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내 무덤을 돌로 덮어라
차라리 내 무덤을 돌로 덮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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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마지막 왕의 피라미드식 석총 '구형왕릉'

어디쯤 왔을까. 저만치 뒤돌아보면 그동안 내가 걸어온 길이 희부연 봄안개 속에서 절뚝이며, 절뚝이며 나를 부르고 있다. 왜 부르는가. 무엇을 깜빡 빠뜨리고 오기라도 했단 말인가. 아니면 아직도 그 누군가에 대한 못다한 그리움과 지독한 기다림이 남아 다시 한번 그 누군가를 살포시 불러보고 싶기라도 하단 말인가.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지나온, 아무리 애달프게 불러도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몸서리 같은 그 길을. 아무리 돌아가려고 해도 돌아갈 수 없는 그 길 위에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소중한 그 무엇을 송두리째 두고 왔다고 한들 이제 와서 어찌 한단 말인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저만치 앞을 바라보면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 봄안개 속에서 실루엣으로 자꾸 흔들리고 있다. 왜 흔들리는가. 무엇을 찾고, 무엇을 얻기 위해 그리도 흔들리고 있단 말인가. 아니면 아직도 그 무언가에 대한 불타는 야망과 더러운 욕심이 남아 다시 한번 그 무언가를 채워보고 싶기라도 하단 말인가.

버려야 한다. 지금껏 마음 속 가득 채워둔 이 세상에 대한 원망이나 분노 따위는 이제 버릴 나이도 되지 않았는가. 버리고, 버리고 또 버려도 몽땅 버리지 못할 것을. 그 무엇이 그렇게 소중하고, 안타깝고, 두려워서 아직까지도 버리지 못하고 미련퉁이처럼 마음 깊숙이 꼭꼭 숨겨두고 있단 말인가.

하동으로 향하다가 문득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계단식 돌무덤, 즉 한국식 피라미드 무덤이 있다는 산청 왕산으로 발길을 돌린다. 근데 가락국의 10대 왕이었던 구형왕은 왜 하필이면 산청까지 왔을까. 그리고 왜 하필 돌을 쌓아 무덤을 만들었을까. 나라를 잃고 유배를 떠나온 죄인이라서? 김호부 선생에게 물었다.

"1971년에 지표조사를 했던 최몽룡 교수는 구형왕릉도 김해의 수로왕릉과 같은 적석총의 초기 형태라고 했다면서요?"
"그게 일반적인 정설인데, 학계 일부에서는 다른 의견도 많아. 피라미드식으로 돌을 쌓아 만든 형태로 봐서는 무덤이 아니라 돌탑일 가능성도 있고, 제사를 지내는 일종의 돌제단일 수도 있다는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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