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반입 금지된 품목인 성인용품 ‘보따리상’ 통해 국내로 물밀듯이 유입
유통 중인 외국산 성인용품 90% 이상 국내산…상상하지 못할 마진률
최근 성문화 개방이 일면서 성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불법성인용품’ 역시 하루가 다르게 진화되고 있다. ‘코스프레’(특정한 콘셉트의 복장으로 벌이는 성관계)를 이용한 성행위를 하는 등, 성문화도 과거와 달리 특정 마니아층이 형성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수요를 맞추고자 성행위 보조기구를 제조·유통하는 국내 업체가 늘고 있다. 이들의 생산품은 현재 국내 유통 중인 제품의 90%를 차지한다. 또 국내에는 밀반입이 금지된 품목인 성인용품이 ‘보따리상’을 통해 국내로 물밀듯이 유입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관계당국에서는 그 실태나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성기구 인체 유해성문제’가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국내 생산 업체들은 ‘싸구려’ 원료를 들여와 높은 이윤을 보고 있어 인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 확인이 되지 않는 상황. 기자는 성인용품업계를 탐방하면서 성인용품유통의 실태를 추적했다.
한국성인용품협회와 성인용품업계는 우후죽순 늘어나는 성인용품점에 대해 경고했다.
성인 용품점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90%이상이 원산지표기나 제조원의 분명한 표기 없이 외국산 포장지로 포장해 판매중이기 때문이다.
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심지어는 원산지까지 미국, 일본, 제 3국 등으로 허위기재 해 판매하기도 한다.
현행 관세법은 성인용품을 수입 금지품목으로 명시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수도권 등지의 성인용품제조·유통업체들은 제조단가가 비싼 일부품목을 제외한 대부분의 성인용품을 국내에서 제조해 외국산인 것처럼 포장해 유통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은 성분이 확인되지 않은 불법 비아그라까지 시중에 유통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에는 ‘짝퉁’ 비아그라를 대량으로 유통해온 일당이 적발되기도 했다.
마진률 50% 이상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성인전문용품점을 찾았다. 이곳에는 1백여종이 넘는 다양한 성기구·보조제품들이 즐비하게 진열돼 있다. 이렇게 다양한 제품 대부분은 외국산으로 표기돼 있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실정은 그렇지 않다.
업체대표 A씨는 “성기구를 제작하는 데 쓰이는 ‘실리콘’과 같은 원료만 수입해 국내 업체가 제조·유통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선 성인용품 제작·유통이 법으로 금지돼 있어 공장에서 그렇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A씨에 따르면, 국내 생산품인 이것은 대부분 ‘일본산’으로 표기돼 판매되고 있다. 원가 4천원인 제품이 소비자가 2만원으로 둔갑돼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진열된 다양한 제품들은 눈속임일 뿐”이라는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A씨는 이내 “비아그라를 판매하기 위해 진열했을 뿐”이라며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다양한 제품의 구색을 맞춰 놓으면 손님들이 입소문을 내 준다”고 말했다. 또 “단골손님의 경우 몰래 들여온 비아그라를 판매하기도 한다”고 했다. A씨는 이어 현재, “체인점 모집 중”이라고 했다. “성인용품의 수요가 늘면서 새로운 창업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을 덧붙였다.
유통경로 추적 ‘절대 불가능’
실제 서울지역 4곳의 성인용품점들을 직접 찾아가 봤다. 그 역시 진열된 상품들의 대부분이 원산지 표기가 없는 외국산 제품들이었다. ‘뉴올리비아’ 등 여성모형, 남성자위기구 등 외국어상품표기로 도배된 상품의 유통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이를 직접 유통한 서울, 안산지역의 제조유통업체를 취재했다. 국산제품들이 외제품인 것처럼 포장된 채 버젓이 외국산으로 유통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성인용품 제조·유통업체 관계자는 “여성생식기모형과 같은 제조단가가 비싼 성인용품 등은 밀수나 편법(인형으로 신고 후 수입)으로 수입한다”고 말했다.
