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개그무대 ?
국회가 개그무대 ?
  • 김부삼
  • 승인 2004.11.1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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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론, 인신공격... 못말리는 '막말.저질질문'
17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 대정부 질문이 정쟁의 온상’으로 변질됐다. 민생에 대한 정책질의나 대안 제시는 사라진 채 이념 문제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과 상호간 비방 등으로 얼룩졌다. 이해찬 총리의 한나라당은 차떼기당’ 발언에 이은 14일간의 파행과 날선 정쟁으로 얼룩진 정기국회 대 정부질문이 우여곡절 끝에 16일 마무리됐다 하지만 몇 가지 긍정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정부질문 은 구태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을 샀고, 이에 따라 ‘무용론(無用論)’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대정부질문이 ‘4대 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기싸움 성격의 전초전으로 변질되면서‘민의의 광장’이 아닌‘정쟁(政爭)의광장’으로 변질됐다”는 비판론이 거셌다. ◆ 여야 초선 의원들 정쟁의 공격수 안병률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첫 번째 질의자로 나서 "노무현 정부는 시대역행적인 이데올로기 대결에 집착하면서 경제민주화라는 상투적인 명분하에 대중적 인기몰이식 경제정책을 남발하여 국가 성장동력을 상실한 채,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이어 "세계의 대다수 좌파 정부들이 역사의 유물로 변해버린 사회주의 정책을 포기하고 앞다투어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향하고 있는데, 아직도 사회주의 향수에 젖어있는 일부 수구좌파 세력이 우리사회를 위협하고 있다"고 색깔 공세를 이어갔다. 그러자 서갑원 열린우리당 의원이 옆에 앉은 민주노동당 의원들을 향해 "에이, 민노당... 왜 그래요"라고 농담을 던졌고,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서 의원을 바라봤다. 안 의원은 또 최근 비등하고 있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이것은 단순히 색깔론 차원에서 하는 말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지금 집권여당이 개혁을 빙자해서 추진하고 있는 4대법안은 자유민주주의의 보루와 사유재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반 민주주의, 반 시장경제적 악법이자 노무현 정권의 좌파 고백"이라고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안 의원의 '대정부연설'이 끝나자 한나라당 의석에서는 "잘했어!"라는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한편 안 의원은 "일본의 경우 2002년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해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전격 폐지한 바 있다"며 "우리도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고 국가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해 이를 폐지할 용의가 없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이번에 정부측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 상당히 완화하는 내용으로 준비해 왔으니 국회에서 논의해 달라"며 "지금 당장 없애는 것은 대외적인 관계나 신인도 문제가 있어서 어렵다"고 말했다. ◆ "관습헌법은 '히틀러 헌법'이다" 열린우리당 김종률 의원은 "역사적으로 관습헌법 이론이 성문헌법을 유린하고 횡행하던 때가 있었다, 극우전체주의 세력이 판쳤던 히틀러의 나치즘 헌법, 무솔리니의 파시즘 헌법이 그랬다"며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대의제 민주주의, 의회주의를 부정하는 도구로 관습헌법 이론을 동원하였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헌재 판결 이후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법리논쟁은 민주사회의 건강한 모습"이라고 전제한 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위헌결정에 대해 이의는 헌법에 대한 도전이라느니 체제부정이라고 했는데 언제 정부여당이 위헌결정의 효력을 부정했냐"고 "악의적인 정체공세"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김 의원의 주장에 대해 "궤변"이라며 이목희 열린우리당 의원의 '사법쿠데타' 발언에 이어 당 차원의 강력한 대응을 표시했다.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는 "헌재를 무시하고 헌법체계를 부정하는 반헌법적 망언이 의원 개인의 견해인지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전체의 뜻인지 당 지도부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남 수석부대표는 "이런 발언이 계속된다면 묵과할 수 없다"며 "계속 이렇게 국법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발언이 나온다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종률 의원은 "지난 10월 21일 헌법재판소 결정 직전까지도 김덕룡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헌법재판소 결과와 관계없이 수도이전을 반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며 "그러나 위헌결정 직후 180도 태도를 돌변하여 환영과 찬사를 보냈다"고 꼬집었다. ◆ "내각제로 개편해야"... "적절한 시기 아니다" 이철우 열린우리당 의원은 최근 '막말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는 국회 대정부질문 파행 운영을 '골목깡패'와 비유해 의원들의 자성을 촉구했다. 