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바다의 유언 이따이 이따이
아아! 바다의 유언 이따이 이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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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추억 속의 그 ‘공장일기’

바다에서
둔탁한 소리가 난다
이따이 이따이

설익은 과일은 서리가 무서워
우박처럼 떨어져 내린다
이따이 이따이

새벽잠을 설친 시민들의
눈거풀은 떨어지지 않는다
이따이 이따이

비에 젖은 현수막은
바람을 마시고 춤을 춘다
이따이 이따이

아아!
바다의 유언
이따이 이따이

(이선관 '독수대.1' 모두)

그 뿐만이 아니었다. 이선관 선생은 당시 한일합섬과 자유수출(수출지유지역)에서 마산 앞바다로 흘러내리는 오염물질을 바라보며 우리나라 최초로 환경시를 쓰기 시작했다. 게다가 내가 보기에는 도저히 시의 소재가 될 수 없을 것 같은 마산 시민들의 자잘한 삶의 이야기들을 꼼꼼하게 시로 형상화하여 수시로 지역신문에 발표했다.

그랬다. 당시 프레스실에서 밤을 낮으로 삼아 안전사고와 씨름하던 나는, 내 문학에 대한 식견을 넓힐 수 있는 유일한 출구가 이선관 선생이었다. 또한 이선관 선생은 낭만주의 문학과 허무주의 문학에 푹 빠져 있었던 내게 참여문학이라는 새로운 길을 열어 주었다. 삶의 문학이야말로 진정한 참의 문학이라는 것을.

그해, 마산 시내 고등학교 문예반을 갓 졸업한 예비 사회인들이 모여 "윤슬문학동인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나는 고등학교에 다닐 때 문예반 활동은 하지 않았다. 그저 내 나름대로 <경남신문>이나 <국제신문>의 학생 투고란이나 <독서신문> 등에 수시로 시를 발표하고 있었다.

그중 마산에서 발행되는 <경남매일>(지금의 경남신문)은 다른 신문과는 달리 게재된 시에 대한 평가를 실었다. 시에 대한 평가는 주로 박재호 시인이 맡았었는데,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이미 고인이 되신 박재호 시인에게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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