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 소원 푼 손학규, 그러니 방향 잘 잡아야
당 대표 소원 푼 손학규, 그러니 방향 잘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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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자를 위하여(7)-남을 깎아내린다고 내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고립무원, 사방이 벽이다. 빠져나갈 갈 길이 안 보인다. 이런 경우를 절망이라고 한다.

지금 대통합민주신당이 그렇다. 아무리 아니라고 우기고 인정하기 싫어도 소용없다. 사실이 그렇다는데 어쩔 것인가.

원내 제1당이라고 해 봐야 무슨 힘이 있는가. 4월 9일까지는 제1당의 명맥을 이어간다 해도 무슨 묘책이 있는가. 이 빠진 호랑이고 뿔 잘린 고뿔소다. 눈물은 보이지는 않아도 가슴으로 운다.

좀 잘 할 걸 하고 아무리 후회를 해봐야 소용이 없다. 이미 시간은 흘러가 버렸다.

남들의 평가, 아니 국민의 평가는 말고라도 스스로 한번 점수를 매겨보면 어떤가. 몇 점이나 줄 수 있는가. 당의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있는가.

이런 판국에 손학규는 당 대표가 됐다. 제1당의 대표가 된 것이다. 그가 최초로 정당의 대표 자리에 올랐다. 그것도 꿈이라면 꿈을 이룬 것일 수 있다.

한나라당을 탈당해서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에 뛰어들어 온갖 수모 다 겪었다. 2등 항해사라느니 한나라당 꼴찌가 무슨 대통령 후보냐는 식의 견디기 힘든 꼴 많이 당했고 눈물도 흘렸다.

십수 년 몸담아 온 한나라당의 껍데기를 벗기가 무척 힘들었을 것이고 자신의 진정을 믿어주지 않고 헐뜯는 정치판이 무척이나 야속했을 것이다.

천신만고, 이제 제1당의 대표가 됐다. 오죽이나 신당의 인물이 없으면 한나라당의의 2등 항해사를 당 대표로 뽑았을까 하는 비아냥과 가슴 속에만 묻어 두어야 할 분노를 씹으며 이제 뭔가 해야 하고 보여줘야 하는 무거운 책임도 지게 됐다.

그렇다면 이제 손학규 눈앞에 보이는 희망의 불빛은 얼마나 밝은가. 그런데 어둡다. 어두워도 많이 어둡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다.

이 어둠의 장막을 걷어버리고 선두에 서서 산처럼 쌓여있는 장애물들을 하나하나 치우며 나가야 하는 것이 손학규 대표가 할 일이다.

전에 동지였던 한나라당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한나라당의 꼴등 대선주자가 아니라 제1당의 선장으로서 배를 몰아야 한다.

배를 잘못 몰아 침몰시키던지 순풍에 돛을 달고 대양을 건너던지 자신의 책임이다. 핑계 댈 수도 없다. 한국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핑계대기나 하려면 아예 일찌감치 대표 모자를 벗어 던질 일이다.

지난 대선기간 동안 통합신당의 대선 전략은 노무현 때리기였다. 모든 게 참여정부의 잘못이었다. 당은 잘못이 없고 노무현만 잘못이었다.

과연 그런 주장이 맞느냐 맞지 않느냐는 차치하고라도 효과는 없었다. 우선 치사하고 더러웠다.

원내 다수당에다 당의장 두 번 하고 장관 지내고 좋은 것 다 했는데 참여정부에게 책임을 몽땅 지우는 대통령 후보가 국민에게 얼마나 초라하고 치사해 보였을까.

노무현 비판이면 약발이 먹힐 줄 알았을지 모르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교훈이다.

그런 교훈에도 불고하고 아직도 노무현을 비판하면 약발이 들을 줄 아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노무현을 때리면 자기가 올라간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다. 그 중에 하나가 손학규 대표라면 화를 낼 것인가.

“물러가는 대통령이 이런 문제에 간섭하고 거부권을 행사할지도 모른다고 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자세고 오해의 소지가 있다”

한나라당의 정부조직법 개정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 발언에 대해서 손학규 대표가 작심하고 한 말이다.

‘떠날 사람이 왜 말이 많아’ 이고 가수 현 미의 노래처럼 “떠날 때는 말없이” 가라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낸 정부조직법이 옳든지 그르던지 정부조직을 구어 먹던지 삶아 먹든지 우리가 알아서 할테니 ‘당신은 입 꽉 다물고 계시오’다.