이 의원은 "국회의원은 말을 잘하는 사람들이 뽑힌다고 생각했는데, 말을 막하는 사람도 뽑힌다는 것을 여기 들어와서야 알았다"며 "골목깡패들이 싸움을 걸때면 항상 '왜 째려봐!', '왜 반말이야!', '왜 어깨에 힘줘!' 이렇게 시비를 거는데, 국회의사당의 싸움은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특히 "대통령제는 사회의 이분법적 갈등을 더욱 증폭시켜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정치체제의 한계를 볼 수 있는데, 의원내각제를 하는 서구는 비교적 안정돼있다"며 "국민대화합과 통일 사회 이후까지 내다보고 새로운 정치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해, 내각제로의 권력구조 개편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해찬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임기가 3년 반이 남았고, 대선도 3년이나 남은 시점에서 지금 권력구조 개편을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 '빗나간' 질문에 '옐로 카드'로 항의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은 질의 도중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방송사 기자 시절 등 개인 행적을 추궁했다. 주 의원이 답변을 거부하는 정 장관을 훈계하자,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이 '옐로 카드'를 들어 항의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주성영 의원 "통일부 장관은 2002년 6월 5일 인터넷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권력이 장악하는 언론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안다, 언론은 권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와야 하는 게 신념'이라고 했다. 장관은 유신시절 1978년 문화방송에 입사했고, 80년 광주항쟁 당시 광주문화방송은 계엄사 발표문을 방송하다가 화염병에 의해 전소됐다. 그해 여름 저항언론인 711명이 쫓겨나고, 언론통폐합도 있었을 때 정동영 기자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정동영 장관 "정책에 대한 질의를 하면 답변하겠다. 신상에 대한 조사를 많이 한 것 같은데, 다음 기회에 개인적으로 말하겠다." 주성영 "대통령이나 장관도 유신시절 판사나 언론인을 하다가 쫓겨난 게 아니라 정치하거나 돈 벌려고 정치를 하거나 변호사가 됐다. 우리 총리가 '조선, 동아는 역사의 반역이다. 내 손안에 있다'고 말했다. 장관의 언론관은 어떤가?" 주성영 "그럼 앞으로 통일부 장관 업무에 충실하고, 철책선이 뚫리고 김선일이 피살되고 잠수함이 돌아다니는 업무나 챙기세요. 쓸데없이 다니면서 자신 없는 국보법에 대해 말하지 마세요." 주 의원의 말에 열린우리당 의석에서는 "말조심해라", "아직도 검사인 줄 아느냐?"라는 야유하면서 노란색 표지로 된 대정부질문서를 들어올리며 주 의원에게 '옐로카드'를 행사하기도 했다. 주 의원이 "헌재를 향해 헌정파괴적 공격을 일삼는 일부 인사들에게 보낸다"며 서양속담(Barking dogs seldom bite: 짖는 개는 좀처럼 물지 않는다)을 인용하며 질문을 마쳤다. 그러나 주 의원은 사전배포 원고에 들어있던 '베짱이 386 감별법' 등 여당 의원들을 자극할 수 있는 내용들은 발표하지 않았다. 주 의원이 연단을 내려오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너도나도 악수를 청하며 격려한 반면, 열린우리당 의석에서는 커다란 야유가 터져 나왔다. ◆뻣뻣해진 국무위원, 국회 파행의 단초를 국무총리가 제기했다는 것도 전례가 없는 일로, 과거에 비해 국무위원들의 자세도 매우 고압적으로 변했다. 이 총리는 지난달 28일 대정부질문 첫날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역사는 퇴보한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받고 “한나라당은 지하실에서 차떼기하고 고속도로에서 수백억원을 받은 당인데 어떻게 좋은 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역공에 나서 결국 2주 동안의 국회파행 사태를 초래하기도 했다. 김승규 법무부 장관은 사회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돌려서 질문하지 말고 핵심을 바로 물어 달라”고 의원들에게 주문하기도 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검사 출신인 주성영 의원이 “유신시절 기자로서 무엇을 했느냐”고 심문하듯 묻자 “나에 대한 뒷조사를 상당히 한 것 같은데 개인적인 질문은 나중에 따로 물어 달라”고 맞받아쳤다. ◆‘막말’‘저질’공방 여전 16대 국회에 비해 폭로성 발언은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의 막말이나 인신공격성 발언은 여전했고 비판과 비난의 경계선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목희 의원은 12일 헌재의 결정을 ‘사법쿠데타’로 맹비난해 한나라당의 격렬한 반발을 불렀다. 김종률 의원도 16일 미리 배포한 원고에서 헌재가 위헌 결정의 논거로 ‘관습헌법’을 인용한 데 대해 “히틀러와 무솔리니가 의회주의를 부정하는 도구로 관습헌법 이론을 동원했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회에 출석한 일부 국무위원들을 비하하는 언동을 보였다. 주성영 의원은 16일 정 통일부 장관을 향해 “쓸데없이 돌아다니면서 자신 없는 것에 대해선 발언하지 말고 장관 업무에 충실하라”고 비아냥댔다. 주 의원은 또 배포한 원고에서 여권 내 386세대를 겨냥해 ‘베짱이 386’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한나라당과 충돌했던 이 총리는 대정부질문의 주요 표적이 됐다. 한선교 의원은 12일 이 총리를 답변대 에 불렀다가 곧바로 들어가라고 해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기도 했다.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은 15일 이헌재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총리 권한대행”이라고 불러 여당 의원들의 반발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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