수입된 제품들은 대부분 보따리상들이 불법으로 몰래 밀반입하고 있어 그 유통경로는 추적이 불가능한 실정.
실제로 성인용품업계에서는 “개인이 루트를 찾아 물건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딜도(남성성기모양의 여성자위기구)나 러브젤,남성자위모형 등 대부분의 상품은 국내에서 제작, 외국산 포장지로 동봉해 판매하고 있다.
한국성인용품협회 관계자는 “소비자는 외국산을 선호하고 국내반입이 어려운 실정이라 국내산이 둔갑돼 판매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말했다.
관계당국은 성인용품 수입금지에 대해 “관세법 제269조 1항에 명시된 헌법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풍속을 해치는 물품은 수입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준 자체가 너무 애매하다”면서 “보다 정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 덧붙였다.
성인용품의 불법 유통과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현재 성인용품점에 대한 관련법규가 없어 단속할 근거가 없고 국산을 외국산으로 둔갑시켜 유통한 부분은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인터뷰] 성인용품점 운영 중인 A씨
“월매출 5백∼8백만원”
“비아그라 불법음반물도 비밀창고에 숨겨놓고 있다”
“보따리상인들 통해 밀반입 되고 있지만 루트는 몰라”
성인용품점에서 외국산이라며 판매하고 있는 성기구들의 90%이상이 국산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기자는 체인점 창업문의를 가장해 성인용품점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A씨를 만나 성인용품유통경로에 대해 알아봤다.
-성인용품을 찾는 소비자는 얼마나 되는가.
▲성인용품은 제품 특성상 중독성이 크고, 이 때문에 재구매 비율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따라서 특정 마니아층이 존재한다. 한번 온 사람은 또 오게 마련인 것이다.
-한달 매출은 얼마나 되나.
▲마진율은 평균 50%이상, 심한 경우 80%까지 볼 수 있다. 한 달 매출로 볼 때 최소 5백∼6백만원에서 보통 7백∼8백만원 이상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것보단 훨씬 낫다.
-비아그라 판매 불법 아닌가.
▲불법이라 해서 안 팔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비아그라는 아무한테나 파는 물건이 아니며 매장에 진열해 놓지 않는다. 단골손님들한테만 판매하고 이들이 찾을 때만 비밀창고에서 꺼내 와 몰래 판매한다. 비밀창고에 숨겨놓고 파는 물건은 비아그라 외에도 불법음란물도 있다. 이 또한 단골손님들이 찾을 때만 가져온다.
-단속은 어떻게.
▲다 피하는 방법이 있다. 단속은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속이 떴다 하더라도 체인점 같은 경우에는 단속이 있다는 정보를 서로 공유한다. 다른 업소가 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비아그라가 단속에 걸리면 ‘내가 복용하려고 들여왔는데 손님이 너무 찾아서 하나 줬다’고 말하면 그냥 넘어간다. 또 단골들만 상대로 팔기 때문에 걸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물건 수입 경로는.
▲말할 수 없다. 다만 보따리 상인들을 통해 국내에 밀반입 되고 있다. 본사에서 공급하는 물건 외에 다른 걸 구하려 해도 루트를 알아낼 수는 없다.
-차량판매상과 매장판매상이 다른 점은 무엇인가.
▲싸구려 재질 많다. 차량판매는 매출에도 한계가 있어 영업에 있어선 매장이 훨씬 안전하고 유리하다. 차량상인들이 성기능보조제들을 판매하는 것은 매출한계를 극복하기 위함이다.
-성인용품 판매 자체가 불법 아닌가.
▲성인용품은 자유종목으로 세무서 신고만으로도 영업가능하고 사업자등록도 가능하다. 그러나 음란매체나 비아그라판매는 엄연한 불법이다. <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