잘못 생각했다. 정말 착각했다. 이런 식이라면 정말 아니다. 손학규 대표가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이해가 제대로 안 되어 있는 모양이다.

“물러가는 대통령의 간섭 운운”도 딱한 발언이다. 엄연한 현직 대통령인데 뒷짐 지고 청와대 뜰이나 산책하란 말인가. 정부 조직법이 어떻게 뜯어 고쳐지는지 모른단 말인가. 딱하다.

그러나 더욱 딱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각을 세우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졸렬 무쌍한 생각이다.

“물러가는 대통령은 조용히 있어라.”하는 것이 한나라당이나 조선일보의 논리와 무엇이 다른가.

5년이란 세월 동안 참여정부의 정책이라면 반대부터 하고 보는 몇몇 언론의 주장을 고대로 따라가는 손학규 대표의 정체성은 무엇이냐고 묻으면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지금까지 국정을 운영해 온 대통령에게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지 말라는 식의 주장은 얼마나 유치하고 몰상식한가. 노무현은 아직도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이다.

이 역시 손학규 대표가 잘못 짚고 있는 아주 심각한 부분이다. 지금 손학규 대표가 넘어야 할 산은 노무현이 아니다. 그가 해야 할 일은 한나라당의 정책을 검증하고 졸속주의를 막는 것이다. 엉뚱한데 힘 빼서야 되겠는가.

한나라당 출신인 그로서는 하루 빨리 통합신당에서 노무현 색채를 빼야 자신이 운신할 수 있다는 절박감을 느끼는 모양이다.

그 역시 잘못된 생각이다. 노무현이 무서워 당을 이끌 수 없단 말인가. 제대로 당이 안 돌아가는 것은 당이 엉망이고 지도력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 또 다시 끼리끼리 해 먹는다는 평가를 받게 되면 끝이다. ‘아니 저 사람 또 금배지 달겠다는거야. 아서라 지겨워’

국민들 입에서 이런 평가가 나오면 손학규 대표도 끝이다. 대통합신당에는 호남은 아무나 나와도 당선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겠지. 공천 받으려고 머리가 터진다. 한심의 극치다.

세상사가 이런 식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억지가 사촌보다 낫다는 속담 절대로 믿지 말아야 한다. 상식과 원칙을 토대로 한 정도를 걸을 때 손학규 대표도 살고 당도 지지를 받게 된다.

노무현을 뛰어 넘고 노무현 색채를 빼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에 4월 총선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도록 노력할 일이다.

지금 한나라당이 하는 짓을 봐라. 총선에서 참패해 개헌선이 무너지면 한나라당이 갈 길은 뻔하다. 일당독재가 되도 노무현 탓을 할 것인가. 대표자리 사표내고 책임 다 졌다고 할 것인가.

지금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국민염원의 상징인 통일을 외면하듯 통일부가 사라질 판이다. 영어가 국어가 될 판이다. 국토를 갈아엎을 것이다.

무엇이 중요한가. 노무현과 각을 세우는 게 중요한가. 손학규 대표가 할 일은 너무나 많다. 당도 할 일이 너무나 많다.

이제 자기 스스로 구각을 벗어야 한다. 대학교수 시절 손학규 대표는 대표적 진보학자 중에 하나였다. 어쩌다가 한나라당에 들어가 이상하게 구겨 버렸지만 이제 누구도 표절할 수 없는 손학규만의 상표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면 국민이 알아준다. 지지한다. 4월 총선 겁 낼 것 없다. 우리 국민은 위대하다. 손학규 대표도 알지 않나.

죽는다는 비장한 각오로 모든 것을 바쳐야 한다. 그런 모습에서 국민은 감동을 느끼고 그러면 성공한다. 돈 드는 일 아니다.

당 대표의 능력으로 당 안에 허접 쓰레기 정리하고 국민들에게 손학규 상표가 제대로 신용을 얻을 때 당도 손학규도 살아난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자파가 없으면 어떤가. 국민이 있다.

손학규 대표도 꿈이 크지만 노무현 대통령 깎아 내린다고 꿈을 이루는 것이 아니다. 교훈이 많다. 배워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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