한 우유에 관한 이야기는 몸에 좋다는 음식은


무조건 먹어대는 사람들의 식생활에 대한 일종의 경고다. '완전식품'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글에서 원재훈은 생명공학 박사이자 한국대체의학연구소장 김수경 박사의 말을 인용한다.

"요즘 아이들은 조숙하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바로 식생활 때문이다. 아이들은 우유, 즉 소의 젖을 먹고 자란다. 소는 일반적으로 3년이면 다 큰다. 사람으로 치면 20년 정도 걸리는 성장과정이 3년 정도면 끝나는 것이다. 키도 더 빨리 자라고, 그만큼 더 빨리 늙는다. 갱년기증후군도 그만큼 빨리 온다."

최근 보건복지부에서는 "우유~ 우유~ 우유 주세요" 하는 TV선전까지 하면서 우유에 대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유가 남아돌기 때문일까. 아니면 정말 우리나라 사람들의 몸에 가장 좋은 식품이 우유라서 그러는 것일까. 이 글을 읽고 우유를 대하면 사뭇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식사나 같이 하입시더."

선생이 밥상을 차려 주신다…. 원형의 낡은 탁자, 요즘 재활용품으로 처리되는 탁자보다도 훨씬 낡은 자기 밥상 위에 작은 그릇으로 밥 세 그릇을 푸셨다. 부엌이 따로 만들어져 있진 않았다. 그냥 앉은자리에서 손만 뻗으면 작은 전기밥솥이 닿는다.

그리고 숟가락 세 개, 간장 한 종지! 선생은 참기름 몇 방울을 간장에 떨어뜨려 주시면서 미소를 짓는다." ('간장 한 종지' 몇 토막)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의 댁에 친구와 함께 갔다가 받은 밥상. 그 밥상 위에는 밥 세 그릇과 참기름이 몇 방울 동동 떠다니는 간장 한 종지만 달랑 올라와 있다. 그는 그 간장으로 밥을 비벼 먹는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쌀밥과 간장의 절묘한 맛을 체험한다. "만약 다른 반찬이 있었더라면 나는 간장이라는 음식의 맛을 몰랐을 것"이라면서.

"밥은 삶이며 정서이다. 밥은 추상이 아니다. 목구멍으로 먹이가 넘어가는 질감은 삶의 근원정서이다. 그래서 밥은 절박하고도 간절하다. 먹거리에 관한 원재훈의 이야기는 그 모든 절박함을 아우르고 있다. 밥은 개인의 목구멍으로 넘어갈 뿐 아니라 인간들 사이의 관계를 무늬 지어주고 시대의 억압과 고통 속에서 뜸이 든다. 밥은 서정이며, 또 서사인 것이다." (김훈, 소설가)

시인 원재훈이 이번에 펴낸 <내 인생의 밥상>에는 우리가 흔히 먹는 여러 가지 음식 따위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으로 그득하다. 그 추억 속에는 자신의 어린 날의 모습이 한 그릇 쌀밥처럼 허연 김을 모락모락 피워 올리기도 하고, 때로는 문인들과의 재미난 일화가 되어 밥상 위에 오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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