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넘나드는 새로운 글, ‘에세이 문학’”
“경계 넘나드는 새로운 글, ‘에세이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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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장르 문학 주목

문학이 장르를 넘어서고 있다. 시도 소설도 평론도 수필도 아닌 새로운 형태의 중간 문학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를 ‘제4의 문학’으로 규정하고 설명하려는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
계간 ‘문예중앙’ 겨울호는 ‘제4의 문학을 위하여’라는 특집을 마련, 문학의 새로운 경향을 짚었다.

편집위원들은 “최근 한국 문학의 변화를 이미지 남용, 미약한 서사, 장르의 혼종, 시제의 혼란, 인칭의 혼돈 등 부정 일색으로 바라보는 것은 낡은 틀로 진단했기 때문”이라며 “우리 문학에는 살아 꿈틀대는 문학성이 여전히 존재하며, 이런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에세이적 글쓰기’”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미지의 남용, 장형화(長型化), 미약한 서사, 장르의 혼성과 잡종성, 미분화, 인물의 파기, 총체성의 증발, 시제의 혼란, 인칭의 혼돈, 모티프의 남발 등의 공통점을 가진 글을 ‘제4의 문학’이라고 명명했다.

최승호·송재학이 쓴 산문시, 김훈·신형철이 쓴 평론, 이장욱·조연호가 쓴 산문, 박상륭·배수아·한유주의 소설 등이 이 범주에 포함된다.

시인이자 평론가인 권혁웅씨는 ‘이 글들을 무어라 부를까’라는 특집글에서 ‘제4의 문학’을 편의상 수필과 구분되는 ‘에세이’라고 부르자고 제안했다. ‘제4의 문학’으로 분류된 ‘에세이적 글쓰기’는 1990년대 이후 꾸준히 진행돼 왔다. 하지만 그간 기존의 장르 안에서 파격으로 불렸다면 이제 하나의 장르로 이름 붙여주자는 것.

그는 송재학 시인의 산문집 ‘풍경의 비밀’에 실린 산문 ‘새’, 최승호 시인의 산문집 ‘달맞이꽃에 대한 명상’에 실렸다가 다시 시집 ‘반딧불 보호구역’에 옮겨 실린 시 ‘모자를 뒤집어쓴 게’ 등을 예로 들며 “시와 산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산문시는 율격 분석이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시가 아닌 에세이”라고 설명했다.

권씨는 이어 “서사가 중요하지 않다는 점, 문체를 강조한다는 점, ‘나’는 기술의 주체가 아니라는 점, 구조보다는 풍경을 드러낸다는 점 등을 에세이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서사 해체되고 주체 사라진 새로운 형태 중간 문학 ‘제4문학’
90년대부터 주목…‘파격’으로 설명하다 ‘에세이 문학’으로 규정


시인이자 철학자인 진은영씨도 ‘에세이적 상상력’이라는 글을 통해 에세이의 특징을 밝힌다.

그는 시인 조연호의 산문집 ‘행복한 난청’을 “객관적 정보나 개념적 언어와는 무관한 시적인 감수성이 가득하면서 즐김이 불가능한 글”이라며 ‘에세이적’ 면모를 끌어냈다.

평론가 박진씨도 조연호의 ‘행복한 난청’과 이장욱의 ‘우리는 아프리카’, 그리고 배수아의 장편소설 ‘당나귀들’을 분석한 ‘독백이 스러지는 순간’이라는 글에서 ‘에세이’를 말했다.

그는 에세이에 대해 “우리 시대의 문학이 더 이상 독백으로 말할 수 없는 시대의 글쓰기임을 증언한다”면서 “서정적 독백이 다른 목소리들로 변성되고, 발화 주체가 복수화되며, 발화의 권위가 분산·찬탈된다”는 점을 꼬집었다.

문학계는 이러한 논의들을 근거로 앞으로 시, 소설, 수필 등 기존의 문학적 틀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고 생생하게 현실을 담아내는 ‘에세이적 글쓰기’에 대한 주목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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